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씨는 이렇소
“혜수는 연기자로 보면 엄청나게 선배잖아요. 하지만 그 긴 세월 동안 대중적인 스타로서의 변하지 않는 이미지와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외형적 메리트를 뛰어넘는 뭔가 파워풀한 에너지가 있다는 증거란 말이죠. 굉장히 똑똑해요. 단순히 머리가 영리하단 말이 아니라 주변의 일들과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예요. 지나온 세월보다 더 좋은 연기, 더 좋은 영화를 많이 할 잠재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바람난 가족>에 출연하는 걸 결정했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좋더라구요. 이제 김혜수란 배우의 놀랄 만한 진폭을 느낄 거예요.
송강호씨는 이렇습니다
“강호 오빠는 영화와 가족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영화가 생활이고 모든 인생의 중심이고 축인 사람이죠. 의도적인 노력이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사람요. 사실 연기를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같이 작품하기 전부터 알았지만 <YMCA야구단> 촬영을 하면서 또 다른 걸 많이 느꼈어요. 오빠는 영화를 이해하는 마인드가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에요. 툭하고 내뱉는 아이디어나 충고도 감독 디렉션 수준이거든요. 사실 아무리 연기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캐릭터에 몰두하느라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강호 오빠는 정말 와이드한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연기자의 리미트를 넘는 배우죠. 음… ‘살짝천재’예요.” (웃음)
김혜수는 얼마 전 큰 결정을 내렸다. 바로 차기작으로 <처녀들의 저녁식사> <눈물>을 만든 임상수 감독의 신작 <바람난 가족>(가제)에 출연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그가 연기할 ‘호정’이란 여자는 시아버지가 지병으로 힘들어하는 동안 남자친구를 사귀는 시어머니를 응원하고, 변호사인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걸 알면서도 쿨하게 그 사랑을 인정하며 자신 또한 고등학생과 아슬아슬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김혜수가 변했다 하오
“나는 왜 영화를 하면 후져 보일까? 왜 더 규격화되어 있고 과장되어 있을까? 어느 순간 내가 영화를 기술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고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했지만 승부근성, 일욕심, 경쟁심… 나 그런 거 정말 없거든요. 물론 그 모든 게 차고 넘치는 사람처럼 비추어졌지만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생겼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욕심이 생겼어요. 연기를 잘해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에 적응하고 몰두하겠다는 의식이 생겼다구요. 솔직히 예전엔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새로운 사람 만나면 불편해하고, 촬영장에서도 잘 안 친해지고 그랬는데 <YMCA야구단> 찍을 때는 달랐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런 시간들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예전엔 타고난 성격인 줄 알았던 것이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니까 자연스럽고 바뀌더라구요. 물론 토크쇼 끝내고 진지하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고 상의한 적도 있었지만 막막했고 답이 없었어요. <신라의 달밤>을 선택할 때만 해도 지금의 나는 아니었어요. 과거에도 물론 나를 바꿀 찬스들이 있었을지도 몰라요. 아마 모른 채 지나갔겠죠. 하지만 <쓰리> <YMCA야구단>을 거쳤기 때문인 것 같아요. 김지운 감독도 그렇고 강호 오빠도 그렇고 명필름 식구들도 그렇고, 영화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서 가능했던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바람난 가족>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거고. 옛날 같으면 아마 안 한다고 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결코 혼자 되는 건 아니거든요. 주변 사람들은 내가 변해야 한다는 걸 이미 알았을지도 모르는데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줬던 것 같아요. 내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내가 스스로 깰 때까지…. 그래서 지금이 저한테는, 배우 김혜수에게는 정말로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