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매혹적 액션영화 <킬 빌>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 [4]
2003-10-31
글 : 김현정 (객원기자)
<킬 빌>이 참고한 영화목록

너에게 오마주를 날려~

쿠엔틴 타란티노는 <킬 빌>을 스튜를 끓이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했다. 무엇으로 끓였는지 모른다고 해서 스튜 맛이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어떤 희귀한 재료가 들어갔는지 안다면 감회는 각별할 터다. 이것은 아마도 길고도 긴 타란티노의 레시피 목록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순서는 가나다순이다).

<검은 도마뱀>
후카사쿠 긴지의 1968년작으로 괴도 검은 도마뱀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오렌이 ‘죽음의 88인회’를 이끌고 도쿄를 활보하는 모습은 숱한 범죄자들을 거느렸던 검은 도마뱀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이 영화는 인기가 많아서 <흑장미의 관>이라는 외전을 낳기도 했다. 에도가와 람포 원작을 미시마 유키오가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

<그들은 그녀를 애꾸라 부른다>
원제가 <Thriller - en grym film>인 이 스웨덴 영화는 매음굴에 팔려간 소녀가 스스로 복수에 나서는 성인영화다. 타란티노는 안대를 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엘르 드라이버(대릴 한나)를 발견했다. 그는 대릴 한나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었지만, 한나는 “아니, 이거 포르노잖아요!”라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타란티노는 그녀에게 “그래도 좋은 포르노인걸요”라고 답했다.

<그린 호닛>
‘죽음의 88인회’가 쓰고 다니는 검은 마스크는 1966년 제작된 TV시리즈 <그린 호닛>에서 가져왔다. 동양 액션영화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그린 호닛>은 평범한 청년이 마스크를 쓰고 범죄집단과 맞서는, 대부분의 슈퍼히어로영화와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쿵후의 달인인 일본 청년 가토가 보조역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었다. 영화화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시리즈.

<그림자 군단>
1980년대에 방영된 TV시리즈. 타란티노는 이 시리즈를 LA에 있는 일본 방송사를 통해서 봤고, 열광적인 팬이 되었다. 오렌은 <그림자 군단> 네 번째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 닌자. 그는 오렌이 “매우 일본적이지만, 그리 흔하지는 않은 이름”이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소니 치바가 주인공 하토리 한조를 연기했는데, 이것은 브라이드에게 일본도를 만들어주는 명인의 이름이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뱀파이어 소녀 사야는 세일러복을 입고 일본도를 휘두른다. 교복을 입고 일본도로 보스 마쓰모토의 배를 가르는 어린 오렌을 보면 그녀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고고도 사야를 보고 만든 캐릭터. <킬 빌> 애니메이션 파트를 담당한 프로덕션 I.G가 제작했다.

<사무라이 픽션>
청엽옥 전투에는 푸른 배경 위에 브라이드와 야쿠자들의 실루엣만 보이는 장면이 있다. 배경을 붉은색으로 바꾸면 <사무라이 픽션>과 똑같다. 타란티노는 <사무라이 픽션>을 봤지만, 골든하베스트와 쇼브러더스의 쿵후영화 오프닝 크레딧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강렬한 색채의 배경 위에서 실루엣만으로 쿵후를 보여주다가 음악으로 넘어갔다.”

<수라설희>
주인공 유키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뒤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남은 소녀. 오렌의 캐릭터와 정원의 결투에 영향을 끼쳤다. 주연 가지 메이코는 주제가 <학살의 꽃>을 직접 불렀는데, 타란티노는 오렌의 마지막을 위해 이 노래를 가져왔다.

<신 의리없는 전쟁>
사카모토 준지가 감독한 이 영화에서 호테이 도모야스는 주연과 음악을 겸했다. 오렌과 브라이드가 눈쌓인 정원에서 대결할 때 처음 깔리는 빠른 비트의 음악은 호테이 도모야스가 작곡한 이 영화의 테마. 호테이 도모야스는 철없는 젊은이들이 복수하겠다고 쫓아다니는 <사무라이 픽션>의 검술 고수 카자마스리이기도 하다.

<아들을 동반한 검객>
<킬 빌>은 호스를 꾹 눌렀을 때처럼 뿜어져 나오는 피가 난무하는 영화다. 타란티노는 이런 설정이 미스미 겐지가 감독한 <아들을 동반한 검객> 시리즈를 재현한 거라고 했다. <아들을 동반한 검객>은 한때 쇼군의 호위무사였던 오가미가 유모차에 태운 어린 아들과 함께 방랑하는 이야기. 사지를 절단하고 신체를 반으로 쪼개는 잔인한 장면이 많다. 타란티노는 이 영화처럼 “칼을 맞은 사무라이가 피를 흘리면서도 고통스럽게 서 있다가 쿵하고 쓰러지는” 걸 찍고 싶었다고 한다.

<직격! 지옥권>
이시이 데루오는 이시이 다카시와 함께 타란티노가 존경하는 두 ‘이시이’ 중 하나다. 그가 감독하고 소니 치바가 출연한 <직격! 지옥권>에는 한 남자가 적을 피해 천장에 몸을 밀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오렌에게 존재를 들킨 브라이드가 몸을 숨기는 대목에 인용됐다.

<천하제일권>
브라이드가 적들을 만나 아픈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사이렌 소리와 비슷한 음악이 울린다. 이 음악은 퀸시 존스가 TV영화 <아이언사이드>를 위해 작곡한 것이다. <아이언사이드>는 총에 맞아 은퇴한 형사가 백의종군하면서 범죄자들과 싸우는 영화. 그러나 라열이 출연한 홍콩영화 <천하제일권>은 이 음악을 무단도용했고, 타란티노는 <아이언사이드>가 아닌, <천하제일권>을 기리면서 이 음악을 사용했다.

<코피>
브라이드가 제거 대상 2호로 올려놓은 흑인 킬러 버니타 그린(비비카 A. 폭스)은 팸 그리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캐릭터다. 팸 그리어는 <코피> <폭시 브라운> 등에 출연했던 블랙스플로이테이션영화의 여신. 타란티노는 <재키 브라운>에 그녀를 모셔와 경의를 표한 바 있다.

<쿵후>
미국인들이 홍콩 액션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태어난 TV시리즈. 스승의 복수를 하고 미국으로 도망온 소림 고수가 등장한다. 소림승을 연기해 쿵후영화의 아이콘이 되었던 데이비드 캐러딘은 <킬 빌>에 살모사 암살단의 보스 빌로 출연했다.

<하니 클로더>
타란티노는 “<하니 클로더>는 복수를 테마로 삼은 영화 중에서 최고작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 영화에서 섹스 아이콘 라퀠 웰치는 그녀의 남편을 살해하고 그녀를 강간한 세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격술을 배운다. 사격술을 가르치는 사람은 현상금 사냥꾼 토마스 프라이스(로버트 컬프). 타란티노는 “브라이드와 하토리 한조의 관계는 하니와 토마스의 그것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홍희관>
라열과 유가휘(고든 리우)가 출연한 쿵후영화. 라열은 사악한 정부관리와 함께 소림사를 불태우려는 악당 파이 메이로 등장했다. 페이 메이는 <킬 빌> 2편에서 모습을 드러낼 브라이드의 사부 이름. 라열 대신 고든 리우가 파이 메이를 연기했다. 타란티노는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고든 리우를 캐스팅한데 감격했는지, 1편에선 그에게 오렌의 심복 자니 모까지 맡겼다.

<흡혈귀 고케미드로>
사토 하지메가 연출한, 외계에서 온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영화. 브라이드가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도쿄는 이 영화가 사용했던 미니어처다.

<사무라이 픽션>
<아들을 동반한 검객>

<코피>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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