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과 장혁, 이들을 “연기 기차게 잘하는 배우들”이라고 한다면 오버라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뭐든지 열심히 하는 배우들”이라고 소개한다면 부정할 방법이 없다. 이 젊은이들을 “청산유수에 달변”이라고 수식한다면 코웃음을 칠는지 몰라도 “한마디를 해도 고심한 대답을 내놓는 친구들”이라고 한다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거다.
‘학교’의 ‘짱’이 되어 유명세를 탔지만 ‘화산고’를 우스운 성적으로 졸업하고 ‘대망’에 좌절하고 ‘명랑소녀 성공기’의 조력자가 되었던 장혁에게나, 자신이 ‘퀸’이 아님을 인정하고 ‘천사몽’의 꿈을 깨고 ‘후아유’라는 질문으로 본 모습을 찾아 ‘네멋대로’ 펼친 연기를 통해 겨우 CF모델의 이미지에서 벗어났던 이나영에게나 <영어완전정복>은 어떤 부분 절실한 영화였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 여기저기에는 그들의 ‘욕심’이 아기얼굴의 실핏줄처럼 여실없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어디에도 ‘야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가누가 잘하나’ 하는 소모적인 경쟁도, ‘내가 주인공이어야 해’ 하는 바보 같은 이기심도 부리지 않는다. 그저 노력하는 서로를 돕는 조화로운 마음만이 문득문득 느껴질 뿐이다.
솔직히 그들은 수재나 천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속도전의 벼락치기로 고득점의 영광을 누리는 ‘여우들’이 아니고, 풀리지 않는 문제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끙끙대며 밤을 새우는 ‘천치들’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애초부터 ‘연기완전정복’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배우’라는 높은 산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을 즐기는, 그 여정에서 느끼는 작은 깨달음에 기뻐하는 만년 수험생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거다. 또 다른 구덩이에 빠진들, 날카로운 가시에 발이 찢긴들 어떠랴. 정복자의 어리석은 칼보다 구도자의 현명한 지팡이가 이끌게 될 이들의 앞날에 고행은 있어도 포기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