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파도를 정복하라,<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2003-10-21
글 : 김현정 (객원기자)

러셀 크로가 1억3500만달러짜리 대작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의 닻을 내리려 하고 있다.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러셀 크로 자신조차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제작이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십년 동안 다섯개 영화사를 떠돌아다니던 시나리오는 이십세기 폭스가 유니버설과 미라맥스를 파트너로 맞아들이면서 11월14일 미국에서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폭스는 <타이타닉>을 찍은 멕시코의 거대한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었고, 한때 폭스를 파산설에 휘말리게 했던 그 스튜디오는 다시 한번 위험한 모험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어렸을 때부터 바다에서 살아온 영국 해군 잭 오브리가 서프라이즈호와 197명의 승무원을 이끌고 프랑스 함대를 쫓아 대양을 가로지르는 모험담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 <트루먼 쇼>의 피터 위어는 <마스터 앤드 커맨더…>를 “시간여행을 떠난 것처럼 느껴지는” 정확하고 세밀한 영화로 만들기를 원했다. 끈질긴 설득 끝에 외로운 섬 갈라파고스의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의지의 산물. 그러나 오브라이언의 팬들은 영화가 소설에 충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불평을 털어놓고 있다. 러셀 크로는 다소 뚱뚱하다고 묘사되는 ‘럭키 잭’보다 탄탄한 몸을 소유한 남자고, 미국 관객을 의식한 탓인지 적군도 미군이 아니라 프랑스군으로 설정됐다. 그럼에도 위어는 “원작의 팬들이 영화에 만족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말로 의연한 태도를 과시했다. 그의 존재는 러셀 크로를 끌어들인 동인이기도 하다. 러셀 크로는 한때 <마스터 앤드 커맨더…>를 거절했지만, “그의 영화 <잃어버린 시간>을 보고 내 영웅이 됐던” 피터 위어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