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명 배우들의 생활 조련사-스케줄매니저 최지윤
In <태극기…>
현장에서 최지윤(26)씨의 별명은 ‘꼴통’. 워낙에 고집이 세고 하는 행동이 나이답지 않게 강단지고 야무진 까닭에 붙은 별명이다. 동시녹음기사와 “∼통!!” 하는 수인사를 주고받으면서 그녀의 아침은 시작된다. 전날 감독과 조감독이 리허설을 통해 짜놓은 촬영일정을 이미 배우들에게 연락은 넣어놓았으니, 현장에 오면 속속 도착하는 배우들 의상부터 챙긴다. 아침을 굶은 배우들에게 배낭에서 각자 입맛에 맞는 부식거리를 꺼내 먹이는 폼은 얼핏 동물원의 노련한 조련사 같다. “배우들은 모두 예민한 어린아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다음 수순은 부상자를 살피는 일이다. 작은 상처는 상비 구급약으로 처리하고, 부상이 깊은 배우들은 메모지에 적힌 인근 병원으로 전화를 돌려 왕진을 부탁하거나, 병원까지 직접 후송한다. 이제 쉬는 시간이다. 커피를 조르는 배우들에게 한방차, 율무차를 지급하고, 특히 골초배우들에겐 복숭아홍차로 목을 달래준다. 워낙 피로에 찌든 배우들은 단맛나는 건 뭐든지 OK. 초콜릿, 껌, 사탕이 신나게 팔릴 시간이다. 배낭은 비어가고(간혹 스탭들에게 털리기도 하며), 촬영지의 짧은 해가 저문다. 숙소에 배우들을 재우고, 다음날 일정을 정리하여 매니저들과 통화하고 나면 그녀의 육신이 위로받을 차례가 온다. 그녀의 직함이 뭘까? 고정 대사가 있는 86명을 포함, 106명의 주·조연배우들의 스케줄을 책임지는 스케줄매니저. 우리나라엔 처음 수입된 직함이다.
Before <태극기…>
고등학교 연극부에서 연극 연출의 꿈을 키웠다. 반대하는 부모님에게는 ‘60개년 계획’을 정리해 보여드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다니던 중, <블루>의 연출부였던 친구가 새로운 작품에서 스케줄 매니저로 함께 일하자고 제안. 막상 <태극기 휘날리며>가 시작되고 한달 뒤 그 친구는 그만두고, 그녀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My hope is…
처음 발을 들인 영화계에서 사람 관리하는 게 어느 정도 자신의 성격과 맞다고 판단한 그녀. 나중 목표는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투자받아 근사한 연극 하나 무대 위에 올리는 것이다. 연출을 위해서는 배우와 시스템 모두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앞으로 주어지는 일들은 모두 경험해볼 생각. 예의 그 무시무시한 자신감으로 말이다. “지구의 자전으로 제가 도는 게 아니라 저로 인해 지구가 돈다고 생각해요. 꼴통, 파이팅!!!”
맥가이버 혹은 순돌이 아빠 - 특수촬영기사기 송선대
In <태극기…>
‘충무로의 맥가이버’ 송선대(34)씨의 눈썰미는 아무도 못 말린다. 팽이의 원리로 진동을 억제하는 스카이캠(헬기 등에서 아래의 전경을 찍는 카메라, 흔들림이 거의 없다)을 개발하고, 휴대폰 진동의 원리를 이용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나 볼 수 있었던, ‘뽀대나게’ 흔들리는 장면을 척척 만들어낸 건 빙산의 일각이다. 차량에 탈부착하여 달리기신부터 롤러 블레이드 경주신, 도로 추격장면을 찍게끔 만든 모빌캠의 경우, 진화를 거듭한 3기 모델이 등장했다. 얼마 전 개봉한 <터미네이터3>에 사용된 모빌캠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능을 갖췄다. 기존 할리우드의 모빌캠이 차량 앞뒤쪽에 거치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카메라를 부착한 것이라면 송씨의 모빌캠은 크레인에 카메라를 달아 상공 5m 높이의 플라잉신과 바닥에 달라붙는 신까지 한번에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개발비 1억원, 투자기간 1년이라는 시간이 한국의 특수촬영 지형을 360도 바꿔놓은 것이다. 송씨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이전에 완성한 전기 자동차에 스테디캠(흔들림을 방지한 카메라)을 부착하여 좁은 골목과 보행신을 해결했고, 모빌캠으로 박진감 넘치는 전쟁 차량 이동신을 완성했다.
Before <태극기…>
송선대씨는 원래 법학과 학생이었다. 제대한 뒤 방송에 뜻을 품고 97년 동아방송대학에 들어가 졸업 뒤 바로 KBS 보도국 VJ가 되었다. 절실함이 통했던 걸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방송기기를 제작하기 시작한 송씨는 이제 충무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인물이 되었다. 그동안 참여한 영화로는 <가문의 영광> <마들렌> 〈2424〉 <밀애> <지구를 지켜라!>가 있으며, <지구…>에서 만난 홍경표 촬영감독이 <태극기 휘날리며>에 송씨를 천거했다.
My hope is…
송씨의 꿈은 충무로에 산적한 촬영 기술들을 하나로 연결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기술만 놓고보면 할리우드에 뒤떨어지지 않지만, 기술들이 쌓이지 못해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한다는 게 그의 지론. 영상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기술의 축적을 이뤄낼 그의 바람이 다부지다. 현재 그는 <라이어> <범죄의 재구성> 〈SOME〉에 참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