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당돌한 성년 실습, <마들렌>의 신민아
2003-01-08
글 : 최수임
사진 : 정진환

햇빛, 바람, 물, 그리고 알코올. 신민아에게는 이 ‘물질’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알레르기 유발요소라는 점. 투명한 피부에 씩씩한 웃음으로 무장하고 ‘세상무적’인 듯 보이지만 신민아는 보기보다 외부 세상에 대해 연약하기만 한 소녀다. 술만 마시면 몸이 붉어지는 알코올 알레르기 때문에 스탭이나 동료 배우들과도 술 한잔 제대로 기울이지 못하고, 바람에 물에 햇빛 알레르기까지 온갖 알레르기의 공격에 시달리는…. 2003년 새해는, 그런 신민아에게 ‘유리온실’을 깨고 나오는 해가 될 것 같다. 스무살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서, 신민아는 다른 자신을 꿈꾸고 있다. “술도 벌컥벌컥 잘 마시고, 터프하게 한손으로 핸들을 돌리며 운전도 하고… 그러고 싶어요. 이제 곧 성년식도 할 거니까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저한텐 그런 것, 환상이었어요.” (웃음)

열아홉의 신민아가 찍은 영화 <마들렌>은 신민아의 그런 ‘스무살 이후’를 조금은 엿보게 하는 영화다. <마들렌>의 여주인공인 미용사 ‘희진’은 인형뽑기 오락을 좋아하는 아이 같은 구석도 있지만, 휴대폰에 남자이름 100명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추진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에게 ‘한달간의 계약연애’를 제안하기도 하는 당돌한 ‘여자’. 영화는 갓 스물을 넘었을 법한 여자(아이)의 슬프고 또 기쁜 여러 감성의 국면들을 아기자기하게 담아낸다. 차가운 바람에도 물에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신민아지만, 그녀는 <마들렌>의 ‘희진’이 되어서는 노란 우비 하나 달랑 걸치고 줄창 살수기가 쏟아내는 비를 맞으며 진 땅을 뒹굴었고, 새벽 공기 가르고 쌩쌩 신문도 날랐다. 스무살 예행연습이랄까. 영화 촬영 전 3개월 동안 미용 연습을 해서 극중에서 직접 지석의 머리를 자르고 염색하는 실력을 보이기도 한 신민아는, <마들렌> 영화 하나를 찍으며 여러 가지 ‘성년’의 가상현실체험을 한 셈이다.

검도복을 입고 찰랑이는 머리를 뒤로 묶은 뒤 힘차게 검도를 내리꽂는 <화산고>에서의 신민아의 모습이 정말이지 인상적이긴 했지만, 신민아 자신은 <화산고>보다는 <마들렌>에 더 진지해지는 모양이다. “<화산고>는 블록버스터라는 부담감도 컸고, 사람들 기대도 너무 많아서 힘들었어요. 막상 연기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막연한 기분뿐이었죠. 배우가 물론 비주얼이 돼야 하고, 연기는 하는 만큼 느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외모가 배우에게는 자산이라고들은 하지만, 두 번째 작품이라서 그런지 이번에는 예쁘고 안 예쁘고보다는 연기를 잘했나, 어색하지는 않나에 더 신경을 썼어요.”

신민아는 중학교 때 소풍날 찍은 사진으로 모델에 데뷔한 러키걸이다. 이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이고, 사실은 당시 소풍날 찍은 사진이 그냥 친구들하고 찍은 기념사진이 아니라 잡지사에 보내려고 한껏 멋내고 준비해서 야외촬영한 사진이라고. “그때 막 하이틴 패션지들이 창간될 때였어요. 친구들이랑 그런 데 내려고 서로 사진을 찍었는데 제가 붙었죠.” 어쨌건 친구들끼리 찍어 잡지사에 보낸 사진으로 모델에 데뷔한 신민아는 이후 여러 광고와 뮤직비디오에서 예의 ‘비주얼’로 승승장구했고, 2001년 <화산고>에서 검도부 주장 ‘유채이’ 역을 맡으며 영화에 데뷔했다. 일상의 다양한 연기가 더욱 필요했던 영화 <마들렌>은 주로 이미지로 승부했던 신민아에게 작지 않은 도전이었고, 스스로 어느 정도 만족할 만큼 그 도전을 해내었다. “배우라면 자기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자기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에서는 희진의 감정노선이 바뀌는 게 제일 힘들었죠. 계약연애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연기를 하다보니 긍정적으로 보게 됐어요.”

신민아는 판타지무협 <화산고>, 멜로영화 <마들렌>과는 또 다른 정지우 감독의 이색공포영화 <두 사람이다>로 올해 중 세 번째 영화에 도전한다. “앞으로 계속 영화를 할 거고, 굉장히 무수한 캐릭터들을 만나겠죠. 나이에 비해 조금 빨리 여러 장르를 해보는 것 같지만, 앞으로가 훨씬 더 다양할 거예요.” 신민아가 꿈꾸는 배우상은 장만옥과 카메론 디아즈. 원숙한 여배우가 되는 것 이외에 음악을 워낙 좋아해 영화음악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지닌 신민아는 꼭 대학 새내기처럼 영화 일에서도 꿈도 많고 욕심도 많은 영락없는 스무살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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