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인터뷰] <마스터 앤드 커맨더>의 러셀 크로
2003-11-04
글 : 김혜리
“바이올린 연주하느니 호랑이와 맞붙는 게 낫겠어”

<글래디에이터> 이후 또다시 시대극 영웅으로 분했다.

실제 작업에 들어가면 시대에 관한 의식은 한쪽 구석에 처박히고 캐릭터와 감정의 문제가 된다.

영화의 톤을 잡기 위해 동료 배우나 스탭들과 럭비를 하고 파티를 하는 등 촬영 외의 활동이 많았다고 들었다. 타인을 지휘하는 선장 노릇이 맘에 드나.

작품의 톤을 설정하는 것은 순전히 감독 몫이다. 나는 그저 세트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한 작업은 판타지가 끝까지 살아 있어야 하는 이런 부류의 영화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크랭크인날 세 가지 색깔의 티셔츠와 실, 바늘을 해군 계급에 맞게 모든 연기자에게 나누어주고 다음날까지 명찰을 바느질하도록 지시했다. 내 에고의 필요 때문이 아니라 서프라이즈호의 세계를 지탱하는 서열의 문화를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일요일에는 럭비 토너먼트를 짜서 최후 결전신을 앞두고 정신적, 육체적 단련을 했다.

바이올린 연주는 실제로 했나.

지금까지 호랑이와도 맞붙어봤고 총격전에 헬기액션도 해봤지만 바이올린 연주만큼 힘든 스턴트는 없었다. 몇달간 매주 18∼25시간씩 리처드 토냐티 등 세명의 교사에게 교습을 받았다. 소품부에서 처음 잭 오브리 선장의 악기로 투박한 독일 바이올린을 준비했지만 그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은 잭 오브리가 선장으로서 일에서 해소하지 못하는 부분의 인성을 발산하는 영역이다. 어려서부터 배를 탄 거구의 사나이가 거친 손가락을 작고 섬세한 바이올린에 얹고 있는 이미지가 처음부터 나에겐 가장 매력적이었다.

이번에도 인물의 음성, 억양을 연구했나.

대사코치가 원작에 잭 오브리의 고향으로 명시된 도셋 지방으로 가 3주간 현지인의 목소리들을 채집해 보냈다. 하지만 권위의 목소리를 표현하기에 도셋 억양의 샘플에는 상투적인 악센트가 너무 진했다. 그런데 한 언어학자가 “호주 억양 그대로도 훌륭하다. 호주 사투리는 모두 바다에서 왔다”고 자문을 해주었다!

인터뷰에서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던 예전보다 부드러워진 듯하다.

내가? 인터뷰에서 그랬다고? 혹시 내 말을 곡해했거나 시간 부족의 문제는 아니었는가? 나는 변화하려고 결혼한 것이 아니다. 무엇을 최우선에 두느냐는 결혼이나 부성뿐 아니라 성숙이나 시간에서도 오는 거다(러셀 크로는 올해 결혼한 아내 대니얼 스펜서와 아들 출산을 기다리는 중이다). 사람들은 어떤 아빠가 될 거냐고 묻는데 난 아직 내 아이를 만나지도 못했다! 다음 5년간 나는 더 바삐 일할 거다. 다섯살까지 내 아들은 집시로 살 거다. 어딜 가든 데리고 다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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