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의 첫 시사회장. 떨릴 법도 하건만 조인성은 전혀 그런 기색없이 방실방실 손을 흔들며 단상에 올랐다. 그리고 장난기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탤런트 조인성이 아니라 영화배우 조인성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거리낌없이 즐거워하며 인사말을 하는 그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별을 쏘다>의 성태를 연상시켰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부터요. 왜냐구요 (웃음) 그냥 멋있어 보여서요.” 조인성은 영화배우를 꿈꾸는 ‘스타 키드’였다. <구미호>며 <본투킬>부터 꼬박꼬박 놓치지 않고 정우성의 영화들을 보며 정우성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그런 ‘멋있는’ 배우가 되고파 했다. 나중에 자신이 ‘스타’가 된 뒤에도 그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영화배우는 그에게 ‘꿈’이었다. 하지만 연기자로서의 계획이나 욕심이라기보다는 ‘영화배우’라는 단어가 간직한 멋을 탐내는 소년의 마음에 가까웠던 그 꿈은 현실 속에서 그렇게 순탄하게 드러나지만은 않았다. “사실 스타에 대한 막연한 꿈은 드라마 <학교> 때 다 깨졌어요. 연기 못한다고 야단 맞으면서, ‘스타고 돈이고 다 필요없고 연기나 잘했음 좋겠다’라는 생각이 굴뚝 같아졌죠. 스타보다 배우가 되려고 한다는 말, 이젠 실감나죠.”
“세상에 아날로그적인 인간과 디지털 인간이 있다고 한다면요….” 조인성이 과감한 인간분류법으로 <마들렌>의 ‘지석’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지석은 아날로그적 인간이었다가 점점 디지털 인간이 되어가는 인물이에요.” 책과 산책과 자전거를 좋아하고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발의 대학생 지석. <마들렌>의 주인공 지석은 희진을 만나 머리를 자르고 염색하고 포트리스 게임을 배운다. 조인성은 어느 편일까 그는 “저는 보수적인 사람이에요”라고 밝힌다. “여자친구도요, ‘천생 여자다’ 하는 스타일이 좋아요. 내가 술을 많이 마시니까 술자리에서 술도 별로 안 마셨음 좋겠고….” 아닌 게 아니라 조인성은 보기보다 꽤 ’구식’이다. <마들렌>이 데뷔작이라는 이유도 그렇다. “<화장실, 어디에요>는 디지털영화잖아요. 영화는 원래 필름이어야 하고요. 그러니까 <마들렌>이 첫 영화죠. 필름영화니까요.”
조인성의 <마들렌> 비화 하나. <마들렌>의 필름이 80% 즈음 그림을 담아냈을 때, 조인성은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다”라고 감독에게 폭탄선언을 했단다. 다시 하면 훨씬 더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그런데 박광춘 감독님이 그런 게 영화다, 다시 하고 싶다고 다 다시 하면 한국 영화계가 어떻게 되겠냐 하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하긴, 그러면 제작비가 곱으로 들겠죠” (웃음) 그런 아쉬움이 남기는 하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조인성은 <마들렌>에 대해서 어떤 평도 불허하는 애정을 과시한다. “이제는 <마들렌>에 너무 동화돼서요, 좋은지 안 좋은지 좋으면 어떤 게 좋은지 잘 생각도 안 나요. 그냥 ‘우리 작품’이고 ‘우리 작품 최고다’라는 생각뿐이에요.” (웃음)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조인성의 매력의 비밀은 실은 그가 살가운 ‘구식 청년’이라는 데 숨어있는 것 같다. <마들렌>의 지석, 그리고 <별을 쏘다>의 성태는, 조인성이라는 배우가 지닌 그런 보이지 않는 결을 조금은 드러내는 캐릭터들. 그런 캐릭터야말로 조인성이 앞으로 계속 찾아나갈 진짜 별이 아닐까. “정우성 같은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묻자, 조인성은 말했다. “아니오. 그렇진 않아요. 조인성은 조인성이었음 좋겠어요. 나중에 누군가 제가 차지했던 자리를 메워야 하도록, 그렇게 제 자리, 제 캐릭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마들렌> 개봉 얼마 후 또한편의 출연작인 곽재용 감독의 새 영화 <클래식>도 선보이는 조인성은 앞으로 <별을 쏘다> 이후 “한달 정도 마냥 논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놀면서 삶의 순간순간을 100% 느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