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가 말하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한다. 동화는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영화를 본 어른들을 아이들처럼 느끼게 만드는 동화다. 망가진 뒤, 그러니까 모든 이상이 망가지고 나면 오히려 그게 다시 힘이 되어 사람들은 살아가지 않나. 그렇게 망가진 이후의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한 감독님의 말이 정확하게 맞는 것 같다.
김태우가 보는 유지태
사실 지태와는 첫 작업이었는데, 이전까지 영화를 통해서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상당히 날카롭고, 집요한 면이 많은 사람이다.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욕심이 많다는 점. 잘 나가는 영화배우들이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고 싶고, 연극도 할 거고, 학교도 더 다니거나, 직접 영화연출도 하겠다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지태처럼 이렇게 그 모든 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사실 처음 본다. 자신의 욕심을 실천할 만한 용기와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고, 멈춤없이 그런 것들을 해나간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단점? 욕심이 능력보다 지나치게 과하다면 무리가 올 수 있겠지. (웃음)
성현아가 보는 배우 유지태
굉장히 어렵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양파 같은 사람이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는데 차츰 새로운 면을 봤다. 아주 자상한데 배우로선 자신의 생각이 뚜렷하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미래와 목표를 확실히 가지고 있어서 그걸 향해 굉장히 매진한다. 자신을 아끼기도 하지만 촬영장에서 다른 배우를 제일 먼저 생각해주기도 한다. 아주 추운 날, 같은 장면을 30번 이상 촬영한 적이 있는데 자기 촬영분이 없는데도 현장에 나와서 뜨거운 녹차를 서른번 이상 날라주는 자상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거에 같이 일해본 적은 없지만 이전 영화에서 봤을 때와 비교하면 굉장히 성숙해졌다는 느낌이다.
김태우가 이해하는 문호
문호는 현실에 안주하는 전형적인 속물처럼 보이지만 그건 헌준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문호는 헌준의 결단력, 여자친구 등을 항상 동경하고 콤플렉스를 느껴왔던 인물이다. 그래서 선화와 둘이 있을 때만 자신의 본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문호가 유일하게 능동적이 되는 때가 학생들과 있을 때 정도인데 자신의 욕망과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인 것 같다. 반면 헌준은 문호를 처음부터 끝까지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그저 선화가 보고 싶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그것을 해소해줄 수 있는 사람이 문호였기 때문에 찾아갔고, 부천까지 데려갔던 거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보면 헌준은 문호가 얘기하는 걸 제대로 듣는 적이 없다.
성현아가 이해하는 문호
나를 좋아해서 사귀게 되지만 동정심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이 다 애들 같지 않나? 감독님이 특히 남자 캐릭터들을 보고 저 바보들, 저 바보들 그랬는데, 난 너무 귀여웠다. 생각하는 게 엉뚱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문호는 특히 어린애 같다. 그런데 한편으론 여느 가장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겉으론 자기 가족과 딸 이야기를 하면서도 속으론 첫사랑 같은 다른 사랑에 대한 생각도 할 것 같다. 그래서 잠깐 하루의 일탈을 했다가 다시 돌아간다. 일탈을 꿈꾸지만 결국 힘들게 다시 돌아가는 가장의 모습이다. 헌준도 그랬듯 7년 전과 비교하면 한 꺼풀 포장했을 뿐이다. 선화는 이들을 안아주면서도 냉소하며 보는 것 같다. 바를 경영하면 아무래도 남자들 속을 잘 읽어낼 테고 겉으론 그래그래 하면서도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