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시즌2에서 엄마가 된 이경은 줄곧 괴로웠다.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힘을 가진 존재(김시아)를 낳고 그런 딸에게 두려움을 느낀다는 죄책감은 그를 고통 속에 살게 했다. 시즌3에서 상욱(이진욱)의 몸을 장악한 남편 상원과 부딪치며 복잡한 감정은 절정에 이르지만 끝의 끝에서 이경은 “남들과 조금 다른 특별한 아이”를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배우 이시영은 이응복 감독과의 길고 깊은 논의가 없었다면 어디 하나 쉬운 구석이 없는 캐릭터를 소화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본격적인 촬영 전에 “딸에 대한 이경의 마음을 일일이 해체해보고 이경이라면 어떤 괴물로 변할지까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성이라는 불가사의, 이경이라는 여자의 인생, 스위트홈의 세계관까지 파악하고 들어간 덕분에 실전에서 자신감이 있었다. “이경이 이미 내 안에 있었고 그걸 감독님도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더할 생각하지 않고 담백하게 갔다. 그럴수록 이경의 감정이 선명하게 올라왔다.” 시즌3 첫회, 본래의 이경과 환영 속 이경이 만나는 1인2역 장면은 이시영에게 전 시즌을 통틀어 가장 힘든 신이었다. “선과 악, 흑과 백의 엄마를 구별되게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여러 버전을 찍으며 딸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과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 그 사이의 혼란까지” 모두 전해지길 바랐다. 절체절명의 순간, “가야 돼, 이수야”라고 딸의 이름을 처음 부르는 대사를 뱉었을 때 가슴에 북받치는 뜨거운 무언가를 이시영은 여전히 기억한다. 이수라는 이름은 그가 직접 지었다. “감독님이 자식 작명은 엄마의 몫이라며 내게 넘겨주셨다. 이수는 이경의 이, 현수(송강)의 수를 따서 지었다. 둘이서 이수를 키웠으니까… 그래도 되는 거 아닐까. (웃음)” <스위트홈>은 배우 이시영을 엉뚱하고 발랄한 고착된 이미지에서 끄집어내면서 명실공히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처음으로 거대한 세계관의 일부가 되어보고 감독님에게 내 의견을 디테일하게 전한 경험이 배우 이시영을 다른 챕터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줬다.” 배우이자 엄마인 이시영의 또 다른 강력한 정체성은 틱톡커다. 개인 SNS 계정에 짜임새 있는 콘텐츠를 활발히 올리며 극작품 바깥의 재미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코미디, 멜로, 일상까지 이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장르를 다 해보고 있다. 내 장점을 발견할 수 있고 무엇보다 즐거우니까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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