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연이 1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씨네21>과의 만남 또한 1년 만이다. 가가연은 이번 방한 중 부산국제영화제의 동네방네비프에서 열린 <상견니>의 야외 상영에 함께해 <상견니>의 팬덤을 만났고, 2024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OTT어워즈의 본심 심사에 참여해 아시아 각지에서 만들어지는 문화 콘텐츠를 확인했다.
<상견니>가 5년 전 작품인데 부산에 와서도 <상견니>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나 역시 <상견니>를 촬영할 당시에도 대본이 너무 좋아서 본 방송을 기다렸을 정도다. 가끔 내게 다가와 “저 <상견니> 좋아해요!”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정말 수준 높은 분이다’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웃음)
- <상견니>의 상영 이외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경험한 인상적 순간이 있다면.
올해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OTT어워즈의 심사위원이었다. 지난 9월부터 본심에 오른 수많은 후보작을 일일이 섭렵했는데, (인터뷰일 기준) 어제 작품 속 출연진이 모두 내 눈앞에 있어 신기했다.
- 10여년 전 출연한 <사랑한다고 말해줘> <꼭 결혼해야 하는 여자: 필취여인> 등을 현재 한국의 OTT에서 관람할 수 있다. 지금 다시 이 작품들을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드나.
<꼭 결혼해야 하는 여자: 필취여인>은 부산에서 일부 촬영했기 때문에 인연이 묘하다. 만약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난다면 “너 자신을 좀더 믿어도 돼”라고 다독이고 싶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던 시기라 나 자신이 불편했거든.
- 최근 대만에서 <헬로, 굿바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평소 글쓰기가 취미였는지.
꾸준히 글을 써왔다. 친구들과 대화 중 떠오른 상념을 글로 써두고, 오랫동안 일기를 썼다. 배우 데뷔 초창기엔 캐릭터를 분석할 때도 캐릭터의 자서전을 쓰는 방식으로 배역에 접근해갔을 정도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내가 썼던 사랑에 관한 단상을 읽고 출판사와 나를 연결해줬다. 그렇게 책을 내게 됐다. 연기든 글쓰기든 창조 행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 작가뿐 아니라 유치원 교사로도 근무했다. 다양한 경험이 연기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
그렇다. 어떤 일이든 내가 삶에서 겪는 모든 사건은 연기에 도움을 준다. 경험에 비례해 사람을 바라보는 이해도와 포용력이 깊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겐 일상이 소중하다. 나의 삶에 충실할수록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지금껏 내가 연기한 배역은 전부 다르지만, 모두 나의 일부와 조금씩 닿아 있다.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하나의 지점을 찾고, 그 지점을 파고들며 캐릭터에 공감할수록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