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은 <스위트홈> 시리즈에서 사실상 1인다역을 연기했다. 시즌1에서 전직 살인청부업자 편상욱으로 먼저 등장해 그의 신체를 강탈하는 정의명(김성철)에게 신체를 지배당한 뒤 사실 그의 진짜 정체는 서이경(이시영)의 약혼자이자 임 박사(오정세) 최초의 실험체 남상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진욱은 “생명체의 기본적인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춰” 이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미 남상원도 정의명도 편상욱도 아니다. 오히려 인격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면 너무 복잡해질 것 같아서 모든 캐릭터가 섞여 있는 상태를 먼저 생각했다. 시기마다 이 인물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그렇게 편상욱을 지배한 남상원은 “인간들에 대한 증오만 남아 약육강식의 세계를 꿈꾼”다. 자신의 딸아이(김시아)를 마주할 때도 다른 사람과 다르게 대하지 않는 대목이 가장 극단적인 묘사다. 이진욱은 이를 “오히려 자기 새끼를 물어 죽이고 먹는 동물”에 비유했다. 그리고 “오히려 불완전하고 나약한 인간이었기에, 하필 강력한 멘털을 가진 편상욱의 신체를 차지하면서부터 여러 가지 오류를 일으키고 극 중에서와 같은 최후를 맞이하게 됐다”고 해석했다.
<스위트홈> 시리즈 이전에 이진욱의 가장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로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을 꼽는 사람들은 그가 의외로 장르물에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는 것을 안다. “나는 평범한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집안이 몰락하고 다시 살아나고…. 사실상 데뷔작이었던 <연애시대>도 호텔 재벌가의 혼외 아들이라 갈등을 겪는다.” 왜 그런 캐릭터들이 잘 어울리는 것 같으냐고 물었다. “내 얼굴에 어둠이 있다더라. 그래도 이겨내는 꿋꿋함이 보인다나.” 그렇게 이진욱의 덜 알려진 매력을 먼저 간파한 창작자들, 이를테면 이응복 감독 같은 이들은 일견 로맨스 장르에 강하고 거친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이진욱을 편상욱 캐릭터에 소환했다. 배우는 “이응복 감독님이 모험을 한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응복 감독 역시 <스위트홈> 시리즈에서 애착 가는 캐릭터로 편상욱을 꼽는다. <스위트홈> 시즌3 이후 이진욱은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를 시작으로 <오징어 게임> 후속 시즌, 영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검은 수녀들> 등 다양한 차기작이 예고되어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매 작품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임한 결과다. 최근 함께 작업하는 관계자들은 그에게 “원래 좋은 배우인 건 알고 있었는데 지금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단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좋은 배우다. 그냥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언젠간 잘 맞는 작품을 만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온다. 배우란 직업이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