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 대한 괜한 걱정 세 가지 [3]
2004-06-15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셋, 음침한 디멘터들, 진짜 음침할까?

프로듀서가 되어 한발 물러난 여유를 즐긴 콜럼버스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매번 발전하는 시각효과”라고 자부했다.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섬세한 표현에 집중하지만,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역시 매순간 마법을 거는 듯한 시각효과로 가득 차 있다. 아즈카반의 간수 디멘터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가장 호기심을 모으는 존재였다. 사람을 죽음보다 비참한 지경에 몰아넣는 디멘터는 누구도 그 두건 밑을 본 적이 없다. 그 때문에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제작진은 온전한 상상력에 의존해 디멘터를 창조해야 했지만, 쿠아론의 말대로 “검은 두건을 뒤집어쓴 사신(死神)이란 오랜 세월 영화에 등장해왔으므로” 참고할 문헌은 풍부했다. 쿠아론은 <반지의 제왕>의 악령 나즈굴과 <제7의 봉인>의 사신을 본받아 검은 두건 사이로 미라 같은 손을 뻗는 디멘터를 만들었다. “디멘터는 육체를 초월한, 엄청난 힘 그 자체를 형상화한 존재”라는 것이 쿠아론이 설명하는 디멘터의 개성. 원작과 달리 하늘을 날아다니는 디멘터들은 별다른 사건이 없어도 때때로 등장해 옷깃을 날리면서 호그와트의 불길한 운명을 예고하곤 한다.

음침한 디멘터들이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어둠을 장악한다면 마법사 구조 버스와 히포그리프 벅빅은 생기있는 모험을 주도한다. 복잡한 런던 시내를 질주하는 이 보라색 3층 버스는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듯한 착각을 주지만, 실제 주행 속도는 30마일에 불과했다. 그 옆을 지나는 다른 자동차들이 시속 8마일로 거북이 운행을 했던 것. 스턴트 코디네이터 그렉 파웰은 “행인들은 극도로 느리게 걷도록 훈련받은 스턴트맨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벅빅은 컴퓨터그래픽으로 태어난 생물이었다. 제작진이 생각한 벅빅은 알바트로스처럼 하늘에서 자유로우나 땅 위에서 서툰 동물. 놀랍도록 발전한 기술에 힘입어 벅빅은 깃털 하나까지 진짜 새처럼 바람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

이 판타지 세계에서 인간의 육체를 지닌 존재 중 특별한 즐거움을 주는 이는 점술 교수 사이빌 트릴로니를 연기한 에마 톰슨이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에마 왓슨이 존경해마지 않는다는 톰슨은 지독한 근시를 표현하기 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과장된 렌즈를 착용하고 출연했다. 소설과 달리 좀더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주는 데이비드 튤리스는 늑대인간이라는 비밀을 감추고 있는 리무스 루핀 교수. 그는 <해리 포터>만의 늑대인간을 고민했던 쿠아론 때문에 털 한 오라기 없고 두발로 걷는 이상한 늑대인간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가 두근거리며 기다린 이는 누구보다 새 덤블도어 마이클 갬본이었다. 2편을 찍고 세상을 떠난 리처드 해리스에게 그와 비슷한 아일랜드 억양으로 오마주를 바친 갬본은 “늙은 히피”를 바라는 쿠아론과 뜻이 잘 맞았다. 규칙을 어기고 아이들에게 시간을 되돌릴 기회를 준 덤블도어는 이전보다 귀엽고 장난기어린 캐릭터로 회춘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친구와 적들을 맞이한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엄청난 수의 관객 또한 호그와트로 맞아들였다. 지난 5월31일 영국에서 개봉한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첫날 500만파운드가 넘는 수입을 올려 영국영화사상 최고의 날을 기록했다. 지나치게 어둡고 답답하다는 평가가 해리의 모험에 중독된 이들에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일까. 7월16일 해리가 치른 성장의 고통과 모험의 열매가 무엇인지 한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Harry Potter characters, names related indicia are trademarks of and *Warner Bros. Ent. All Rights Reserved.)

시리우스 블랙 역 게리올드먼 인터뷰

“마법을 현실로 만드는 긴장과 정취가 있다”

게리 올드먼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매우 좋아하는 세 아이의 아버지다. 마음먹고 선택하진 않았는데도 악역을 자주 맡게 되었다는 그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는 재능있고 반항적이었던 해리의 대부 시리우스 블랙으로 출연했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은 목소리를 가진 그는 차가 막혀 걸어오느라 늦었다는 말로 짧은 인터뷰를 시작했다.

-<해리 포터> 원작을 좋아했는가.

=열다섯살 먹은 내 아들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집으로 가져와서 그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마음에 들었다. 이 시리즈는 아마도 성경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좋아한 책이 아닐까 싶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상업적인 프랜차이즈의 세 번째 영화다.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그리고 감독 알폰소 쿠아론은 이 영화를 다르게 만들기 위해 어떤 방법을 택했는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나는 그 안으로 걸어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전편과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영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영화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이 영화는 감정과 긴장, 정취를 품고 있고, 마법을 현실로 만드는 재능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기술이나 물리적 장치가 대신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아마도 관객은 이전보다 훨씬 사실적인 이 영화를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해리 포터를 연기한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오래전부터 당신의 팬이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그렇다. 나는 대니얼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완벽한 시리우스 블랙이 되도록 노력했다. 대니얼과 다른 아역배우들이 기다리고 있는 방에 들어갔을 때는, 내가 오히려 겁이 날 정도였다.

-악역 연기가 매우 강한 이미지를 남겨왔다.

=사실 나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함께 쇼핑도 하고.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를 보면 “아니 왜 술에 취해 있지 않은 거죠?”라며 놀라곤 한다. (웃음)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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