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사실주의인가 우울인가, 한점의 희망까지 녹이는 기후 위기 시대의 염세주의,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
2024-11-27
글 : 김경수 (객원기자)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 산성비가 내리는 근미래. 노동자 미셸(기욤 카네)은 전처 엘리스(레티시아 도슈)에게서 딸 셀마(파스장스 문헨바흐)를 데리러 와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프랑스에도 산성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다. 기적적으로 만난 셋은 산성비를 피해 서둘러 벨기에로 향한다.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는 폐쇄된 공간과 우주적 공포를 그려낸 연출과 비전에서 <우주전쟁>(2005)과 닮아 있다. 재난영화의 클리셰를 따라가면서 세대 갈등과 기후 난민, 계급 등 기후 위기를 둘러싼 복잡한 정치적 맥락을 가족 서사의 틀에 녹이는 데 공들인다. 인물의 서사가 깊지 않고 미셸과 셀마간의 갈등 구조가 다소 도식적으로 보이지만 생태주의 영화로서의 의의는 충분하다. 다만 산성비의 물성을 고려하지 않은 영화적인 허용이 SF 장르로의 완성도와 엄밀성을 반감한다는 점이 아쉽다. 2023년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 상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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