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공도유 배우는 최근에 본 영화로 <서브스턴스>를 꼽았다. 보디 호러가 거뜬한 이종현이 재밌었다고 말한 반면 공도유는 손 틈 사이로 지켜봤다며 상반된 후기를 들려주었다. 아마 이들이 <스터디그룹>에서 맡은 역할들도 비슷한 관람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까. 유성공고 스터디그룹의 현실적인 전략가인 세현(이종현)이 장면을 분석하고 있을 때 은근히 겁 많은 싸움 짱 꿈나무 준(공도유)은 눈을 질끈 감았을지 모른다. 실제 그림체도 극 중 포지션도 다르지만 초심자의 긴장감을 공유한 두 배우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제 막 출발선에서 첫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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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터디그룹>이 두 배우에게 공식 연기 데뷔작이라고. 특별한 작품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어떤가.
이종현 그동안 새 에피소드를 설레는 마음으로 동료 배우들과 지켜봐왔는데 마지막이라고 하니 마냥 아쉽기만 하다. 좋은 사람들과 편안한 현장에서 시작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내 연기가 어땠는지 알 수 없어 주변 친구들에게 후기를 많이 물어봤다. 초반에는 그냥 종현이 너로 보여서 슬픈 장면도 웃기다던 친구들이 점점 세현이가 보인다는 평을 하기 시작했을 때 뿌듯하고 고마웠다. 정말 듣고 싶은 말이었다.
공도유 평생 기억에 남을 경험을 했다. 스터디그룹 동료들을 고등학생 때 만났더라도 정말 재밌게 지내지 않았을까. 드라마가 끝나도 이 친구들과의 다정한 연락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나는 주변에서 원작 준이와 완전 똑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인정받은 것 같아서 뿌듯했다.
- 수많은 카메라와 스태프, 분주한 분위기까지 첫 드라마 현장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았겠다.
이종현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타이트숏, 바스트숏 같은 현장 용어도 헷갈리는 초보였으니까. 그래서 초반에는 그런 기초적인 걸 익히려고 노력했고 용어들이 귀에 익을 때쯤 여유가 좀 생겼다. 촬영이 체력 소모가 심한 일이라는 것도 하면서 알았다. 당시에 설정상 체중을 감량하고 분량까지 많아서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공도유 난 3개월쯤 지났을 때였나. 동료들이랑 완전히 친해지고 나서부터 현장이 편해졌다. 이번에 먹는 신이라는 걸 처음 찍어봤는데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고 하셔서 정말 그렇게 했다. 요령도 없이 계속 먹었던 튀김우동은… 이제 다시는 못 먹는 음식이 됐다. (웃음)
- 스터디그룹 팀장인 가민(황민현)이는 세현이를 “짜증쟁이 같지만 사실 친절하고, 공부도 잘한다”고, 준이를 “겉모습과 다르게 되게 성실하다”고 엄마에게 소개한다. 두 배우의 역할 해석도 궁금한데.
공도유 준이는 까불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꽤 진지한 친구다. 그 진지함은 준이가 우정을 대하는 태도에서 발견된다. 한때 절친이었던 안티(임지섭)를 연백파에서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싸움을 시작하고 자신을 라이벌로 대해주는 가민이에게 진심을 다하는 준이가 참 멋지게 느껴졌다.
이종현 세현이는 팀원 중 유일하게 현실적이고 속이 참 깊다. 까칠하고 예민한 구석도 있고. 무엇보다 가족,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와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 결핍이 많아 벽을 치는 게 자연스러운 친구라는 게 크게 다가왔다. 세현이를 알아가는 데 있어 가민이에 대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큰 도움이 됐다. 동떨어진 삶을 살아왔던 세현이는 가민이에게 난생처음 엄청난 환대를 받는다. 스터디그룹에 들어와 가민이와 친구하기로 했을 때의 세현이의 심정을 이렇게 적어놨었다. ‘깜깜한 방에 작은 구멍 하나가 뚫린 것 같은 느낌.’ 가민이를 만나고 나서야 세현이는 환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 일대일 액션 시퀀스가 있는 최종화 이야기를 해보자. 피한울(차우민) 무리에게서 이한경 선생님(한지은)을 구하려 스터디그룹이 학교로 총출동한다. 준이는 안티와 맞붙는데 공도유 배우는 칼에 찔리는 연기도 당연히 처음이었겠다.
공도유 맞다. 찔리는 상황, 그때의 충격과 고통은 상상하기가 어려워서 처음엔 막막했다. 안티와의 감정 신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나마 풀리더라. 준이가 그동안 눌러왔던 안티에 대한 마음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에 집중했다. 여기서 ‘감정이 폭발하는 상태’를 처음 느껴보고 굉장히 신기했다.
- 세현은 피한울파인 민환(백서후)과 맞대결을 벌인다. 여기서 가민이 엄마에게서 배운 세 가지 기술, 맷집-급소 외우기-손기술을 선보인다.
이종현 세현이가 액션을 잘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어릴 적에 축구를 하기도 했고 몸을 잘 쓰는 편이라 오히려 준비를 덜하려고 했다. 도유 형이랑 비슷하게 접근했는데 혼자 분투하고 있을 가민이와 스터디그룹 지키겠다는 그 마음만 딱 가지고 임했다. 촬영 후반이라 완전히 ‘세현이화’ 된 상태였기에 감정이 저절로 올라왔고 정말 그 인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이런 게 연기가 주는 기쁨일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 이제 다시 출발점에 섰다. 앞으로의 계획이 무척 궁금하다.
공도유 장르 상관없이 다 해보고 싶은데, 누아르 장르와 <오션스> 시리즈 같은 하이스트 무비를 좋아해서 언젠가 꼭 만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만들고 있는 전자음악을 앨범으로 내볼 생각이다.
이종현 올해에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두편 정도 꼭 하고 싶다. <해리 포터> 시리즈,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은 판타지 장르 마니아라 언젠가 이런 거대한 세계관 안에 들어가보길 희망한다. 생활체육 대회에 나가는 것이 개인적인 올해 목표다. 목표 종목은 축구, 막 배우기 시작한 복싱도 좋다.
이종현, 공도유 배우가 서로에게 쓰는 우정 편지
이종현 “형의 첫인상은 참 의외였어. 외적으론 강렬한데 내면엔 감성이 있었으니까. 형은 이런 모습을 콤플렉스라고 여기는 것도 같지만 주변 사람들은 큰 매력으로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자주 망설이곤 하는 나와 달리 항상 자신 있게 도전하고 열심히 하는 형이 진짜 멋있어. 앞으로 형이 연기든 음악이든 그 무얼 하든 간에 진심으로 잘되길 바랄게.”
공도유 “막내 종현아, 네 첫인상은 좋았어. 선해 보였거든. 형이 먼저다가가지 못해서 미안해.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 더 잘해줄 수있는데 아쉽다. 너는 내가 닮고 싶은 친구야. 매일 아침 똑같은시간에 나가서 운동하고 연기 연습하는 네 모습은 내가 매일 상상만 하는 모습이거든.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는 걸 보면 네가나보다 어른이야. 정말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