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세배우 - 김태우
2004-05-06
글 : 오정연
성실함은 그의 미래다 - 김태우 as 현준

김태우가 말하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재밌는 영화다. 스토리를 좇아가는 것보다는 영화를 보는 관객이 자꾸만 딴생각을 하게 만들면서, 제시되는 상황들마다 “맞아, 맞아.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라면서 공감하는 재미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의도를 파악하게 만드는 영화들과 달리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좋음”이 있다.

유지태가 보는 김태우

배우로서 정말 성실한 사람이다. 흐트러짐 하나 없는 배우다. 언제나 좋은 면만 바라보려고 하는, 긍정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자기 영화세계가 너무도 뚜렷하다. 대중이 좋아할 것 같아도 자기 영화세계와 다르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눈이 높은 건가?”라고 말하는 사람이니까. 정말 배우 김태우는 눈이 높다. 좋아하는 영화도 그렇고. 대중영화보다는 작가영화를 좀더 사랑하고. 내가 야당기질이 강하다면 태우 형은 여당기질이 강한 사람이라고 할까.

성현아가 보는 김태우

잘 섞인다. 남들을 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본인을 위해서도 아주 잘 섞인다. 무슨 용해제 같다고 해야 하나. 그만큼 남들하고 융화가 잘돼서 본인이 연기하는 데 편한 상황을 이끌어간다. 융화도 잘하지만 어른스러운 데가 있어서 중심을 잘 잡아준다. 한번도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다. 뭔가를 상의하면 항상 두세배 이상의 답을 준다. 두 배우의 공통점이 자기만 살면 안 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내가 입문하는 초기 단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잘 못하는 걸 보지 못한다. 여기선 손짓, 발짓을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세심하게 말해주곤 했다. 이 점은 두 배우 다 똑같다. 워낙에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라 내가 덮일 수도 있었지만 많이 뺏어올 수 있었다.

유지태가 이해하는 헌준

아 사실. 내가 맡은 문호 역을 설명하기란 쉬운데 헌준 캐릭터는 설명하기가 너무 힘들다. 이를테면, 서로 경쟁하는 캐릭터인데. 문호는 우유부단하지만 자기 세계가 강한 사람이다. 자기 확신은 강하지만 자기가 인식하고 확신한 세계 그 자체는 그다지 크지 않은. 어떻게 보면 한심하고 작은 욕망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데 헌준은 그야말로 자신의 한계를 아는 그리고 그것을 피하고 싶어하는 우유부단한 역이다. 뭐 사람은 언제나 이상을 꿈꾸나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성현아가 이해하는 헌준

내가 가진 첫사랑이다. 왜 우리 첫사랑이라면 공부도 좀 잘하고 그러지 않나. 딱 첫사랑 같은 사람이다. 여자가 굉장히 기대고 싶어하고. 그런데 너무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도피한다. 어려서 그런가 여자가 이러면 정말 용서 못한다는 캐릭터다. 사실 딱 뭐라고 하기 힘든 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말의 토씨를 조금 다르게 한다뿐이지 누구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행동을 한다. 여자는 첫사랑에 대한 뭔가가 있다. 그래서 잔 건데, 뭐라 말도 없이 그냥 가버린다. 그는 7년 뒤라고 달라지지 않는다. 문호도 마찬가지인데 자신들은 그냥 그 자리에 있다. 다만 한 꺼풀 포장을 하려고 한다. 세월이 한겹한겹 쌓아준 것도 있고. 그걸 깎아내보면 애들 같은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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