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논란의 영화사이트 Ain’t It Cool News의 운영자 해리 놀즈 스토리 [3]
2004-01-02
글 : 김혜리

“한국은 가장 흥분을 자아내는 국가다”

이메일로 날아온 해리의 유쾌한 답변

-이 세상은 ‘영화의 애인’을 자처하는 사람들로 포화상태인 것 같다. 당신은 영화를 향한 자신의 애정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그리고 그 시작은 무엇이었나.

=뭐라 해야 할까. 나는 필름을 숨쉬고 영화를 마시며 활동사진을 꿈꾼다. 나는 영화를 석양이나 키스를 기다리는 입술처럼 사랑한다. 영화에 대한 애착은 텍사스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부모님을 통해 시작됐다. 두분은 영화 포스터, 소도구, 기념품을 파는 텍사스주 오스틴의 상점에서 나를 양육했고 미국 전역의 영화제에 데리고 다녔다. 어린 나의 베이비시터는 자니 와이즈뮬러(첫 번째 <타잔>의 주연배우)였고 1930, 40, 50년대의 B급영화 스타들과도 각종 행사장에서 만났다. 부모님은 비디오가 탄생하기 이전 16mm 필름을 수집했고 비디오가 발명되자 우리는 모든 것을 녹화하고 사들였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를 외국어영화와 무성영화 그리고 모든 등급의 영화에 눈뜨게 했다.

-보통 몇시에 일어나고 몇시에 자나? 평균적인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내겐 평균적인 기상, 취침시간이 없다. 우리 사이트의 국제적 성격 탓에 사이트를 편집하고 전세계의 소식통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느라 밤을 새우는 일도 흔하다. 대충 하루에 5시간 자는 것 같다. 오늘은 아침 10시에 잠들어서 오후 3시에 일어났다. 이메일을 체크하고 메시지에 답하고 몇통의 전화를 건 다음 글을 좀 쓰고 DVD로 두편의 영화를 봤다. 그리고 저녁 7시에 <라스트 사무라이> 시사회에 갔다가 친구들과 밥을 먹고 영화 이야기를 두어 시간 떠들다가 11시쯤 집에 돌아와서 일을 시작했다. 아마 지금부터 4시간 뒤쯤이면 잘 수 있겠지.

-Ain’t it Cool News(이하 AICN)의 조회 수는 하루에 얼마나 되나? 1996년 문을 연 이래 방문자 수의 증감 추세는 어떻나.

=솔직히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그런 수치를 열심히 모니터하지 않아서. 6개월 전 마지막으로 체크했을 때는 월간 방문자 수가 200만명가량이었다.

-AICN은 인터넷 사이트를 영화산업의 지형도 위에 올려놓는 역사적 기능을 했다. 처음 사이트를 열 때 선구적인 아이디어라고 자각했나? 사이트의 컨셉에 대해서 다른 영화광이나 친구들과 논의한 적이 있나.

=나는 그저 영화에 대해 쓰고 떠들고 싶은 열망을 해소할 출구로서 사이트를 시작했다. 인터넷을 둘러보니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하면 되겠다 싶었고 동조자도 많아 보였다. 사람들은 영화에 대해 종종 해부해야 할 송장 다루듯 지나치게 임상적으로 이야기한다. 내게 영화는 관객과 공생관계를 맺고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다. 다른 모든 예술처럼 영화는 예술가의 의도대로 만들어지지만, 관객이 보는 것도 역시 영화의 실체다. 단순한 진실인데 이 점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다.

-AICN의 정보원들을 실제로 어떻게 조직했나? 당신의 ‘스파이’ 중 몇몇은 있지도 않은 가상인물이라는 고발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하겠나.

=다년간 하루에 1200통가량의 이메일을 받아보면서 나는 정보원들을 ‘신뢰그룹’, ‘신참그룹’, ‘불신그룹’으로 분류했다. 이런 방식으로 나는 메일들을 해당 파일에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메일의 발신자를 검색해 그 사람이 지난 7년간 어떤 정보를 보내왔는지 검토해 정보원의 자질을 평가한다. 게다가 그들 중 대부분은 나와 직접 만나 식사를 함께한 적도 있는 사이다.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한 통신원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미스터리인 사람들도 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나는 음모 이론에 꽂힌 무지한 비판자들은 무시하는 게 방침이다.

-영화제작, 수입사들의 마케팅 컨트롤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영화잡지를 만드는 나와 동료들은 영화인을 인터뷰하거나 프리뷰 기사를 쓰는 데에 있어 점점 더 많은 제한을 느낀다. 이러한 영화산업 전체의 동향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적잖은 경우, 나는 영화인들과 직접 접촉해서 일을 처리해버린다. PR회사, 마케팅팀과 줄다리기를 벌이는 것은 질색이다. 그들의 영향력 범위 밖에서 작업함으로써 피해간다. 마케팅 담당자가 내게 뉴스의 재료나 취재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얻고자 아부할 생각은 없다.

-인디영화를 주로 다루는 잡지 <필름 스래트>의 기사를 포함해 당신과 AICN 사이트에 대한 비판도 상당수 제기됐다. 그들은 제대로 된 저널리스트로서의 공신력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정실에 휘둘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한 비판에 대한 현재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 공개적인 비판과는 별도로 주류 엔터테인먼트 저널리즘이 당신에게 드러내는 불편함이나 적개심은 어떻게 상대하나.

=AICN은 매우 고립된 조직이다. 재정이 빈약하니 규모도 작다. 세상 사람들은 종종 우리가 분명히 부패했고 뇌물을 받고 그릇된 행동을 할 거라고 짐작한다. 아주 심플한 대답은 그 모든 비난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내겐 털끝만치도 거슬리지 않는다는 거다. 나를 알지도 못하고 내가 존중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비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말 아픈 것은 내가 존중하고 마음 쓰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나와 사이트의 동료 필자들은 우리의 동기가 애정이라는 것을 안다. 내 차는 엄청난 고물이고 우리집은 초라하다. 내가 아는 누구보다 나는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글을 열심히 쓰는 필자다. 남들의 질투에 마음이 상하고, 그런 이들은 자신과 자신의 위치에 대해 믿음을 갖는 단순한 즐거움을 알지 못할 거라는 사실에 슬퍼진다. 나의 대응이 뭐냐고? 그저 일하고 또 일한다. 그게 나의 독자들이,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바니까.

-당신은 비공식적인 시사에 참석해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영화를 보고 평을 쓰는 일이 꽤 있다. 그런 글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지 않나.

=영화를 만든 당사자들이 리뷰를 써달라고 완성되지 않은 영화를 보여줄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박찬욱 감독의 한 측근은 <올드보이>의 러프 컷을 보내왔고 나는 미국 배급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의 훌륭함을 알렸다. 미완성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쓰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쇼킹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웬만큼 수용도 되고 기대되는 일 방식이 된 것 같다. 이는 비즈니스가 돌아가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피터 잭슨 감독은 테스트시사 없이 뜻대로 편집할 수 있는 특권을 보장받았다. 이는 익명의 관객이 내놓은 의견을 제작사가 감독에게 강권할 일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 ‘저널리스트’라는 구식 컨셉은 당신의 일을 설명하기에 너무 좁은 개념 같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 안에서 새로운 직업군의 이름을 지어낼 필요를 느끼나.

=솔직히 나한테 붙을 꼬리표를 어떻게 내가 만들겠나? 당신이 지어 달라. :)

-연전에 출간한 당신의 책 <에인 잇 쿨? 할리우드의 빨강머리 의붓자식이 소리쳐 말하다>는 잘 팔리고 있나? 근간 다른 책도 낼 예정인가.

=괜찮게 팔린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예외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현재 몇 가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으니 곧 알게 될 거다.

-당신의 사이트가 <복수는 나의 것>에 대한 호평을 게재한 일이 한국에서는 작은 화제가 됐다. <복수는 나의 것>을 어떤 영화로 기억하나? 나아가 AICN은 비할리우드영화, 제3세계영화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나? 또한 할리우드 바깥의 영화를 접하는 통로는 무엇인가.

=<복수는 나의 것>은 계시와도 같은 충격을 주었다. 내가 보기에 서양 관객은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는 혁명적인 영화에 대해 눈뜨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오늘날 영화적으로 가장 흥분을 자아내는 국가인데, 미국의 관객과 평단은 대체로 이에 무지하다. AICN은 세계영화에 큰 관심이 있다. 아예 미국영화를 커버하는 일을 그만두고 외국영화에만 포커스를 맞출 수도 있다고 생각할 지경이다. 그러나 글로벌시네마의 메시지를 서방에 전달하려면, 서양 대중영화에 대해 누구보다 알차고 훌륭하게 소개함으로써 흥미로운 외국영화를 소개할 독자층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들, 배급사들, 심지어는 팬들이 내게 영화를 보내온다. 영화의 제목을 기억해두었다가 해외 DVD사이트를 뒤져서 구해보기도 한다. <살인의 추억>도 환상적이었다!

-2003년에 본 영화 중 당신의 개인적 베스트 10을 꼽아본다면.

=아직 12월이 다 가지 않았으니 제대로 답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 무순으로 꼽는다면 <올드보이> <벨빌의 세 쌍둥이> <무간도2: 혼돈의 시대> <살인의 추억>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아메리칸 스플렌도어> <트왈라이트 사무라이>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다.

-최근 MPAA는 오스카 후보지명 캠페인을 위한 스크리너(시사용 DVD, VHS 테입) 배포 금지령을 내렸다가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다.

=금지령은, 많은 비평가들이 그들이 응당 보았어야 했을 할리우드 바깥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끝끝내 보지 못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뜻했다. 이는 시스템 밖에서 일하며 감독들을 직접 접촉해서 일찌감치 영화를 보는 나와는 무관한 문제였다. 하지만 MPAA는 점점 증가하는 불법복제를 절박하게 막으려 했을 뿐이다. 그들은 불법복제업자들이 극장 앞에서 내놓고 해적판 영화를 파는 아시아의 풍경이 미국에서도 일어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요컨대 MPAA는 관객이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황홀함과 조악한 해적판 DVD의 질을 구별하지 못할 것이라고 불신하고 있는 셈이다.

-<고스트 타운>이라는 영화를 직접 제작할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만약 사실이라면 당신은 글자 그대로 ‘할리우드 인사이더’가 되기 직전이다. 리뷰어로서의 일관성과 특정 영화제작자로서의 입장을 동시에 균형잡을 자신이 100% 있나 .

=레볼루션스튜디오에서 <고스트 타운>을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대한 내 기분? 죽인다. 나는 동양과 외국의 미학의 입김을 흡수한 아무도 본 적 없는 영화를 만들어낼 거다. 균형의 문제는 의식하지 않아도 잘 이룰 수 있다고 100% 확신한다. 내가 스튜디오와 맺은 계약의 키포인트 중 하나는 검열없이 글쓸 자유의 보장이다. 궁극적으로 솔직한 의견을 내는 사람과 일하기 싫은 사람들이라면 나 역시 그들과 일하고 싶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될 것 같다.

-영화 포스터, 액션 피겨를 비롯해 많은 영화기념품의 수집가인 것으로 안다. 최고의 보물을 귀띔해줄 수 있나.

=1933년 <킹콩>의 오리지널 광고·홍보용 메인 비주얼, 론 채니의 오리지널 메이크업 박스, 오리지널 <텍사스 살인마>에 나온 식탁 안락의자, <크로노스>의 장치, <와호장룡>에 나왔던 청명검 중 하나,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가 개봉되기 전 배우들에게만 돌렸던 주요 캐스트와 스탭 전체가 사인한 메인 비주얼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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