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유하-김성수 감독 <말죽거리 잔혹사> 대담 [4]
2004-01-16
사진 : 오계옥
정리 : 박혜명

김성수 | 영화에선 좋은 교사가 한명도 안 나오잖아. 와, 그거 되게 좋더라고. 사실, 우리 때는 그런 선생님들이 부지기수였잖아.

유하 | 시나리오를 쓸 때나 영화를 찍으면서 한 가지 의문사항이 들더라고. 교사들이 아무 개연성 없이 애들을 때리잖아. 그런데 그 당시를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그냥 연결이 돼. (웃음)

김성수 | 교실에 들어오면서부터 때리기 시작하잖아.

유하 | 오히려 영화적으로 점잖게 다룬 셈이지. 나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맞은 기억밖에 없어서…. ‘맨소래담’이 필수품이야. 1학년 때는 키가 크니까 선도부 하라고 맞고, 기수 하라고 맞고. 알루미늄 배트 있잖아, 그걸로 맞으면 머리까지 충격이 와.

김성수 | 네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나니까 기분이 어떠냐.

유하 | 사실 이런 얘기는 오히려 서른다섯 때까지 정말 하고 싶었는데, 좀더 나이가 들어서 하니까 장점이 있더라고.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라고. 그래선지 쿨하게 만들 수 있었어. 사실 나는 70년대에 많은 걸 빚지고 있어. 시들도 그때의 상상력으로 쓴 게 많았고. 감독이나 작가들한테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는 것 같은데, 드디어 하고 나니까 새로운 영화를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구.

김성수 | 겪은 얘기를 찍을 땐 좀 괴롭지. 나는 <비트> 찍을 때 그런 경험이 있었거든. 막 찍다 보니까 내가 미쳐버리더라고, 그 당시의 실제 현장에 와버리니까. 내가 영화를 찍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내가 본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미쳐가지고 신들린 듯이 찍었어. 그런데 다 찍고 나니까 좀 무섭더라고. 섬뜩했어. 내 기억을 재현시킨다는 면에 있어서 네가 말한 예술가의 열망이나 쾌감 같은 게 있지만 이건 영화잖아. 그런데 나한테는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섬뜩한 느낌이 있더라고. 그래서 혼자 기진맥진하고 탈진했던 기억이 있어.

유하 | 나도 섬뜩한 점이 없진 않았어. 캐비닛 안에 들어가서 맞았던 기억들이 살아나기도 했으니까. 사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1차적 욕망은 내 동창들이나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점이 가장 컸어. 그 부분에선 사람들이 시사회를 보고 나름대로 만족해하는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다행이야. 하여간 이 영화는, 잘 되건 못 되건, 재미있건 재미없건 간에, 40대들이 보고 나면 동창회는 꼭 할 거 같애. (웃음)

김성수 | 그런데 디테일이 하나 안 좋은 게 있더라. 은주가 버스 안에서 가방 뺏길 때 말야, 걔 모범생이 왜 그렇게 가방이 얇아? 그때 여학생 모범생들 가방은 이따만큼 두꺼웠어. (웃음)

유하 | 차승재 대표가 그런 얘기도 하더라. ‘평챙’ 모자 안 나와서 아쉬웠다고.

김성수 | (웃음) 맞아, 평챙 모자.

유하 | 모자를 팍 눌러 빳빳하게 만들어서 머리에 쓰는 게 아니라 얹고 다니는 거. 그거 만들려면 다리미로 며칠씩 다려야 되잖아.

김성수 | 소금물이랑 풀을 먹여논 다음에 밑에 신문지 깔아놓고 다듬이 방망이로 두드리면 쫙 펴져.

유하 | 원래는 그 모자도 하려고 했었어. 근데 막상 해보니까 요즘 모자는 재질이 달라서 그런 느낌이 안 나오더라고.

김성수 | (아쉬운 듯) 그거 내가 제작해줄 수 있는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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