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바에 면바지, 일터에서 금방 뛰어나온 듯한 차림의 이 작고 명민한 유대인은 인터뷰장에 들어서기 무섭게 기자들을 향해 일일이 악수를 청해왔다. 모든 질문에는 분명한 ‘YES’와 ‘NO’로 대답을 이어나갔고 총제작비를 묻는 직접적 질문에는 “노 코멘트”, 디즈니에 대한 질문에는 ‘오마주’란 단어로 일체의 비교를 거부했다. 디즈니를 박차고 나와 스필버그, 게펜과 함께 드림웍스를 차린 지도 벌써 7년. “관객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세상, 오직 애니메이션만으로 가능한 세상”을 그리겠다는 그의 ‘드림’은 <슈렉>을 통해 드디어 ‘웍스’할(먹혀들어갈) 듯했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칸영화제 경쟁작에 올랐다던데.
=그렇다. 영광이다. 어제 경쟁작 발표를 듣고 상당히 기뻤다. 수상과 상관없이 ‘칸’이라는 진지하고 권위있는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되는것만으로 큰 영광이다. 아카데미에서 <글래디에이터> <아메리칸 뷰티>가 상을 받은 것보다 훨씬 기쁘다.
-오래된 디즈니의 관습을 뒤집고 못생긴 주인공을 내세우는 데 따른 위험부담, 갈등이 없었는지.
=전혀. 관객은 도전과 모험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수십년간 디즈니가 쌓아온 관습들을 까발리고 뒤집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결국 영화가 끝나면 모두들 육중한 덩치의 못생긴 초록색 괴물 슈렉과 사랑에 빠지지 않나?
-<엘도라도>의 실패 이후 얻은 교훈이 있다면.
=‘더 열심히 하자.’ (웃음) 물론 성공과 실패로 모두 교훈을 얻지만 실패로 받는 교훈은 괴롭지만 더 값지다. <엘도라도>는 판타지가 약했고, 이야기가 너무 평이했다는 걸 인정한다.
-<슈렉>을 디즈니에 대한 정면승부로 봐도 좋을까.
=아니다. 정반대다. 이것은 디즈니에 대한 오마주다. 디즈니의 전통이 존경되지 않았다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사랑받지 않았다면, 이런 뒤집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드림웍스는 여전히 디즈니 애니메이션 75년사에 가장 성공한 독립영화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