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차우민)과 건엽(홍민기)에겐 각자의 분명한 목표가 있다. 연백파 보스의 아들로서 한울은 아버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한편으론 아버지에 대적할 힘을 기르기 위해 유성공고 서열 1위가 되어 학교를 자신의 왕국으로 조직해나간다. 한편 건엽의 관심은 온통 돌아가신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데 집중돼 있다. 말수도, 표정 변화도 적은 두 인물의 존재감은 차우민, 홍민기 배우의 열연으로 한층 정교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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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민 감독님이 원래 이전에 빌런 역할을 했던 배우에게는 한울 역을 맡기지 않으려고 하셨다더라. 그런데 내가 1차 오디션 때 낸 영상을 보고 나를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다. 처음에 내가 염두에 둔 캐릭터는 한울이 아니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오디션을 거듭하며 내게 한울 역을 제안해주셨고 솔직하게 부담스럽다고 말씀드렸다. 오디션 전날 합정역에서 피한울 원작 캐릭터의 생일 축하 전광판을 봤는데, 그 정도로 인기가 많은 캐릭터를 내가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독님이 “우민씨가 리딩할 때 같이 있던 제작진들의 눈빛이 답을 줬다”고 하셨다.
홍민기 2차 오디션까지 본 다음에 <스터디그룹> 웹툰을 봤는데 건엽이가 내게 잘 어울릴 거라 직감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생김새가 비슷해서였다. 그래서 건엽이를 열심히 준비해서 오디션장에 갔고 다행히 감독님도 내가 건엽이 역에 잘 맞는다고 판단하셔서 배역을 따낼 수 있었다.
- 차우민 배우는 예상치 못한 캐릭터, 홍민기 배우는 바라던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맡은 인물에 어떻게 접근했는지도 설명해준다면.
차우민 한울이가 원작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인물이라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감독님과 여러 차례 상의를 거쳤고 새롭게 살을 붙인 부분들이 있다. 가령 원작에서보다 한울의 분위기를 더 묵직하게 가져가고,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친구라는 설정도 깊게 파고들었다. 스터디그룹 멤버들이 등장했을 때와 내가 나왔을 때의 분위기 차이가 극명해야 한다고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셔서 한울이 풍기는 분위기도 신경을 썼다. 반대로 나의 일부가 한울이에게 반영되기도 했다. 극 중 한울이는 책과 음악을 좋아한다는 설정인데 이는 실제 내 취향이 녹아든 결과다.
홍민기 건엽이는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은 캐릭터지만 짧은 신 안에서도 다양한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이 친구의 본성에 관해 파고들었다. 건엽이는 주로 조력자 역할로서 등장한다. 특히 반드시 도와줄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기어코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때문에 건엽이가 친구들에게 어떻게, 왜 다가가는지에 관해 생각하며 연기를 준비했다.
- 한울이의 표정 변화가 크지 않고 속내도 잘 드러내지 않아 연기하기 쉽지 않았겠다.
차우민 그렇다. 그런 한울이에게 큰 파장을 주는 인물이 스터디그룹 멤버인 가민(황민현)이다. 가민이는 한울이에겐 너무 재밌고 흥미로운 존재다. 때문에 한울이가 가민이를 받아들여가는 상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 건엽이는 어머니에게 해를 가한 진범을 찾을 때 공권력 혹은 학교 선생님과 같은 어른에게 전혀 기대지 않는다.
홍민기 건엽이는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나도 부모님에게 일어난 일을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은데, 건엽이는 더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엄마에게 일어난 일에 관한 정보를 하나하나 파악해나가는 과정에 놓여 있었고, 목표를 정확히 세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 혼자 움직이길 택한 것 같다.
- 한울과 건엽 모두 액션이 중요한 캐릭터들이다. 어떻게 준비했나.
홍민기 웹툰에서 건엽이는 베어너클 복싱선수다. 그래서 캐스팅이 확정되자마자 집 앞 복싱장에 등록해 배우기 시작했다. 나중엔 아마추어 복싱 대회도 나갔다. 원래 2~3개월 다녔다고 해서 대회에 쉽게 내보내주지 않는데 내가 재미가 붙어 실력이 금방 느니 코치님이 흔쾌히 내보내주시더라. 대회에서 무려 2등을 했다. 물론 3~4명의 참가자 중 2등이었지만. (웃음) 게다가 어릴 때 특공 무술을 해서 다른 액션은 비교적 편하게 익혔다.
차우민 가민과 한울이 적대 관계다 보니 황민현 배우와 합을 맞출 일이 많았다. 액션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흥분할 때가 있고 그러다보면 부상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황민현 배우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자고 말하며 마지막까지 열심히 연습했다. 그래서 액션신을 찍는 날이면 오늘은 탈진하겠구나 생각하면서 현장으로 향했다. 마지막 신에 한울이가 반지를 많이 착용하고 가민이와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민현 배우가 “너 진짜 나 죽이려고 왔구나” 하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 가장 어렵게 촬영한 장면은 무엇이었나.홍민기 폐공장에서 촬영한 4화의 액션신이 난이도가 높았다. 촬영 중 원테이크로 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카메라가 계속 이동하고 회전하는 와중에 다른 배우들과의 합도 잘 맞춰야 했다. 이전에 액션신을 해본 경험이 적어서 서투르게 임한 부분이 있다. 다행히 결과물은 잘 나왔지만 배우로서 내 연기가 100% 만족스럽진 않다. 하지만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차우민 한울과 가민이 싸우는 도중 가민이가 마지막 필살기를 펼치는 신이 있다. CG로 처리되는 장면이라 나 혼자 카메라의 움직임에 맞춰 원맨쇼를 해야 했다. 가장 마지막에 촬영한 액션이었는데 혼자 상상하며 움직이려니 왠지 모를 허탈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계속 감독님에게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라고 물으면 감독님이 “이거 맞아요. 한번 더 갈게요”라고 말씀하시고. 계속 걱정하면서 그 과정을 반복했다. 돌이켜보면 한울이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캐릭터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한울이를 사랑해주셔서 다행이고 뿌듯함도 느낀다.
차우민, 홍민기 배우가 꼽은 서로의 명장면
차우민 “건엽이의 주차장 신이 아닐까. 탐날 정도로 액션이 좋았(잠시 침묵하다) 그런데 무기를 사용한 게 좀 비겁하긴 했다.(웃음)”
홍민기 “억울하다. 가민이는 쌍절곤도 썼는데! (웃음) 한울이는 옥상에서 돌아보는 첫 등장 신이 좋았다. 카메라가 아래에서 비출 때한울이가 고개를 돌리고 그 뒤로 햇빛이 들어온다. 한울이가 잘보여야 하는 장면인데 차우민 배우가 멋있게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