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는 김효진보다 열세살이 많다. 김효진은 표지 촬영을 하던 날까지도 열다섯살 차이로 알고 있었지만, 정준호는 그렇게 주장했다. 그렇더라도 띠동갑을 넘어서는 세월. 영화뿐만 아니라 사진촬영 경력도 한참을 더 쌓아온 오빠는 동생에게 “우리 영화 분위기에 맞게, 좀더 에로틱하게 해보자고. 얘가 연애를 안 해봐서”라고 가르친다.
조금 토라진 동생은 “해봤어…”라며 귀엽게 앙탈을 부리다가도 ‘에로틱하게’ 오빠의 목을 껴안고 만다. 한 시간쯤 전, 카메라와 조명을 들고 들이닥친 기자들을 두고도 “밥은 먹어야지”라고 챙겨주었던 데 대한 보답일지도 모르겠다.
<천년호>에서 저주와 죽음마저 이겨내는 사랑을 나누었던 두 배우는 그처럼 사이좋은 선후배가 되어 나타났다. 정준호가 직접 선택한 후배였으니 그 살뜰한 정은 남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연기만은 아닐 터다. 정준호와 김효진은 문차일드의 뮤직비디오 <사랑하니까>에서 처음 만난 사이.
정준호는 발목 부상으로 촬영 시작 전 출연을 포기한 김민정 대신, 뉴질랜드에서 촬영하며 보름을 함께 보냈던 김효진을 추천했다. 그는 베드신 때문에 망설이는 김효진과 그 어머니를 “좋은 배우가 되려면 꼭 넘어야 할 벽이 있는데…”라는 반능청 반진심으로 직접 설득하기까지 했다. 그것도 열아홉살 미성년 소녀를. 그러나 당시 미성년자는 스무살이 됐고, 스스로 ‘파격적’이라고 흥분하는 베드신을 무사히 치러냈을 뿐만 아니라, 운명의 깊이를 담은 눈동자로 카메라 앞에 서기에 이르렀다.
두 시간에 걸친 촬영을 마치고, 다시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오빠는 또다시 동생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인터뷰를 할 때는 동문서답을 하면 안 되고, 특히 방송 인터뷰할 때는 말이지 ….” 동생은 그 커다란 눈동자를 더 크게 뜨고선 느리고도 자세하게 이어지는 설명에 정신을 모은다. 중국 오지에서 처박힌 촬영기간 동안, 김치 수제비를 끓여 먹이며 보살펴주었다던 오빠이니, 존경을 표할 만도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