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CG와 전통 효과의 놀라운 조합
“ILM에 빚지지 않은 특수효과회사는 거의 없을 정도다. ILM은 시각효과에 필요한 포맷을 거의 마련했고 소프트웨어의 결정을 주도했다”는 모팩 장성호 실장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노하우의 축적이 필요한 전통적 특수효과가 퇴보하고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특수효과가 발달하면서 ILM의 뒤를 잇는 후발주자들의 추월은 훨씬 용의해졌을 뿐 아니라 그 속도도 위협적이 되었다. ILM과 <터미네이터2> 작업을 함께했던 제임스 카메론이 설립한 디지털도메인, <글래디에이터>로 2001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토니 스콧과 리들리 스콧이 만든 영국의 밀필름과 다음해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반지의 제왕>의 뉴질랜드의 WETA디지털 등이 만들어내는 영상은 기술적으로 비교해볼 때 ILM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ILM의 ‘가장 파워풀한 디지털하우스’로서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이러한 신기술의 컴퓨터그래픽을 전통적 특수효과와 가장 적절한 배합비율로 섞어 입맛에 딱 떨어지는 요리를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맨 인 블랙> 1편에서 윌 스미스가 MIB본부의 휴게실에서 대면하는(그가 기억하는 한) 첫 번째 외계인인 웜가이들의 경우에도 연필스케치를 거쳐 고무로 된 표피를 가진 실제 인형을 만들어 인형의 골반과 갈비뼈에 막대기를 넣고 여러 각도로 움직이게 했으며 목을 조절하고 방아쇠를 당기거나 입을 열고 닫고 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런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석고모형을 뜬 이후 다시 철제로 뼈대를 만드는 등, 대부분의 ILM 캐릭터들은 기초적인 애니마트로닉스 작업의 바탕 위에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더하는 꽤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또한 다른 후발주자들이 지나치게 CG 의존적인 특수효과를 만들어내는 데 반해 ILM이 스티븐 스필버그와 작업한 의 몇몇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를 들어 루즈시티의 시퀀스는 상당부분을 미니어처로 제작하고 몇몇 부분만을 컴퓨터 이미지들로 채워넣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자칫 3D로 제작했을 경우 비현실적으로 비췄을 법한 환락의 도시의 풍경을 더욱 아찔하고 사실적으로 또한 입체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었다. 이처럼 ILM가 만들어내는 특수효과는 단순히 실사와 구분되지 않는 완벽한 디지털포토리얼리즘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질높은 영화를 완성하기 위한 철저한 조력자의 선을 넘지 않는 자세를 취한다.
‘루카스 왕국’과 마법공장의 미래
돌아오는 길에서야 알았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ILM으로 향하던 셔틀버스가 왜 다른 길을 놔두고 샌프란시스코 북쪽 프리시디오를 한 바퀴 빙빙 돌아서 갔는지를. 그것은 2005년쯤 완공할 예정인 조지 루카스의 디지털 아트센터 부지에 대한 내심의 자랑이었을 터이다. 조지 루카스는 1999년 2억5천만달러 예산의 ‘디지털 아트센터’를 만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북쪽 끝 프리시디오의 180만평의 땅을 사들였다. ILM과 루카스 아츠, 루카스 러닝, THX, 조지 루카스 교육재단, 루카스 온라인(지난 1989년에 설립되어 TV광고를 제작했던 ILMCP는 수익타산의 문제로 올 6월 말 문을 닫는다)을 포괄하는 일종의 단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 새로운 ‘루카스 왕국’의 첫 입주자는 ILM이 될 예정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특수효과의 활용 정도에 대한 의견차이, 혹은(가장 중요한 경제적인 이유로) ILM에 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의존도는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여전히 그들에겐 <헐크> <해리 포터: 마법사의 방> <터미네이터3> <피터 팬>, 그리고 루카스필름 산하의 이 공장의 ‘메인상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3: 바운티헌터>까지 현재 작업중인 혹은 작업을 앞둔 굵직굵직한 작품의 리스트들이 즐비해 있다.
지난 1975년 이후 20여년간 상상력의 영토확장을 위해 한순간도 그 빛을 사그라뜨리지 않았던 마법의 공장 ILM. 부모가 무언가를 낳고 그것에 대한 애정을 결코 놓치 않는 자들의 의미라면 ILM은 진정한 특수효과의 모태 그리고 영원한 동반자로 영화사에 기록될 것이다.
“진정으로 진보된 기술은 마법과 다를 바 없다”(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 아서 C. 클라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