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매트릭스3 레볼루션> 세계 첫 시사회에 다녀오다 [3]
2003-10-31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키아누 리브스 인터뷰

난 <매트릭스>의 모든 것이 좋다

-키아누 리브스는 검은 셔츠에 검은 양복을 입고 <매트릭스> 속 네오처럼 걸어들어왔다. 3부작을 끝낸 그의 표정에선 홀가분하다기보다 허탈한 기운이 느껴졌다. ‘비교해달라’는 질문이 나오기만 하면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스포일러 때문에 일부 중요한 답변을 삭제해야 했다.

=3편에서 보여지는 네오의 운명에 대한 생각은. 이 세계는 지속될 것이라는 것과 우리는 그와 같은 또 다른 영웅을 원한다는 것. 오라클이 말했던 매트릭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계속된다. 어쨌든 네오는 깨닫게 된다. 정말 강한 정체성을 갖게 된다. 토머스 앤더슨이라는 것과 분리되어 평화를 갈망하는. 정말 멋진 혁명이 일어난다. 난 그것이 정말 좋다. 난 <매트릭스>의 모든 게 좋다.

-당신은 네오의 일부가 스미스 요원이 되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나. 그는 머신시티로 간다. 그 머신시티는 에너지를 받아서 소비하고 다시 흡수하는 존재다. 그 완전한 에너지의 다른 존재가 스미스 요원이다.

=바이러스가 바이러스를 공급하는 것 같은. 그런 것 같다. 바이러스와 안티바이러스, 히어로와 안티히어로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네오는 수단이 된다. 어둠 속에서 소비되고 태워 없어지는 빛 같은.

-1, 2편과 3편에서 네오의 캐릭터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

=1, 2편에서 그는 세상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오라클과 함께 일하지만 3편에서는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전편들에서보다 자기 자신과 훨씬 가까워져 있다. 네오는 자기 길을 자기 스스로 선택한다. 캐릭터가 성숙하고 더 많은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외부세계에 대해서도 알기 시작한다. 2편부터 시작되었지만 3편에서는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전까지는 매트릭스에 관해서만 알았다면 이젠 시온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제 그는 매트릭스, 실제 세계, 시온을 넘나들고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와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머신시티로 간다. 그는 여러 개의 다른 아이덴티티를 만나게 되는 캐릭터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임무이다.

-매트릭스 혁명 이후의 시온과 머신시티의 관계를 당신은 예견해줄 수 있나.

=잘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다.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 당신의 의견은 어떠한가.

=재밌었다. 그리고 감동적이다. 정말 훌륭한 ‘센티멘트’(감정)다.

-이 영화를 위해서 책을 많이 읽었다고 알고 있다.

=읽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았다. 산에 가서 수도를 하지도 않았고 책도 그렇게 많이 읽은 건 아니다.

-사람들은 네오의 캐릭터를 보면서 실제의 당신 모습도 그러할 것이라 상상할 거다. 그런 해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잘 반응하는 편이 아니다. 오직 내가 뭔가 듣거나 보지 않으면.


로렌스 피시번 인터뷰

모피어스도 인간이다, 다들 잘 잊어버리지만

로렌스 피시번은 모피어스에 비할 바 없이 유쾌한 표정에 살이 제법 많이 오른 몸집으로 나타났다. 모피어스처럼 자신의 생각을 확신에 가득 차 말했다. 차이가 있다면 유머와 활기, 위트로 넘쳤다는 것이다.

-기분이 어떤가.

=행복하다. 영화가 너무 맘에 든다. 이번 영화는 세편 가운데 최고다. 사실 2편을 다시 봤을 땐 마음을 달리 먹었었는데, 3편을 보고 나니까 1편을 봤을 때처럼 흥분됐다.

-감정적인 면에서든 다른 것이든, 당신의 시야를 넓어지게 한 어떤 깨달음 같은 건 없었는가.

=더 똑똑한 인간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영화 속의 철학은 어디까지나 영화 속에 있는 것이지만 그것도 훌륭하다. 영화 속에서 내가 보았던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모피어스는 이 시리즈에서 어떻게 변화하는가.

=그는 안 변한다.

-그도 좀더 인간적으로 변하지 않나.

=모피어스는 원래 인간이다. (웃음) 이 영화에서 당신이 알게 될 흥미로운 사실이 바로 그가 인간이고 또 연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1편에서는 그는 전지전능해 보였고, 2편에서는 슈퍼히어로, 슈퍼휴먼처럼 보였지만 3편에서는 그냥 인간이다. 그러나 그건 그가 변해서가 아니라 스토리의 맥락상 그의 캐릭터가 그런 식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뿐이다. 그가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연약한 존재가 되어가는군’이라는 변화를 겪어서가 아닌 것이다. 그를 둘러싼 상황이 그로 하여금 다르게 행동하게끔 만드는 것뿐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매트릭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폭력을 존중한다. 이건 다른 종류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고도로 스타일화되어 있고, 또 당신이 알아봤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피를 흘리는 장면을 거의 보기 힘들다. 1편에서 스미스 요원이 네오를 죽일 때 네오의 가슴에선 거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 벽에서 피가 배어나올 뿐이다. 그런 면에서 난 우리 영화가 그렇게 폭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이 영화가 유명해졌다고 생각하나.

=왜냐하면 그건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근대의 문맥에서 이야기되어진. 모든 문화에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이고 각자 나름대로의 버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각자 나름대로 그것에 대해 반응한다. 시각언어로도 표현돼 있다. 만화책, 그래픽노블, 혹은 일본 애니메이션 등으로, 시각언어는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세상에서 가장 대중적이며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어떤 요소가 있을 수 있을까? 아, 쿵후가 있다. 쿵후는 육체동작으로 싸우는 기술인데 이것 역시 세계에서 대중적인 시각언어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이 영화를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삶에선 아는 것과 믿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질문에 관해선 내가 당신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건 믿는다. (웃음)


캐리 앤 모스 인터뷰

쉽지 않았고, 그래서 자랑스럽다

캐리 앤 모스는 전사 트리니티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따뜻하고 온화한 얼굴로 나타났다. 살이 약간 오른 탓도 있겠지만 그의 편안한 표정은 키아누 리브스와 정반대였다. 테이블을 돌며 인터뷰를 하던 그는 아이가 아프다며 일찍 일어서는 바람에 몇몇 기자들이 바람을 맞았다.

-<매트릭스> 시리즈를 끝낸 소감이 어떤가.

=너무 자랑스럽고, 이 영화에서 뭔가 특별한 역할을 한 것 같아 영광스럽다. 이 영화는 나에게 정말 중요한 의미다.

-세편 중 어느 것을 가장 좋아하나.

=모두 다 좋다. 나는 세편을 통합해서 생각할 때 좋다. 그건 나에게 통째의 경험이다. 이 시리즈가 1, 2, 3편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해도 사실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다. 굉장히 심오하게 하나로 통합돼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당신은 안다는 것과 믿는다는 것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실제 삶에서는 둘 중 어느 것이 당신에게 더 중요한가.

=(단호하게) 믿는다는 것. 아니, 둘 다 필요하다고 보지만 믿는다는 것이 나에겐 더 쉽다. 그리고 안다는 것은, 당신이 안다면 그건 아는 거다. 무언가에 대해서 답을 얻어내기 위해 생각하고 또 하고 생각하고 또 해도 일단 그것은 당신이 안다면 아는 거다. 둘 중 어느 것이 덜 중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SF영화의 히로인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나? 예를 들자면 시고니 위버 같은.

=잘 모르겠다.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음, 이건 너무 ‘모 아니면 도’ 식의 질문 같다.

-<매트릭스> 시리즈를 하면서 당신 자신에 관해 무엇을 발견했는가.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이전보다 더 자신감이 생겼다. 외부에서 평가받는 내 자신에 대해 이전보다 덜 의식하게 됐다.

-이 영화를 하면서 육체적으로 고된 촬영장면들이 많았다. 트레이닝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점이 자랑스럽고, 드디어 끝났다는 것이 기쁘다. 정말 힘들었다. 나는 끊임없이 두려움과 맞닥뜨렸고 끊임없이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만 했다. 어쨌든 나는 했고, 그런 점에서 난 어떤 것이든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가졌다. 아무리 어려워도 난 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난 내 자신을 그런 식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몸으로 뭔가 해보여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육체적인 수준 이상의 도전의식을 느꼈지만, 육체적인 단계만 거치고서도 난 내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어려운 선택에 맞닥뜨렸을 때 판단 기준이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에 달려 있다. 이 영화엔 많은 주제와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당신이 빨간 약을 고를 건지 파란 약을 고를 건지, 와 같은 문제처럼 상대적인 거다. 당신의 삶을, 길을, 혹은 어떤 믿음을 선택할 것인가 했을 때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함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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