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월드 프리미어 [2]
2003-12-12
글 : 박은영

전쟁 스펙터클과 감성드라마의 조화

일찌감치 “영화사상 최고의 전쟁 스펙터클”을 예고했던 <왕의 귀환>은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과 에너지와 스피드로 펠렌노르 전투를 연출해냈다. 중간계 최후의 보루 미나스티리스와 사우론의 검은 요새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전투에선 20만의 오르크와 6천의 로한 군사가 격돌한다. 2부 헬름 전투에 동원됐던 오르크 군대는 1만에 불과(?)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중요한 것이 ‘사이즈’는 아니다. 피터 잭슨과 웨타 워크숍 팀은 1부와 2부에서 ‘맛보기’로 등장한 사우론의 괴물들을 단체로 펠렌노르에 소환해냈다. 8층 빌딩 크기의 코끼리괴물(호빗들은 이들을 올리펀트라고 불렀다)이 조심성 없는 발을 쳐들어 닥치는 대로 밟아 뭉개고, 뱀의 머리와 박쥐의 날개를 가진 나즈굴의 검은 익룡이 병사와 말을 낚아채 공중에 내던지는 광경에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아군쪽에도 히든 카드가 있으니, 바로 아라곤이 깨워낸 망자들의 군대다. 이실두르와의 맹약을 저버린 그들의 혼령은 그 죄과로 저승과 이승 사이에 갇혔지만, 이실두르의 후예인 아라곤의 지원 요청을 수락하면서 펠렌노르로 날아가 사우론의 군대를 기습한다. 그리곤 험악한 변종 괴물들과 발없이 떠도는 녹색 유령들이 뒤엉키는 장관이 이어진다. <매트릭스3 레볼루션>의 로봇 액션을 의식했음직한 이 전쟁 스펙터클 때문에라도 이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

원작대로라면 <두개의 탑>에 등장했어야 할 거미 괴물 쉴롭 역시 팬들이 기다렸던 캐릭터. 야비하고 간악해진 골룸이 프로도를 대신 처치해주길 기대하며 안내하는 곳이 쉴롭의 어둡고 끈적대는 동굴이다. 호빗 하나쯤은 디저트로도 미진할 것 같은 거구의 거미 쉴롭이 프로도와 샘을 차례로 공격하는 장면은 거미 공포증이 있다는 피터 잭슨의 ‘사감’이 반영된 탓에 무척이나 실감이 난다. 또 이미 디지털 캐릭터의 위상을 드높인 골룸은 <왕의 귀환>에서 자신의 과거사를 드러낸다. 순하고 착한 호빗 스미골이 어떻게 탐욕스런 골룸으로 타락해갔는지를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간 모션 캡처를 통해 골룸에게 연기 소스를 제공했던 배우 앤디 서키스의 본모습도 공개된다.

전쟁 스펙터클과 감성드라마가 씨실과 날실로 섬세하게 교차하는 <왕의 귀환>은 탄성과 비명과 눈물을 자아낸다. 그것도 여러 번. 3시간 남짓한 시간이 이렇게 짧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이야기의 흡인력도 강하다. 12월17일 전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왕의 귀환>은 벌써부터 내년도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40년 넘는 세월 동안 활자에만 갇혀있던 톨킨의 중간계가 뉴질랜드의 자연과 웨타의 테크놀로지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생명을 얻었고, 그것도 매년 더 나은 만듦새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반지원정대의 여정은 끝났고, 이제 더이상의 모험은 없지만, 모든 게 예전 같진 않을 것이다.

취재지원 주한뉴질랜드 대사관·뉴질랜드 무역산업 진흥청뉴질랜드 관광청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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