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논란의 영화사이트 Ain’t It Cool News의 운영자 해리 놀즈 스토리 [2]
2004-01-02
글 :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지껄이고 싶은 대로 지껄이다

‘할리우드를 투견장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는 평가가 내려진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할리우드의 제작, 배급사들과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기존의 언론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그야말로 영화 마니아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신작 영화평과 정보들이 AICN을 유명하게 만들면서 관련 당사자들간에 논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혹평을 넘어 재촬영설이 AICN을 통해 기사화된 뒤, 그에 대해 감독이 공식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스튜디오가 소송설 가능성 등을 내비췄던 <배트맨 앤 로빈>은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정작 제작사가 천문학적인 제작비와 늘어진 제작기간으로 흥행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던 <타이타닉>에 대해, AICN이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을 내보낸 일이었다. 결국 두 경우 다 AICN의 평이 옳았음이 흥행결과로 증명되었고, AICN을 일약 할리우드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기에 이른다.

재미있는 것은 일개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의 부상을 바라보던 할리우드의 시각이었다. 기존 언론처럼 통제가 불가능한 ‘악동’들의 불법적 행동이라 근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보다는 이미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진 사이트의 힘을 역이용해 홍보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타이타닉> 이후에는 AICN을 비롯해 인터넷 영화 관련 사이트에 올라온 관객의 평이 영화광고에 버젓이 등장하는 일까지 시작되기도 했다. 그런 변화는 당연히 AICN에 힘을 실어주었고, 그에 따라 더 많은 리포터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전세계 곳곳에서 찾아낸 숨겨진 영화뉴스들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할리우드 개봉예정작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사이트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전세계 영화들을 대상으로 확장되었으며, 매월 200만명 이상의 방문자가 찾아오고 1천여통이 넘는 이메일을 받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 <프리미어>가 ‘할리우드에서 가장 파워있는 100인’의 리스트에 그의 이름을 올린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로만으로 보여진 해리 놀즈와 그의 AICN의 ‘cool’한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 권력이 생기고 그로 인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는 이들에게는 항상 뒷말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해리 놀즈도 그에 대해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이른바 안티-해리 놀즈 또는 안티-AICN 진영에서 바라보는 해리 놀즈는 ‘사이트의 인기를 활용해 할리우드 제작, 배급사들을 등쳐먹는 비도덕적인 군상’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마니아를 가장한 ‘사짜‘가 엄청난 권력을 가지게 되면서 생긴 그러한 불균형에 대해 해리 놀즈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이 입장이다.

전세계에 포진되어 있는 '해리의 스파이'들

‘해리 분해하기: 비도덕적이지 않은가?’(Deconstructing Harry: Ain’t it unethical?)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에 대해 포문을 연 ‘필름 스래트’(Film Threat)를 비롯한 많은 온라인 영화 관련 사이트들이 해리 놀즈와 AICN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그 첫째는 놀즈의 ‘권력남용’이다. 핵심은 할리우드 제작, 배급사가 벌이는 각종 마케팅을 해리 놀즈가 족족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시사회에 놀즈를 초빙하고 일체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약과이고, 그만을 위한 특별 시사를 준비해 비용을 대고 초청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패컬티>나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에는 그에게 엑스트라로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혜택을 받은 대가로 놀즈가 관련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나 리뷰를 올리는 경우가 많으며, 최근에는 그러한 ‘거래’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지적되는 것은 그가 리뷰어, 칼럼니스트 또는 영화정보 사이트의 편집자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가 쓴 글의 대부분이 일차원적인 생각의 흐름을 따르고 있어 논리가 부족해, 읽는 이들이 자칫 그의 천박한 감정표현을 보고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더욱 나쁜 것은 AICN에 리포터들이 보내오는 기사들을 놀즈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마구잡이로 고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전세계 수많은 이들이 찾는 사이트의 컨셉이 맞춤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그 사이트의 리포터들이나 독자 모두에게 긍정적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해 해리 놀즈는 괘념치 않는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저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딴죽걸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것이 딴죽걸기라고 해도 분명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권력을 가진 자에게 그 권력을 제대로 휘두를 수 있는 능력과 깨끗함을 요구하는 것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리 놀즈가 반대세력들의 주장에 어떻게 대응하면서 AICN을 이끌어나갈 것인가에 할리우드 제작사는 물론 일반 관객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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