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매트릭스> 3부작 메가토크 [1]
2003-11-14
글 : 김봉석 (영화평론가)
<매트릭스>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매트릭스> 3부작의 액션, SF, 철학 이야기 그리고 오시이 마모루의 코멘트


1999년, 세기말에 등장한 <매트릭스>는 충격과 탄성을 자아냈다. 검은 가죽옷을 입은 트리니티가 공중에 붕 떠서 우아하게 발차기를 하는 순간, 관객은 이전에 만나지 못한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홍콩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열광적인 마니아였던 워쇼스키 형제는 실사영화가 미처 손대지 못했던 원시림의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매트릭스>는 보통의 대중오락에서도 고상한 철학적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고, 오랫동안 비주류로 남아 있던 동양 무술을 순식간에 할리우드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현실과 가상현실의 관계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물었고, 몸과 기계를 이용한 갖가지 액션의 신천지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액션영화광이건 철학자이건 <매트릭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트릭스>는 21세기의 영화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영화 자체로 말해주었다.

제작자 조엘 실버와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는 <매트릭스>가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이후, <매트릭스>가 3부작으로 이어진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애니메이션과 게임 작업에도 들어갔다. 워쇼스키 형제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와 <매트릭스3 레볼루션>을 만들어 3부작을 완성했고, 애니메이션 <애니매트릭스>와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로 확장되는 광활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영화 자체보다 ‘사업’에 더 신경쓰는 것 같다는 말도 들었지만 ‘매트릭스’의 세계는 <반지의 제왕>의 중간계 못지않은 신세계였다. 그러나 와타나베 신이치로, 가와지리 요시아키 등에게 연출을 맡겨 찬사를 들은 <애니매트릭스>와 달리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칭찬보다는 비난을 더욱 많이 받았다. 액션보다는 말이 많았고, 성급하게 막을 내린 듯한 엔딩도 문제였다. 11월5일 전세계에서 동시에 개봉된 <매트릭스3 레볼루션>은 여전히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전편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비판적인 평가가 많다.

그러나 <매트릭스3 레볼루션>을 둘러싼 여러 가지 시선과는 별개로, 시온에서 벌어지는 APU군단과 센티넬의 싸움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건 건담 시리즈 등 ‘로봇 전쟁물’에서 볼 수 있었던 로봇 전쟁의 한 광경을 보여준다. 양손에 중화기를 든 로봇이 마구잡이로 밀려드는 다른 로봇들을 부숴버리는 광경은 무려 30여분 동안 펼쳐진다.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장면들이 현실의 압도적인 영상으로 재현되는 광경은 놀라운 전율을 일으킨다. 반면 진정한 ‘매트릭스’의 혁명보다는 무난한 결말을 택한 탓에 여전히 비난도 받을 것이다.

그 수많은 찬사와 비난 속에서도 <매트릭스>가 1999년에 던진 충격파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매트릭스>는 새로운 영화였고,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그것만으로도 <매트릭스>의 가치는 충분하다. 지금 수많은 논란을 가져왔던 <매트릭스> 시리즈의 SF적 세계관과 철학 그리고 액션에 대한 전문가의 총정리를 마련했다. 덧붙여 워쇼스키 형제가 가장 존경한다는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코멘트까지. 이것으로 <매트릭스>가 완결되거나 정리된다고 믿지는 않지만 새로운 혼란이 다가올 때까지 잠시 머무를 평화는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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