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배우 최민식 [5] - 송해성 감독이 귀띔하는 최민식
2001-05-18
어느날, 강재가 되어 어슬렁거리더라

연기 못하는 배우를 만나면 감독은 참 힘들어진다.콘티고 뭐고, 다 엉망이 돼버리는 난감함이란 안 겪어보면 모른다.반면에 연기 잘하는 배우를 만나면 감독이 놀게 된다.고민할 게 줄어들고, 그냥 생각했던 대로 찍으면 되니까….난 최민식이라는 배우를 만나서 3분이고 4분이고 맘먹고 카메라들 들이댈 수 있었다. 이제 연기자로서의 최민식은 더이상 얘기하지 않겠다.연기에 관한 한 그는 영험한 무당과도 같고 나는 그 영험함을 맛보기 위해 아침부터 목욕재계하고 기다리던 사람이니까 말이다.

나는 배우로서의 최민식보다는 인간적인 선배로서, 형으로서의 최민식을 좋아한다. 나는 그의 진정함이 좋고, 술로 찌든 그의 주름살 가득한 얼굴이 좋고, 인생의 밑바닥부터 퍼건져올리는 그의 따뜻한 감정이 좋다. 세상에 나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자는 최민식 하나밖에 없을 것처럼 그는 눈가의 주름조차 연기의 디테일로 써먹을 수 있는 그런 배우다.

<파이란> 촬영 들어가기 전만 해도 그는 나름대로(?) 깨끗한 배우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술자리에서 욕이 많아지더니, 어느 날부터 머리를 감지 않더니, 어느 날부터 트레이닝복을 입고 사무실을 어슬렁거리더니 정말 강재가 되어서 촬영장엘 나타나더라! 최민식은 그런 배우다.

아침 9시에 촬영장에 오라고 하면 7시에 와서 대기하고 있는 배우. 촬영이 끝나도 스탭들이 장비를 철수하기 전까진 절대 현장을 떠나지 않는 배우. 말단 스탭들 이름 하나하나를 기억해 그들을 따뜻하게 불러주는 배우(촬영현장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게 뭔지 모른다). 최민식은 그런 배우다.

배우로서의 허세 같은 건 진작에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진심으로 인간을 대할 수 있는 그런 연기자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영화를 하면서 행운이다.

그런 연기자와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감독도 행복이다.

민식이 형…. 같이 영화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장승업이 되기 위해 열심히 먹을 가시고… 열심히 계백 장군을 외치며 술드십시오.

송해성 | <파이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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