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특수효과의 메카 ILM을 가다 [6] - ILM 최고의 CG 10
2002-06-14
글 : 장성호 (CG 슈퍼바이저 · 모팩 대표)
한국 최고의 CG맨 장성호가 꼽은 ILM 최고의 CG 10

이 장면에 나는 무릎을 쳤다

1. <스타워즈>(1977)

특수효과 총감독을 맡은 존 딕스트라는 기존 영화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들을 여러 장면에서 시도했는데, 특히나 모션 컨트롤 카메라를 활용한 마지막 우주전투 시퀀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역동감을 선사한다. <스타워즈> 이전의 영화들이 특수효과 장면에서 정지된 화면이나 단선적인 카메라워킹만을 보여줬던 것과 비교하자면 가히 혁명적인 시도였고, 이 작품을 위해 연구된 우주선의 동선과 카메라 무브먼트는 이후의 SF영화에 교과서가 됐다.

2. <제다이의 귀환>(1983)

<스타워즈>는 한편만 언급하고 싶었지만 빼먹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가 있어서 하나 더. <스타워즈>의 골수팬들조차도 시리즈 중 가장 떨어지는 작품으로 꼽는 <제다이의 귀환>은 기술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게 황당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다름 아니라 다스베이더가 루크를 끌어들이기 위해 설득하는 동안 처참하게 공격당하는 저항군의 우주전 장면이다. 대규모 전투의 거대한 스케일로 관객을 압도하는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무려 300개 이상의 소스가 합성됐다. 디지털 합성이 일반화된 요즘에도 300개 소스를 합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대작업인데, 옵티컬로 합성하던 시절에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게다가 그렇게 많은 소스를 합성했는데도 불구하고 화질이 별로 손상되지도 않았다).

3. <피라미드의 공포>(1985)

아마도 영화에서 최초의 디지털 캐릭터이자 제대로 사용된 디지털 효과로 손꼽을 수 있는 장면이 스테인드글라스 기사가 신부를 살해하는 장면일 것이다. 납작한 2차원의 유리가 3차원으로 움직일 때의 놀라움은 극장에 앉은 관객을 패닉상태로 몰고 갔으리라. ILM 산하의 루카스 디지털은 이 장면을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당시에 개발된 기술과 포맷은 아직까지도 영화의 디지털 작업을 하는 업체들에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연 ILM인 것이다.

4. <코쿤>(1985)

이 작품에서 외계인이 인간의 껍질을 벗고 빛의 덩어리가 되는 장면이 나온다. 옵티컬 합성 시절에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기술 중 하나가 빛이 발광하는 장면일 텐데 지금 봐도 놀랍다.

5. <어비스>(1989)

그 유명한 물기둥 장면은 디지털 효과의 혁명이 됐고, 그 이후에 T2 등의 작품을 위한 기술 개발의 훌륭한 초석이 됐다. 이 장면에서 물기둥이 굴절되고 반사되는 이미지의 리터칭을 위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훗날 포토숍이라는 명품 소프트웨어로 거듭났다.

6. <분노의 역류>(1991)

불이 살아 숨쉰다 말고는 형용할 대사가 없다. 특히 소방관이 불기둥이 터져나오는 건물의 옥상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장면. 미니어처로 건물 옥상 윗부분을 만들어 터뜨리고, 건물 아랫부분과 주변부는 매트페인팅, 인물은 실사로 촬영해 합성했는데 요즘의 디지털 합성보다도 각 소스의 유기적인 결합이 주는 완성도는 몇 백배 더 훌륭하다.

7. <터미네이터2>(1991)

<후크>를 먼저 개봉한 스필버그 감독은 이 작품을 보고 아날로그 효과의 시대는 지나갔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컴퓨터그래픽이 작품 전체에서 감독의 상상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며 극대화된 효과를 발휘한다. 디지털 효과의 가능성을 널리 알린 기념비적인 영화.

8. <죽어야 사는 여자>(1992)

로버트 저메키스만큼 효율적으로 특수효과를 작품에 용해시키는 감독도 드물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기술 개발까지 불사하며 최대투자 최고효과를 부르짖을 때, 저메키스는 누구나 알고 있는 기술 안에서도 창의적인 활용방안을 찾아내 자기만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물론 ILM 같은 파트너가 그의 마인드를 이해하며 따라가주기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9. <쥬라기 공원>(1993)

ILM의 디지털 인력들이 진정 놀라운 점은, 공룡이 등장하는 전체 장면 중 20% 정도만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면서도 모든 공룡이 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것처럼 제작사가 홍보해도 관객이 믿을 만큼 실사와 구별 못할 장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사 공룡의 애니마트로닉스를 맡은 스탠 윈스턴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역동적인 모션이나 풀숏을 담당한 ILM이 디지털 공룡을 만들면서 컷의 해석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면 밋밋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0. <포레스트 검프>(1994)

또다시 저메키스는 이미 있는 기술로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기록필름에 검프를 합성한 악수장면은 물론 새로운 기술 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탁구장면이나 불구가 된 중사, 디지털 엑스트라 등은 도구를 창의적으로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의 극대치를 보여준다(바꿔 말하면 상당장면은 우리도 할 수 있는 장면이라는 얘기인데 그럼, 왜 못했냐고요?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겁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창조적인 활용이 더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