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세트(1~4)>
2025-02-18
글 : 이다혜
연산호 지음 비채 펴냄

웹소설은 제목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인지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야 독자의 ‘유입’이 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 낚시가 중요하다고 하고, 특정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인기 있는 키워드는 그 시기의 웹소설 트렌드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나 혼자’, ‘악녀’ , ‘복수’ 같은 단어들은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키워드들이었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제목부터 신기하다. 무슨 내용인지 도통 추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연재가 시작되고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연산호 작가는 큰 반응 없이 연재를 쌓아갔는데, 눈 밝은 독자들이 ‘어바등’(<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를 줄여 부르는 말)의 진가를 발견하면서 ‘SF 어워드’ 웹소설 부문 대상과 ‘리디 어워즈’ 판타지 e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의 절반 정도 분량인 4권까지가 먼저 출간되었다. 땅의 자원은 고갈되고, 우주 개발은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바다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된 근미래, 치과의사 박무현은 수심 3천 미터에 설립된 해저 기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런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해저 기지에 물이 새기 시작한다. 박무현은 그길로 자기 방을 나가 옆방 문을 하나씩 두드리기 시작한다. “일어나세요!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물이 새고 있어요!” 어느 방에서는 해저 기지 반입이 금지된 고양이가 나오는데, 박무현은 고양이를 배낭에 집어넣고 또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탈출정 자리를 두고 다툼이 일어나고 생존을 위협하는 일들이 벌어져도, 박무현은 타인을 향한 선의를 굽히지 않는다. 매력적인 조연들(등장하기 전부터 몹시 인상적으로 언급되는 신해량 팀장을 비롯해)이 등장하고, 이 이야기의 시간 구성 방식(스포일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이 분명해지면서,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는 아주 골치 아프고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어간다. 급박한 상황에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오지랖이 되는 시대에 연산호 작가는 박무현에게 “나는 선의의 순환을 원한다”라는 대사를 준다. 시시각각, 그리고 거듭해 몇번이고 삶과 죽음을 오가는 상황에서 박무현은 자신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해저 기지에서 수상쩍은 종교 단체의 활약상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암울한 긴장감이 한층 더해진다.

웹소설 입문작으로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박무현과 신해량을 보기 위해서 드라마화가 되었으면 싶은 작품이다. 소시민과 괴물의 협력적 조합,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는 뱉지 말고 입안에 그대로 두세요… 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치료를 하지.” /1권 2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