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요괴 나라 대만 1 : 요귀신유권>, <요괴 나라 대만 2 : 괴담기몽권>
2025-02-18
글 : 이다혜
허징야요 글 장지야 그림 김영문 옮김 글항아리 펴냄

“전설에 따르면 하늘과 땅이 생성될 때 모든 물이 모여서 바다가 되었다. 아득하고도 푸르게 넘실대는 해양 속에 거대한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는데 아무도 그 이름은 모른다.” <요괴 나라 대만>의 ‘총론’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대만섬이 어떤 신화적 작용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논하며 시작해 산과 바다 사이에 번식하는 요괴와 귀신의 존재를 하나하나 짚어가겠다는 선언이다. <요괴 나라 대만1: 요귀신유권> <요괴 나라 대만2: 괴담기몽권> 두권으로 출간된 <요괴 나라 대만>은 1권 824쪽, 2권 640쪽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데, 대만섬의 옛날부터 현대까지 300여년 동안 전해진 고문서 수백권 중에서 추린 요괴 이야기와 시골 괴담을 채록한 결과물이다. 대만 소설에서 적잖이 등장하는 요괴와 귀신의 존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괴이(怪異)가 국가별로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작가 허징야요는 판타지, 추리, 역사를 넘나드는 작품을 창작하는 소설가인데, 현대 도시에 서식하는 요괴에 대한 미스터리 소설 <괴물들의 미궁>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소설의 영감과 소재의 원천으로 삼으려고 고문서의 기록을 수집하다가 자료의 양이 방대해지자 <요괴 나라 대만>이라는, 대만의 요괴와 괴담에 관한 백과전서를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허구’와 ‘진실’이 공존하는 책입니다. 절반은 진실의 흔적이고, 절반은 근거 없는 환상입니다”라는 책 속 문장은 요괴 이야기, 귀신 이야기가 갖는 의미를 잘 풀어낸 설명일 것이다.

색인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한 <요괴 나라 대만>은 소개글과 원전을 나란히 소개하는데, 대항해시대 및 그 이전(1662년 이전), 명청 시대(1662~1895), 일본 통치 시대(1895~1945)로 크게 나눈 뒤, 그 시대에 한인과 서양인이 남긴 기록과 원주민 세계를 아우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과 그림 등 자료도 풍성하게 실려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실제 있었던 끔찍한 사건이 민간 전설의 분식을 거치면서 괴담으로 변화하기도 하는데, 2권에 실린 ‘기륭의 7호방 참사’라는 사건이 그런 경우다. 일본 통치 시대에 있었던 아내 토막 살인사건은 원혼이 신령한 행적을 보였다는 전설이 보태졌고, 영화와 TV드라마에서도 이 사건을 극화했다는 식이다. 한번에 일독하고 치우기보다는, 오래오래 곁에 두고 수시로 들춰보기에 즐거울 책이다.

대만 민간 전설에서 ‘죽간귀’는 특수한 귀신의 하나다. 평소에는 대숲에 숨어 있기를 좋아하고, 만약 사람이 대숲을 지나가면 대나무를 굽혀서 길을 막기도 한다. 일단 대나무 귀신에게 잡힌 사람은 자신의 혼백을 빼앗길 수 있다. /2권 4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