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메인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는 좀처럼 문이 닫히지 않는다. 경쟁부문 시사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쉴새없이 밖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유럽영화의 거장 에릭 로메르와 켄 로치, 테오 앙겔로풀로스가 아직 시사회를 갖지 않았다고는 해도,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대체로 고요한 편이다.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 디이터 코슬릭은 공식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베를린의 주말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어떤 영화가 금곰상 트로피를 가져갈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자와 관객들은 코슬릭과는 다른 이유로 금곰상 트로피의 주인이 누구일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단조로운 베를린에서도 드물게 진심어린 박수가 터져나오는 순간은 있다. 2월10일 상영된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선셋>은 우박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어느 60대 관객이 바람을 맞으며 표 가진 사람을 찾고 있던 기대작이었고, 그 기대 이상으로 웃음과 탄성을 이끌어낸 첫 번째 영화였다. 패티 젠킨스의 데뷔작 <몬스터>는 가장 고르고 높은 별점을 받은 영화. <마리아의 은총> <잊혀진 포옹> <당신의 손길 속에서> 등 젊은 감독들의 영화도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만장일치에 가까운 별점 하나를 받은 노장 존 부어맨의 <컨트리 오브 마이 스컬>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아직 낯설지만 아주 먼, 언젠가는 에릭 로메르처럼 존경을 바치며 모시게 될지도 모르는 젊은이들. 이들의 영화를 작은 지면에 모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