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한 장면에 배우의 몫은 얼마나 될까. 그 장면을 손수 지휘한 연출자, 장면을 위한 대사를 쓴 작가는 크레딧이 명확하지만, 그 장면을 온전히 체화하는 배우는 얼마만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배우 가진동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본인의 행동으로 대신한다. 올해 7월, 가진동은 자신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의 한국 리메이크 소식을 듣고, 주연배우 및 제작진과 미팅을 가졌다. 그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각본가도, 감독도 아니었지만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든 영화를 향한 책임감으로, 작품이 해외 각국에서 재탄생할 때마다 꼭 찾아 관람한다. 가진동은 이번 만남에서 대만과 한국의 문화 차이가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논의했다. “지진을 포함한 재해의 빈도, 풍등을 날리는 문화 등이 한국과 대만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원작의 중요한 설정이 한국판에선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했다. 수많은 나라에서 아직도 사랑을 받는 작품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영광이자 행운이다.” 그에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특별한 이유엔 작품을 쓰고 연출한 소설가 겸 영화감독 구파도와의 인연도 포함된다. 가진동은 구파도 감독과 <몬몬몬 몬스터>(2017),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2021), <미스 샴푸>(2023)까지 연출가와 배우로 호흡한 것은 물론, 구파도 감독이 쓴 <흑교육>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지난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가진동은 지난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는 “2024년 현재엔 의외로 배우보단 감독으로 현장에 존재할 때 더 즐겁다”고 말한다. “숏을 어떻게 구상할지, 어떤 디렉션을 건네 배우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면 12시간은 그냥 지샐 수 있”기 때문이다. 연출 경험은 이후 가진동이 배우로서 배역에 접근하는 방법에 새로운 길을 보탰다. “확실히 상상력의 범위가 커졌다. 메가폰을 잡아보니 이젠 배우로서 내 연기뿐만 아니라 현장의 카메라, 세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어우러져 전체 중 일부로 기능할 수 있을지 고심하게 된다. 다만 배우는 현장의 일원이고 작품을 책임지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감독의 디렉션에 정말 잘 협조한다. (웃음)” 감독 데뷔를 포함해 가진동은 솔로 앨범 발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23)의 더빙 등 실사 연기 외의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무한 확장 중이다. 하지만 가진동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아직 못해본 도전이 수두룩하다. 빌런도 한번도 못해봤고, 외국어 연기와 수어 연기도 못해봤다.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배우, 감독들도 아직 많다.” 멈추지 않을 그의 도전기를 끝까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