자그마치 31번째 장편.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행자의 필요>가 4월24일 개봉한다. 무려 31개의 영화를 만든 감독을 두고 새로운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행자의 필요>는 이러한 우려를 말끔하게 종식한다. 이 영화엔 여전히 홍상수 같은 익숙함과 전혀 홍상수 같지 않은 생경함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 익숙함과 생경함의 오묘함을 이끄는 주인공은 <다른나라에서>(2011), <클레어의 카메라>(2016)를 통해 홍상수 감독과 함께해온 프랑스의 대배우 이자벨 위페르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이리스의 신비함은 관객의 통념과 예상을 매번 상쾌하게 배신하고 만다. 이에 <씨네21>은 <여행자의 필요>를 여행하고자 하는 관객들을 위해 <여행자의 필요>를 중심으로 홍상수 영화에 관한 간략한 안내서를 만들었다. 작품 리뷰에 이어 <여행자의 필요>와 다른 작품들에 나타난 반복과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폈고, 이 반복을 만드는 홍상수 영화 속 인물의 조건들이 무엇인지 분류했다. 더하여 홍상수 감독과 10번째 협업을 이룬 권해효 배우에게도 여로의 안내를 부탁했다. 명확한 답이 없는 이 안내서는 <여행자의 필요>에 다다르는 길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사실 안내서의 목적은 애초부터 독자들이 길을 잃게 만드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헤맴의 연속이야말로 31개의 장편영화,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질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이끄는 힘일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여행자의 필요> 기획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