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의 김혜수·송강호 [1]
2002-09-25
글 : 백은하 ( <매거진t> 편집장)
사진 : 이혜정
한참 달라졌소,지금도 변하고 있소

“깍! 너무너무 오랜만이다.” <YMCA야구단> 촬영에 <쓰리> 개봉까지, 한여름을 다 바쳤던 김혜수에게서는 오랜만에 가진 달콤한 휴가의 여운이 온몸에서 풍겨져 나왔다. 반면 <YMCA야구단> 촬영을 마치자마자 <살인의 추억>이 오버랩된 송강호는 거뭇거뭇 아무렇게 난 수염에, 회복기에 접어든 아폴로 눈병까지, 이미 며칠 잠복근무 마친 형사냄새를 폴폴 풍기며 스튜디오 문을 열었다. 마치 한여름과 한겨울의 전선이 뒤엉키는 듯한 기이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타이트한 드레스와 깔끔한 슈트를 갈아입고서 카메라 앞에선 송강호와 김혜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100년 전 가을의 귀여운 신여성 민정림과 엉뚱한 선비 호창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호창을 알고 싶소?

“사람들은 호창을 보자마나, 저건 송강호 스타일이네, 연기하기 편하겠네, 했는데 정말 반대였어요. 오히려 <복수는 나의 것>이나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드러나는 강렬한 라인이 있는 연기는 편할 수 있거든요. 물론 모든 연기가 어렵죠. 하지만 그런 영화들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지 한번 받아들이기만 하면 쭉 따라가면 되거든요. 그런데 호창은 달랐어요. 라인이 드러나지 않는 영화에서 라인이 드러나지 않는 연기를 하면서 전체를 지배할 힘을 깔고 가야 한다는 강박,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사실적인 코미디를 해야겠다는 욕심, 100년 전 코미디라는 판타지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부담도 있었고…. 오히려 굉장히 피를 말리는 작업이었어요. ‘연기술’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고도의 연기술이 필요한 역할이었죠.”

정림이 궁금하십니까?

“TV에서 시대극을 많이 해서 솔직히 이제는 시대극은 그만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YMCA야구단>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화장실에서 ‘암행어사 출두요’ 하는 부분을 읽는데 가슴이 찡하더라구요. 감독이 가볍지 않은 웃음과 심각하지 않은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작은 인물들까지 생명이 느껴졌죠. 그런데 문제는 정작 민정림이었어요. 처음에 만난 민정림은 굉장히 장치적인 캐릭터처럼 보였거든요. 생명력이 없다는 느낌이 강했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영화의 비주얼에 내가 들어가고 싶다, 는 욕구를 버릴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아마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민정림의 캐릭터를 조금씩 첨가, 삭제,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생명력 있는 인물로 바꿔나갔어요. 단순히 신여성이다, 외국문화를 접해서 계몽의식이 있다, 이런 것을 통로로 접근하진 않았다는 거죠. 그냥 그런 부담을 뺀 자연스러운 여자로 받아들였죠.”

“제주도만 빼놓고 전국 팔도를 다 돌아다녔다”고 할 만큼 첩첩산중 전봇대 없는 지방을 돌며 촬영을 감행했던 <YMCA야구단>의 배우들은 그 어떤 영화의 배우들보다 “끝내주는 팀워크”로 뭉쳐졌다. 게다가 이들은 야구영화라는 특성상 클로즈업은 없지만 누구 하나 빠지면 안 되는 ‘점연기’ 속에 인내심을 키웠고, 긴 기다림의 시간에 공기놀이도 하고, 쿵쿵따도 하고, 흙에다 물 부어 찰흙놀이도 하면서 아이들 같은 우정을 쌓아나갔다. 때론 아팠느냐, 밥먹었느냐, 꼼꼼히 챙겨주는 오빠와 여동생으로, 때론 따뜻한 눈빛을 나누는 연인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용히 풀어놓은 서로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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