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논스톱> 시리즈, 그 얄팍한 매력에 대하여 [4]
2004-03-05
글 : 오정연
사진 : 정진환
4년간 <논스톱> 시리즈를 이끌어온 권익준 PD 인터뷰

"<논스톱>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다"

권익준 PD는 4년 동안 <논스톱> 시리즈를 연출해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초창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뉴 논스톱>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뒤 이제 그는 ‘청춘 시트콤’의 역할과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했다고 한다. 한국식 변종 시리즈 시트콤으로서 <논스톱>의 정체성, 그리고 그 속에서 <논스톱4>만이 노리고 있던 회심의 카드는 무엇이었을까.

-한국 최초의 시트콤 시리즈를 해온 PD로서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시작할 때 농담처럼 시리즈로 가자고 얘기한 적은 있지만 작정하고 시리즈로 만든 건 아니다. MBC가 7시를 청춘 시트콤 시간대로 선점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사실 아무리 재미있는 아이템도 최소 6개월은 있어야 자리를 잡는다. <논스톱>이라는 이름을 계속 유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좋은 제목이라서가 아니라 브랜드로서 지명도가 있기 때문이다.

-<논스톱>은 이제 명실상부한 스타들의 등용문이 되었다.

=우리는 웬만한 매니지먼트회사보다 스타의 이미지 메이킹에 더 신경을 쓴다. 스타를 키우는 것이 <논스톱> 시리즈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는 문제가 있다. 확인된 스타만 계속해서 이용하려고 하니까 배우들 몸값은 치솟고, 대중은 싫증내고, 이 바닥이 피폐해진다. 새로운 상품을 한번 만들면 이게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아야 한다. 조인성, 장나라가 이 프로를 통해서 반년 만에 스타가 되어 이 업계에 뿜어내는 에너지가 얼마나 큰가.

-스타들의 고유한 성격이 극중 인물에 반영되나.

=원래 배우들이 가진 성격이나 습관을 제일 많이 연구한다. 기획사가 원하는 이미지를 반영하거나 아예 우리가 만들기도 하고, 평소 그 배우의 행동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 캐스팅을 먼저하고 배우들의 연기, 코미디 파워, 지명도, 인물간 앙상블 등을 연구해서 캐릭터를 만든다. 초기 한두달은 캐릭터보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배치하고 이를 통해 어떤 캐릭터가 좋을지를 테스트하면서 구체화한다.

-시리즈들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청춘 시트콤의 인물들이라는 게 비슷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인물만의 어떤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한다. 이를테면 전형적인 트러블 메이커인 몽은 이번에는 순박한 면을 부각시켰다. 지난 시리즈에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는 되도록이면 피하려 한다.

-<논스톱4>에는 밴드를 설정한 것이 특징적인데, 아직 연주 한번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밴드 설정은 내가 <뉴 논스톱> 때부터 생각했던 거다. 대중에게는 스타의 연기나 코믹한 요소도 중요하지만 다른 뭔가도 크게 작용한다는 걸 알았다. 음악적 재능을 확실하게 갖춘 인물들이 연기도 하고 코미디도 가능하다면 스타 메이킹 면에서는 최고다. 그래서 처음에는 배우들을 뽑아서 연습시킨 다음 노래까지 만들어서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5월쯤에는 음반도 만들 거다. 지금 배우들이 맹연습 중이니까 올 가을에는 본격적으로 밴드라는 설정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에 대해 동정심도 별로 없고, 착한 척하지 않는 캐릭터들이 인상적이다.

=몇년 전 청소년 프로그램을 할 때, 직접 애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이 굉장히 이기적이라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이익이 있으면 열심히 하지만 손해될 만한 것은 절대로 안 하더라. 그래서 <남자 셋 여자 셋>처럼 끝부분에 빙 둘러앉아 같이 위로하는 장면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고 <뉴 논스톱> 때부터 생각했다. 지금은 오히려 과도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신경을 좀 안 썼더니 애들이 너무 싸가지가 없어졌다. (웃음)

-<논스톱4>에서 가장 먼저 정해진 캐릭터는.

=몽과 봉. 이전에는 트러블 메이커가 콤비로는 없었기 때문에 차별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봉과 예슬의 키스라든가 여기서 비롯된 계약연애는 좀 급작스럽지 않나.

=그전에 있었던 전진과 승은의 러브라인은 상당히 전형적이었다. 근데 그런 관계가 요즘에 어디 흔한가. 그냥 우연히 사귀다가 그만두고, 또 다시 사귀는 식으로 유동적이지 않나. 그래서 이번에는 요새 애들처럼 가볍게 다뤄보고 싶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만드는 사람들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커플로 만들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한예슬 같은 스타일은 누구와 연애를 하더라도 가능한 경우의 수가 많다. 그리고 장근석처럼 현실적이고 튀는 남자애는 연상연하 커플을 이룬다면 알콩달콩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관심이 있다.

-이번 시리즈는 언제까지 갈까.

=모든 것은 배우들에게 달려 있다. 1년에 한번씩 하는 계약 때, 유명해진 배우들이 많이 빠지면 이번 시즌은 끝나는 거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