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2>
2024-06-18
사진 : 오계옥
글 : 이다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펴냄

무라카미 하루키의 집에 초대받아 스피커 앞 소파에 앉아, “보세요, 우리 집에 이런 레코드도 있답니다” 하며 보여주는 재킷을 구경하고 음악을 듣는 기분으로 읽는 책.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은 이 책에 실린 음반들에 대해 “개인적인 ‘호불호 보고서’”라고 적었는데, 기꺼이 파고들고 싶은 타인의 취향이란 이런 것이 아니겠나 싶다. 최근 조성진, 임윤찬의 활약으로 한국에서도 고전음악 팬층이 넓어지는 이때 가까이 두고 읽고 듣기 좋은 책이다.

하나의 곡에 여러 개의 해석을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구성으로, 각 음반에 대한 설명이 길지 않아 다소간의 아쉬움은 있으나 그렇게 얻게 되는 넓은 시야야말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원한 구성의 묘가 아닌가 싶다. 필연적으로 이 책을 읽기 위해 음악을 찾아 듣게 되는데, 책에서 다루는 음반을 정확하게 찾아내기 어려울 때도 많다는 점도 언급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단정하게 해당 곡을 설명하고 각 음악가들의 해석을 풀이하는 글은 읽기만 해도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해당 음반이 없다면 다른 음반으로라도 꼭 찾아 들으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고전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하지만 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곡들의 리스트이기도 하니까.)

보케리니의 첼로협주곡 9번 내림나장조는 보케리니의 첼로협주곡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루트비히 휠셔의 음반은 “신사적이고 품위 있”어서, “마치 평야를 천천히 가로지르며 흐르는 강물” 같은 연주를 들려준다. 애플뮤직에 있는 음반을 기준으로 말해보자면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를 이보 포고렐리치가 연주한 1983년 음반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지극히 섬세하고 다감한 피아노다.” “<스카르보>에서 휘몰아치듯 기민한 어조는 신들린 느낌이 든다. 손가락의 움직임은 빠르지만 약음이 확실히 표현되기에 설득력이 생긴다. 이 사람은 좋건 나쁘건 음악을 통해 무엇보다도 ‘자신(주체)’을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다. 쇼팽 전주곡 작품번호 28의 마르타 아르헤리치 연주에 대한 설명은 실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기술은 물론 천하무적에 두말할 나위 없지만,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음악에 옮겨놓기 위해선 ‘아직도 모자라다’라는 양 이 뛰어난 테크닉이 한치의 남김도 없이 활짝 열려 있다.” 듣기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읽기를 위한 책이다. 순서를 지켜 읽기만 하는 독서는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을 절반도 이해하기 어렵게 하리라.

그리그 <페르귄트>, 바츨라프 노이만 지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 연주에 대하여, 262쪽

다이내믹하고 묘사적인 음악이다. 북유럽 민화적 세계를 당당하게 망설임 없이 만들어나간다. ‘팝업 그림책’을 보는 듯 입체적이고 즐거운 연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