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 대한 괜한 걱정 세 가지 [2]
2004-06-15
글 : 김현정 (객원기자)

둘, 블록버스터 초짜의 <해리 포터>라고?

알폰소 쿠아론은 해리 포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전혀 모르는 감독이었다. <소공녀> <위대한 유산> <이 투 마마> 등을 만들어 평단의 찬사를 얻어온 이 멕시코 감독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본 적도 없었고 연출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곧 이 시리즈에서 자기 영화의 고향과도 같은 요소를 발견했다. 그것은 인생의 한 시기에서 다른 시기로 접어들고 있는, 너무나 많은 것이 한꺼번에 변해버려 불안해하는 어린아이였다. “열세살은 침대 밑이나 벽장 속 부기맨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무언가가 더 두렵다는 사실을 깨닫는 나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무기 또한 자기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도.” 쿠아론은 해리가 두려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디멘터와 대적하는 세 번째 이야기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고, 기억하지도 못하는 과거에 묶여 있는 어린 소년에게 공감을 보여주었다. 그런 쿠아론과 만난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해리는 자기 연기를 지켜본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깜짝 놀랄 정도로 거칠게 분노하는 소년이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해리는 아버지를 꼭 닮았다고 말하는 대부 시리우스에게 “그런데 눈동자만은 엄마와 똑같고요”라고 대답하며 처음 느낀 부정에 몸을 묻는 가엾은 소년이기도 하다. 시리우스로 합류한 게리 올드먼은 “어둠과 감동, 유머가 섞여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해리 포터> 입문으로 치자면 쿠아론보다 고참인 세명의 아역배우들도 자신들의 성장기와 겹치는 캐릭터의 변화를 마음에 들어했다. 줄무늬 목도리 대신 어른스러운 타이를 맨 아이들은 자기 스타일을 반영한 사복을 입고 이성으로서의 수줍음도 느끼기 시작한다. 2편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론과 헤르미온느 사이의 미묘한 기류도 아이들이 커가고 있다는 증거.

열다섯살 생일을 두달가량 앞두고 벌써 170cm가 넘게 커버린 래드클리프는 “성장이 내게 무얼 뜻하는지, 정말 잘 모르겠다”고, 라쇼몽과도 같은 과거와 마주한 해리처럼, 혼란스러운 어조로 고백했다. 그 때문에 프로듀서로 물러난 크리스 콜럼버스는 예민한 아이들을 걱정했다고 했다. 1편과 2편을 연출했던 크리스 콜럼버스는 “나와 무척 가까운 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감독”을 찾다가 쿠아론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옳았던 듯하다.그러나 이미 완성된 호그와트도 그렇게 믿고 맡길 수 있었을까? 쿠아론은 트릴로니 교수의 방이나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 호그스미드를 보탤 수 있을 뿐 더이상 바꿀 데는 많지 않은 해리 포터의 세계를 앞에 두고 “좀더 사실적인 느낌”을 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앨런 파커와 주로 작업해온 촬영감독 마이클 세레진의 카메라는 클로즈업보다는 거리를 두고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디멘터들이 둘러싸고 있고, 깊은 숲 어디엔가 시리우스가 숨어 있는 호그와트는 감시받고 있는 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와이드 렌즈 안에 담기고 색채를 한톤 낮춘 호그와트 대연회장 역시 환하게 빛나는 마법의 세계보다는 음산한 기숙학교와 닮아 보인다. 실패한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컴퓨터그래픽을 디멘터처럼 무서워했던 쿠아론은 인형 디멘터를 만들어서 촬영하려고 했지만, “무섭게 움직이긴 하는군”이라고 자족하고선, <스타워즈> 시리즈에 참여한 특수효과회사 ILM 권위자를 초대했다.

대니얼 래드클리프, 에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인터뷰

“볼드모트를 죽이기 위해선, 해리도 죽어야 할 것이다”

대니얼 래드클리프(해리 포터 역)와 에마 왓슨(헤르미온느 역), 루퍼트 그린트(론 리즐리 역)는 어느새 어른 배우들과 키가 비슷해졌다. 목소리가 갈라진 변성기 남자아이 둘과 자기 스타일을 주장할 나이에 이른 여자아이 하나. 이 세 배우는 감독과 프로듀서, 선배 배우들과 나란히 앉아 있으면서도 어느덧 세편의 영화를 내놓은 스타의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크리스 콜럼버스 대신 알폰소 쿠아론을 새로운 감독으로 맞이했다. 그와 일한 경험은 어땠나.

대니얼 래드클리프 : 우리는 크리스 콜럼버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지만 새로운 감독과도 일해야만 했다. 서로 다른 연출 스타일에 적응해야 한다는 건 도전과도 같았다. 그러나 콜럼버스와 함께했던 경험은 쿠아론의 지도를 받으며 연기하는 일에 도움이 됐다. 쿠아론은 낯선 문화를 가진 나라의 영화들을 알게 해주었고, 우리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헤르미온느는 가장 영리한 학생이다. 현실에서도 소녀들이 소년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는지.에마 왓슨 : 그런 것 같다. (웃음) 헤르미온느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캐릭터이고, 이번 영화에선 더욱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자기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도 참으면서 지냈다. 그런 건 잊어버려, 라면서. 그러나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헤르미온느는 말포이에게 주먹을 날리고, 교수에게 화를 내며 수업 시간에 나와버린다. 진정한 건 파워를 보여주는 것이다.

알폰소 쿠아론은 아역배우들에게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관한 에세이를 써오라고 했다. 뭐라고 썼는가.

대니얼 래드클리프 : 너무 오래전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A4 한장을 채우고 자랑스러워했는데, 에마는 스무장이나 써온 것이다!

에마 왓슨 : 아이들은 숫자를 자꾸 늘린다. 열두장에서 열네장, 이젠 스무장이라니. (웃음) 나는 에세이를 손으로 썼고, 내 글씨는 정말 크다.

루퍼트 그린트 : 나는… 숙제하는 걸 잊어버렸다. (웃음)

<해리 포터> 시리즈를 그만두고 나면 어떻게 살아갈 것 같은가.

대니얼 래드클리프 : 나는 지금 해리보다 한살이 많지만, 그 정도 차이는 별거 아닌 것 같고, 많은 배우들이 자기보다 어린 캐릭터를 연기하곤 한다. 나는 연기하는 걸 좋아하고, 계속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것들, 이를 테면 음악도 좋아한다. 나는 열다섯살도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직 모르는 거다.

에마 왓슨 : 나는 연기와 노래, 춤을 좋아한다. 연기는 내가 계속 하고 싶은 일이다. 이 일의 멋진 점은 여러 가지 길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대에 설 수도 있는 거고. 우리는 겨우 몇주 전에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촬영을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루퍼트 그린트 : <해리 포터>를 찍은 건 멋진 경험이었기 때문에 계속 출연하고 싶다. 나는 배우로 남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을 포기해야 하겠지만. (웃음)

자신이 연기하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인물들이 어떤 운명을 맞았으면 하는가.

대니얼 래드클리프 : 사람들은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싫어하지만, 나는 해리 포터가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건 진지한 이야기다. 해리는 볼드모트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다. 볼드모트를 죽이기 위해선, 해리도 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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