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카메라가 보호하는 방법, <수연의 선율> 최종룡 감독
2024-10-25
글 : 박수용 (객원기자)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K촬영상과 초록뱀미디어상을 수상한 <수연의 선율>은 대구의 지역영화 공동체에 단단히 뿌리내린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옛 대구 동성아트홀 팬카페의 영화제작 소모임에서 출발한 최종룡 감독의 열정은 7년 뒤 첫 장편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해 2관왕에 등극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가 나고 자란 대구의 풍경과 세태는 자연스레 그의 영화의 자양분이자 <수연의 선율>의 무대가 되었다. 방과후 교실 강사 경력은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갈증을 낳았고, 인구 감소를 마주하는 지방 도시의 현실은 “환경의 도움 없이도 자립적으로 현실을 헤쳐나가는 아이들”을 그리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객관적으로 본 아이들은 무척 총명하고 때론 영악하다. 하지만 보호자나 어른들의 ‘애들이 뭘 알겠어’라는 단순한 시선에서는 그저 어린애로만 보일 것이다.”

때로 아이들보다 순진한 면모를 보이는 양어머니 한유리는 어른의 무심한 시선이 행하는 비가시적 폭력의 대표자다. “유리라는 이름처럼 무관심으로 점철된 쇼윈도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부모의 태도 중 가장 나쁜 것이 무관심이라 생각한다. 물리적 폭력을 쓰지는 않더라도 그저 아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선율에게는 더 힘들지 않을까.” 이 점에서 유리 가족이 운영하는 육아 브이로그는 “각자 보여지는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어떤 허구의 개념”일지도 모를 가족의 단면을 확대하는 도구다. “유리의 양면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브이로그의 자막에 후원 계좌 정보를 넣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웃음)” 하지만 수연을 바라보는 카메라에는 따뜻한 어른의 응원을 담고자 했다. “고립된 아이를 보며 저절로 불안해졌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만약 카메라가 수연을 보호해주는 장치라면 그를 예쁜 숏으로 감싸줄 것인가, 아니면 조금 거칠더라도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며 지켜봐줄 것인가. 즉 보호의 방법에 대한 문제였다.” CGK촬영상을 받은 강종수 촬영감독과 최종룡 감독의 선택은 관찰자의 불안에 솔직해지는 것이었다. 이에 수연이 유리를 만나기 전 가족을 찾아 헤매는 전반부와 유리 가족이 해체된 후반부의 장면은 거친 핸드헬드로, 수연이 유리 가족 내에서 심적 안정감을 찾아가는 중반부의 장면은 “카메라를 고정해 깔끔하고 정돈된” 숏으로 촬영했다.

아이들의 섬세한 관계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은 역시 아이들이다. 특히 말갛고 위태로우면서도 영악하고 불투명한 수연의 다채로운 표정을 그려낸 김보민 배우와 감정적 난이도가 높은 선율의 중의적 대사들을 훌륭하게 처리한 최이랑 배우의 이중주가 난연한 화음을 자랑한다. 최종룡 감독은 김보민 배우는 “얼굴에 풍부한 감정이 담겨 있다”, 최이랑 배우는 “나이답지 않게 리허설 당시 가장 얌전했다”며 뛰어난 아역배우들을 발굴한 비화를 밝혔다. 오랜 기간 아이들의 친구이자 교사로 활동한 그의 경력은 리허설 과정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이다 보니 여러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각각의 대사가 어떤 감정을 띨 것 같은지 대화하는 과정을 충분히 가졌다.” 매주 리허설을 거듭할수록 “배우들이 재미있어했고 나 또한 이들의 연기에 자신이 생겼다”고 전하는 그의 미소에서 아이들의 단단한 세계를 향한 깊은 존중과 애정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