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일군 세계, <스위트홈> 시즌 3 이응복 감독
2024-08-02
글 : 임수연
사진 : 오계옥

<스위트홈> 시리즈화 및 이응복 감독의 연출 소식이 처음 전해진 것은 2019년이다. 그때부터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 세개의 시즌과 함께 달려왔다. 5년 넘는 여정을 마무리하며 그는 “수줍고 떨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난 시즌에 대해 부끄럽고 아쉬움 마음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솔직한 심정을 전한 이응복 감독과 <스위트홈> 시즌3 제작발표회 당일에 만났다.

- 시즌1이 한국 드라마 최초 미국 넷플릭스 톱10에 진입하는 등 글로벌한 성공을 거두면서 시즌2, 3 제작이 확정됐다. 시즌1은 한국적 크리처물이라는 장르적 특성 외에도 캐릭터들의 관계성이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시즌3에는 이에 응답하는 듯한 신들이 있다.

= 일단 관계성이라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측면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배우들의 캐릭터가 각각 매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다 보니 나온 결과물 같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많이 놀랐다. 이를 바탕으로 후속 시즌을 기획했다기보다는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스토리를 썼다.

- 1부 엔딩에서 정의명(김성철)의 영혼이 편상욱(이진욱)에게로 들어가는 설정은 시즌2를 생각하며 쓴 게 아닌가.

= 그냥 끝내기는 심심하니까. (웃음) 일단 내가 상욱이를 좋아한다. 잘생기고 멋있고 따듯하고. 늘 상처 있는 얼굴만 보여줬으니 상처를 뺀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서 넣은 아이디어다. 시즌1이 끝나고 넷플릭스에서 바로 다음 시즌 제작 확정을 하지 않았다. 배우들도 흩어지고 나도 다른 작품을 했다. 그사이에 오케이 사인이 왔다. 그러다 보니 시즌1 이후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했다.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린홈이라는 밀실에서 나와 밖으로 뻗어나가다 다시 밀실로 모이는 이야기 구조를 생각했다.

- <스위트홈> 시즌1 이후 스타가 된 배우들이 다시 모인 것이 기적이다.

= 역시 작품에 대찬 애착, 배우들의 프라이드, 캐릭터에 대한 애정, 팬들이 보여준 사랑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 등 여러 가지가 작용했다. 다만 스케줄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배우 개인의 사정을 고려해 분량을 짰다.

- 원작자 김칸비 작가가 스토리 자문에 참여했다. 어떤 의견을 줬나.

= 김칸비 작가가 세계관의 설계자이자 괴물에서 신인류로 이어지는 크리처물의 공식을 만든 사람이다. 시즌1을 만들 때는 연재가 완료되기 전이었고 시즌2, 3를 기획할 때는 다 나와 있는 상태였다. 원작의 뜻을 함께하며 드라마적 해석을 담기 위해 김칸비 작가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특히 아이(김시아) 캐릭터는 <엽총소년>(<스위트홈>의 프리퀄 웹툰)의 내용이 비슷하게 투영된 부분이 있었다.

- 시즌3까지 보고 나면 시즌2와 시즌3는 사실상 한 시즌의 파트1과 파트2처럼 느껴진다.

= 그게 좀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그런데 VFX 작업이 오래 걸려서 나누어 공개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시즌3가 빨리 나온 거다. 촬영은 시즌2와 3를 합쳐서 1년 정도 걸렸고 후반작업은 시즌2는 7~8개월, 시즌3는 5개월 정도 소요됐다. 통상적인 후반작업 기간을 생각하면 1년은 더 잡아야 하는데 다른 작품보다 급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 시즌2 반응을 고려해 시즌3 작업을 진행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이미 촬영이 끝난 상태인데.

= 시즌1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정신없다”, “뭘 봤는지 모르겠지만 봐진다”였다. 그래서 시즌2는 좀더 여유를 갖고 보도록 호흡을 길게 편집했다. 그랬더니 시즌2는 이야기가 난해하다고 받아들이거나 주연배우들의 분량이 사라지는 점을 못 참아하더라. 그래서 시즌3는 다시 빠르게 편집했다. 요즘엔 하루에 시리즈 여러 편을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설명이 잘되는 쪽으로 호흡을 다듬었다.

- 시즌2부터 군부대와 또 다른 생존자 집단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스위트홈> 촬영을 할 때 코로나19가 시작됐다. 팬데믹 시절 대한민국 군대는 자기 자리를 지켰고 국민들은 그 도움을 많이 받았다. 미국 아포칼립스물을 보면 재난 상황에 군인은 다 배신하고 딱 한명만 남는데 한국은 다를 것 같았다. 분명히 사람들을 지키는 사람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를 대표하는 집단으로 군인 캐릭터들을 만든 거다. 또 차현수(송강)와 이은혁(이도현)쪽 이야기가 완전 판타지로 가기 때문에 현실감을 붙잡아주는 스토리가 필요했는데 그게 수호대를 비롯한 시민들의 이야기가 됐다. 그리고 후속 시즌이 있을 줄 모르고 시즌1에서 그린홈 사람들을 너무 많이 죽였다. 시즌2를 할 줄 알았으면 (고)윤정이를 그때 안 죽였지. (웃음)

- 현수와 은혁이 맞붙는 장면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고, 시즌3에서는 기대한 그림을 보여준다.

= 좁은 공간에서 최대한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원래는 흑화한 현수쪽이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데 좁은 공간에서는 그의 큰 날개가 불편하게 작용한다. 은혁은 원래 갖고 있던 브레인에 날렵함까지 추가로 갖게 된다.

- 괴물화에 대한 가치관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차현수와 정의명(김성철)의 영혼이 들어간 편상욱의 대립각이라고 생각했다.

= 누구나 외롭다. 괴물이든 인간이든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정의명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자연발생한 신인류인 차현수가 너무 신기하기 때문에 같이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수는 의명의 고독함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거부한다. 가장 센 놈들 아닌가. 일인자는 한명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둘은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수는 상욱과 과거에 버디 관계였다. 현수가 힘으로 먼저 죽여버리면 끝나는 상황임에도 예전에 알던 아저씨의 외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바로 해치지 못한다. 현수 안에는 아직 착한 본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 특수감염자와 신인류 등 세계관이 확장되며 새로 등장하는 괴물들은 어떻게 디자인했나.

= 편상욱 이전에 정의명 이전에 남상원이 임 박사(오정세)가 만들어낸 최초의 MH다. 인간의 고통과 욕망과 약물 그리고 실수가 더해져 만들어졌다. 나머지 MH들은 남상원의 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같은 종족이다. 현수는 자연발생적으로 자기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완전히 괴물이 되지 않고 날개 한쪽만 남을 수 있었다. 남상원이나 윤자영(김지안)이 가진 촉수는 크리처물에서 가장 대중적인 촉수물에서 따왔다. 기본적으로는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했던 뱀 같은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시즌2 때는 괴물의 외양이 왜 저렇게 드러나게 됐는지 수수께끼처럼 풀어나가기를 바랐는데 사람들이 풀지 않더라. (웃음) 괴물들도 비슷한 욕망을 가진 종족끼리 몰려다니기 때문에 비슷한 외양을 가질 거라고 생각해 디자인한 건데 사람들은 그냥 좀비처럼 받아들였다. 그래서 시즌3는 시즌1처럼 다시 직관적으로 디자인했다.

- 오늘 제작발표회에서 “이도현도 돌아오고 송강도 돌아오고 재미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편의 혹평을 의식한 솔직한 발언이었는데 시즌2는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 사실 내부에서는 시즌2도 엄청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스위트홈> 시리즈는 큰 화면에 좋은 음향 시설이 갖춰진 곳에 봐야 좋다. 시즌2가 완벽하게 재밌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애정을 갖고 극장에서 보면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시리즈이기 때문에 다양한 디바이스에 맞게끔 작업해야 하는 게 맞지만 나는 돈을 많이 써서 큰 화면으로 보는 분들에게 맞춰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지금은 스마트폰에 맞춰 반대로 작업해야 하는 시대인 것 같다. 창작자로서 고민이다.

- 느린 호흡으로 집중해서 봐야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연출과 숏폼이나 유튜브 요약본으로 볼 때 오히려 재미있는 연출이 있다. 창작자로서 갈등이 있을 것 같다.

= 고민을 한다고 해서 내가 맞출 수 있을까? 흔들렸던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방식을 좋아해주는 배우와 스태프, 제작자들이 있을 것이다. 내 호흡을 잃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꾸준히 작품을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 시즌4, 5, 6까지 더 연출할 생각이 있나.

= (옆을 지나가는 고민시를 가리키며) 얘가 하고 싶다고 하면 하겠다. (웃음)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