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연쇄살인사건이 꼬리를 무는 볼레미아 폴즈 고등학교. 마티나(마잔드라 델피노)와 그의 친구들에게도 어느날 이상한 쪽지가 전달된다. 그들이 1년 전 비밀스레 벌였던 무엇인가를 이미 알고 있다는 내용. 이들은 자신들이 이내 살인마의 표적이 될 것임을 알아차리고, 혹시 있을 살인마의 위협에서 서로를 구해주기 위해 함께 마티나의 집에서 지내기로 한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단서를 찾겠다는 여기자 하지타가 등장하고 경찰 도우이가 그녀를 돕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
■ Review
어쨌든 관객을 웃기기 위한 안간힘은 영화 곳곳에 심어져 있다. 살인마는 공포를 주입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한 듯 실없는 행동으로 일관한다. 자신의 표적(예의 짧은 금발머리를 한 또 한명의 드루 배리모어)을 추격하다 걸려온 전화를 받고 상대에게 수화기를 전달해주지 않나, 담뱃불을 붙이다 복면을 태울 뻔하질 않나, 심지어 자신의 목표물에 칼을 겨누다 갑자기 경주에 끼어들게 되고 승리에 도취하는 살인마의 모습에선 오히려 친근감이 느껴질 정도다.
살인마가 갈수록 멍청해지는 동안 학교는 점점 난장판이 되어간다. 처키가 카메오로 출연하는 이 학교에는 여학생들이 옷 갈아입는 장면을 훔쳐보는 뻔뻔한 흑인 교장이 설치고 교실은 유방확대 수술을 받는 서비스룸으로 바뀌어 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를 패러디한 설정은 그 자체로는 짜임새 있게 보인다. 과거 네명의 친구들의 밝힐 수 없는 서로 다른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질 때만큼은 폭소까진 아니더라도 실소 정도는 자아낸다. 또한 “황당한 스토리, 노골적인 섹스신, 적나라한 복선” 등 등장인물들이 패러디영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읊을 때도 마찬가지.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조율할 만한 캐릭터나 사건이 없는 탓에 영화는 시종 산발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데 그친다. 후반부에 입냄새 방지용 추잉볼 광고까지 패러디하는 것이나 뜬금없는 인물이 “내가 살인마야”라고 등장하는 부분에선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를 정도다. “패러디엔 한계가 없다”고 선언한 다소 뻔뻔스런 이 영화에서 그나마 볼 만한 건 교장으로 등장해 익살을 떨어대는 유명 래퍼 쿨리오다. 이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