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3년 스타덤 예감 신인7인 [4] - 남상미·이기우
2003-01-10
글 : 박은영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정진환

남상미

롯데리아걸은 이제 잊으세요!

프로필

1984년 5월3일생, 신승훈 뮤직비디오 <크리스마스 미라클>, 현대증권 CF

자기소개

‘한양대 앞 롯데리아걸’. 사실 이 말이 ‘남상미’라는 제 이름보다 더 쉽게 저를 소개하는 말이 돼버렸네요. 지난해 3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한양대 오빠들이 학교 게시판에 제 이야기를 쓰는 바람에 어쩌다 스포츠신문 1면에까지 나가게 됐고요, 그렇게 저는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중3 때부터 20번도 넘게 받은 ‘길거리 캐스팅’ 제안에도 늘 반대하셨던 부모님도 올해 그런 일까지 겪고 나니 “어쩔 수 없이 이리로 가라는 팔자인가보다”며 배우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오디션에 가면 감독님들께서 “얌전하고 청순해 보인다”고 하시지만 털털하고 리더십이 강한 편이고 몸 움직이고 운동하는 데 소질이 있어서 어릴 땐 경찰이 꿈이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오디션에서 눈물을 흘리라고 해서 갑자기 나도 모르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통에 펑펑 운 적이 있었는데 스스로 참 놀랐던 경험이었어요. 나에게 이런 면이 있구나. 살면서 한번도 소리내 운 적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배우는 나조차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고, 소리내어 울어도 되고, 날라리처럼 살 수도 있고 내 머릿속에 이 주체못할 공상을 현실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표현하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아직 많아요. 저에겐 늘 아주 크고 두꺼운 다이어리가 따라다니는데 그 다이어리의 한칸한칸이 채워지고 마침내 가득 차 있는 뿌듯함을 오랫동안 즐기고 싶습니다. 욕심도 많고 고집도 센 편이지만 혼자만 욕심내고 밖으로는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 되려 해요. 어린 시절 화려하게 잠깐 피었다가 지는 꽃이 아니라 안성기 선배님처럼 존경받으며 할머니 때까지 배우로 살고 싶습니다.

류승완 감독 추천사

<마루치 아라치> 오디션 때문에 처음 본 남상미는 배우에 대해 소녀 같은 환상이나 막연한 동경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직업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의 개인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냥 편하게만 살아오지 않았을 거라는 느낌이랄까. 특히 오디션 중에 이를 악물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보면서 결기, 오기, 패기 같은 게 확 느껴졌다. 하지만 남상미는 그런 느낌이 거칠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순수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어리지만 사는 냄새가 확 풍기는 배우, 신인보다는 기존 연기자로 가자는 방침때문에 <마루치 아라치>에서는 함께 일할 기회를 잃었지만 조만간 좋은 신인 하나가 탄생하지 않을까.


<클래식>의 이기우

OK 순간의 짜릿함!

프로필

1981년 10월23일생, 영화 <클래식>, 노을 <백일간의 시간> 뮤직비디오

자기소개

제가 몇살인지 맞혀보시겠습니까 짧게 깎은 머리 때문에 다들 십대처럼 보인다고 하지만, 저는 지난해 6월까지 공군 입대를 준비했던 스물셋 청년입니다. 군대에 갔다와서 한번 미친 듯이 연기를 해보자 마음먹고 있던 차에 정말 행운처럼 찾아든 영화가 <클래식>이었죠. 배우가 될까 말까 고민하면서 아르바이트 삼아 모델을 하다가 기획사에 발탁된 겁니다. 정말 흔한 스토리 아닙니까 하지만 처음이 평범하다고 끝까지 진부하라는 법은 없죠. 곽재용 감독님 앞에서, 시나리오라는 모양새를 갖춘 건 생전 처음 봤는데, 일단 대본을 읽었습니다. 다시 오라고 하시더군요. 다시, 또다시. 그렇게 네번 만에 오디션을 통과했습니다. 촬영 첫날, 촬영팀이 웬 T자 같은 걸 던져놨기에 카메라에 잡힐까봐 발로 살짝 밀면서 연기했습니다. 착하죠 근데 그게 카메라 앞에서 위치 잡는 표시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하는 눈길을 뚫고 4개월 촬영을 마쳤습니다. 소감은… 평생직업 삼을 만하다, 라는 거고요.

곽 감독님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 네가 잘돼도 지금처럼 인사 잘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클래식> 개봉이 바짝 다가온 지금은 그 말씀이 더욱 생각나는군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변해갈까 두려워서요. 하지만 저는 영화 촬영 현장이 좋습니다. 수십명 스탭이 대기하고 있는 앞에서 연기하다가 OK 사인을 듣는 그 쾌감! 절대 이곳을 떠날 수 없을 겁니다.

곽재용 감독 추천사

이기우는 처음 보고 반하기보다, 나중에 눈여겨봐야 하는 배우다. 처음엔 너무 신인이라 걱정스러웠다. 큰 키에 흰 얼굴이 영화 스타일과 워낙 잘 어울려서 한번 더 봤는데,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나아졌더라. 그만큼 연습을 했고, 연습한 만큼 성과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이기우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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