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도착!”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송운화가 인터뷰 룸에 입장하며 레드카펫 포토월에 선 양 너스레를 떤다. 이후 자리에 착석한 송운화는 기자에게 이 인터뷰가 혹시 영상으로도 나가는지 물었다. 그럴 리 없다고 답하자 송운화는 그럼 편하게 수다나 떨자며 킬힐을 벗어던지고 소파가 안마 의자라도 되는 양 드러누웠다. 한몸 바쳐 좌중을 편하게 만든 후 진중한 대화를 이어가는 송운화의 모습에 <나의 소녀시대>(2015)의 수선스러운 린전신과 <안녕, 나의 소녀>(2017)의 굳센 소녀 리은페이가 자연히 겹쳐 보였다.
- 올해 <나의 소녀시대>의 10주년을 맞아 전 배우와 스태프들이 동창회를 가졌다고 들었다.
사실 배우들과 자주 만났는데, 기념일에 작정하고 만난 건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10년 전 나와 린전신이 비슷한 나이여서 그런지 린전신과 깊이 동일시하며 현장을 즐겼다. 그런데 이젠 조금 거리가 생겼다. 작품의 제목처럼 내가 ‘소녀’였던 시절, 찬란한 청춘의 한시절로 기억한다. 이날 작품의 O.S.T인 <소행운>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관람했다. 다 같이 뮤직비디오를 보며 각자의 지난 10년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결혼해 아이를 낳고, 누군가는 배우가 아닌 뮤지션의 삶을 산다. 각자 다른 갈래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그래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친구를 안으며 나의 과거도 함께 껴안은 시간이었다.
- 올해 초 한국과 대만의 합작영화인 <아무도 모르는 집> 촬영을 끝냈다. 중국어 대사만 들어도 반사적으로 한국어로 말할 정도로 3개월간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던데.
중국어와 한국어의 공명 구조가 달라 발성을 바꾸는 데 우선 주력했다. ‘안녕하세요’를 발음해도 중국어라면 성조가 있을 텐데, 한국어를 말할 땐 그 성조를 모두 빼는 훈련을 하느라 쉽지 않았다. 다들 내 마음을 아는지 (정확한 발음으로) “천천히 해~”라며 격려해주었다.
- 외국어를 학습하는 일과 외국어로 연기하는 일은 분명 다른 기제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지 않나.
처음엔 3개월 정도 연습하면 오늘 같은 자리에서 한국어로 인터뷰가 가능할 줄 알았다. 어림없는 기대였다. (웃음) 한국어에 대해 더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대사를 달달 외웠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간 후부턴 마음 편히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 <나의 소녀시대> <안녕, 나의 소녀>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2021)까지. 대만 청춘영화의 표상으로 활약했다.
곧 서른이 된다. 더는 청춘물에서 학생 역할을 소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나이 그대로의 모습을 투사한 과거의 작품들처럼, 보다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관객 앞에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