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2025-02-18
글 : 김송희 (자유기고가)
맥스 디킨스 지음 이경태 옮김 창비 펴냄

정확히 이 책의 도발적인 제목처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남자 친구에게 가졌던 비슷한 의문이 있다. 왜 그는 10대 때 만난 사람만 친구로 여기는가. 한 부서에서 일하며, 일주일에 세번 술잔을 기울임에도 그 사람은 직장 동료지 친구는 아니라고 하는 그에게 “고등학교 친구들은 1년에 두번 만나고, 회사 동료는 일주일에 두번 만나는데, 누가 더 가까운 거냐?”라고 반문하고 싶었다.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의 저자 맥스 디킨스는 인류학 박사도 아니고 연구자나 인문학자도 아니다. 영국의 스탠딩 코미디언이다. 저자의 정체성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불러오는데,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는 무엇보다도 끝내주게 웃기다. 남자가 쓴 ‘본격 남성 탐구 보고서와 에세이 그 사이 어디쯤’의 성격 때문에 대부분은 자조적인 유머로 설을 푸는데, 맥스의 약혼자 나오미가 매번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자기는 왜 친구에게 먼저 만나자고 문자를 못 해?”와 같이 평범하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저자에게 문제의식을 가져오는 식이다. 청혼을 위해 반지를 보러 다니다가, 결혼식에 들러리로 부를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한 맥스는 ‘나는 왜 이렇게 친구가 없지’라는 의문을 품는다.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한 ‘남자는 왜 인간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고찰은 학술적 자료를 뒤지고 관련 기사 주변 사례를 청취하는 데까지 확장된다. 남성은 우울함이나 슬픔과 같은 취약한 감정을 드러내는 데 미흡하고, 대신 ‘유해한 남성성’을 뽐내도록 남성 집단 안에서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사마리아인 자살 보고서는 남성 자살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친밀한 사회관계의 부족을 꼽았고, 오늘날 고립된 중노년의 남성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 등은 뉴스에서도 왕왕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매력적인 부분은 그러한 사실을 인지한 저자가 먼저 사회적 관계를 일구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꾸만 원래 습관대로 공격적 농담을 하는 부분이다. 약혼한 친구 부부에게 샴페인을 보내며 그는 이런 메시지를 동봉한다. “너무나도 힘든 시기를 보내실 텐데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자신이 드디어 친구에게 먼저 연락했다며 자랑하는 맥스에게 나오미는 말한다. “그런 짓거리는 왜 하는데? 좀 진지해질 순 없는 거야?”

일반적으로 남성 우정에서 이루어지는 주요 경쟁은 농담이다. ‘오줌 멀리 갈기기’처럼 농담이 단순한 재미나 조롱이 아니라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로 이루어지는 경우 농담은 지위의 도구, 즉 서열을 보여주는 도구가 된다. /64~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