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독창적인 힙합 비주얼과 성공학 자기 계발서의 모순된 공존, <피스 바이 피스>
2025-01-08
글 : 김경수 (객원기자)

<Happy>와 <Get Lucky> 등을 만들고 그래미상을 13회나 거머쥔 뮤지션, 타고난 패션 감각으로 스트리트 패션 붐을 일으키고 루이비통의 남성복 디렉터로 활동하는 패션 아이콘. 아티스트 퍼렐 윌리엄스의 스펙트럼은 한 사람이 한 일이라고 보기에 놀랍고 다채롭다. <피스 바이 피스>는 레고 무비와 다큐멘터리 장르를 혼합한 실험적인 형식으로 그의 경력을 스케치하는 전기영화다. 이 형식은 창작을 레고 블록의 분해와 조립처럼 보는 그의 사유를 반영한 것이다. 여러 장르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영화의 스타일은 대체로 신선하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퍼렐 윌리엄스는 물론, 제이지, 푸샤 티,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그의 삶에 영향을 준 인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각본을 구성하고 실제 인터뷰 음성을 캐릭터의 대사로 쓴 연출이 인상적이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다큐멘터리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퍼렐 윌리엄스의 공감각과 예술적 상상력을 그의 히트곡에 녹이려 뮤지컬 장르의 문법을 도입하고 그의 뮤비를 오마주한 연출도 팬 무비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실존 인물의 외양을 섬세히 반영한 캐릭터디자인과 레고 질감을 극대화한 비주얼도 눈을 즐겁게 한다. 다만 전형적인 플롯이 장점을 반감한다. 버지니아에서의 유년기와 프로듀서로서의 전성기, 슬럼프와 재기까지 그의 삶은 성공 신화의 공식을 답습한다. 시종일관 긍정 예찬만 반복하는 영화의 태도는 전기영화라기보다 자기 계발서에 어울려 보인다.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이력이 생략된 구성과 삶과 예술간의 영향 관계가 잘 드러나지 않는 깊이 없는 시선도 전기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떨어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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