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의 7전8기 뒷이야기 [1]
2004-09-01
글 : 박혜명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할리우드의 프랜차이즈 속편들이 개봉했다. 소니픽처스의 <스파이더 맨2>는 2년 만에, 워너브러더스의 <해리 포터> 시리즈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1년 만에, 작품의 질과 흥행을 모두 인정받은 건강한 속편이 되어 돌아왔다. ‘장한’ 일이다. <스파이더 맨2>가 전편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의 구속물로 남을 것을 두려워한 주연배우 토비 맥과이어의 재합류 여부 때문에 한동안 소란스러웠던 사실을 기억해보라. 워너브러더스 간부들은 제작자로 물러선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을 대신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아이들을 돌봐줄 새 아버지 물색에 속이 다 썩었을 것이다.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으레 각오하고 시작해야 하는 이 진절머리나는 전투를 소니와 워너는 승리로 이끈 셈이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전투장 한가운데서 출구를 찾고 있다. 슈퍼맨이 나오는 영화를 만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8년 동안 감독을 다섯번 갈아치운 프랜차이즈 <슈퍼맨>, 감독과 주연배우와 제작자가 4년간 열의를 보여도 각본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인디아나 존스4>, 주연뿐 아니라 주요 조연들까지 캐스팅을 마친 상태에서 여전히 감독을 찾아 헤매는 <미션 임파서블3> 등은 초미의 관심 속에 독버섯 같은 루머들과 공생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들이다. 최근 촬영을 시작하면서 안전지대로 옮겨온 <배트맨>의 새로운 시리즈 <배트맨 비긴즈> 역시 5년의 지난한 세월을 거쳤다. 프랜차이즈의 아이템으로 환영받는 원작만화나 TV시리즈의 후광을 업은 덕에, 그리고 이를 사모하는 마니아들 덕에 유독 험난한 운명에 이끌리는 블록버스터들. 이들을 둘러싼 억측과 가십과 진실들을 일부 모아봤다. 백과사전만한 자료를 다 들추기란 시작부터 숨막히는 일이지만, 루머와 진실은 파고들수록 흥미로운 법이다.

<슈퍼맨> 거쳐간 감독 5명, 작가 6명, 슈퍼맨 후보 15명+∂

요컨대 AOL 타임워너를 모회사로 둔 두 자회사 워너브러더스픽처스와 DC코믹스사는 형제 같은 상호협력관계를 맺고있다. 1993년 DC코믹스로부터 <슈퍼맨>의 영화 판권을 사들인 워너, 코믹북과 TV시리즈와 무엇보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한 영화 시리즈 세편이 누렸던 인기와 재복을 부활시킨다는 목표 하나로 1996년부터 영화화 착수. 아이템만 결정되고 모든 것이 미지수인 케이스.

1997년 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슈퍼맨> 부활 프로젝트는 팀 버튼-케빈 스미스-니콜라스 케이지 구도로 짜여져 있었다.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코믹북을 영화화하는 데 성공했던 <배트맨>의 팀 버튼이 할리우드의 괴짜 케빈 스미스의 각본으로 니콜라스 케이지를 통해 <슈퍼맨>을 완성한다니. 정말 그럴 듯하지 않겠느냐며 팬들은 흥분했다. 옷을 세벌이나 갈아입게 될 슈퍼맨의 의상 컨셉이 인터넷상에 성급히 나돌고, 악역 렉스 루터 역에 케빈 스페이시가, 슈퍼맨의 동료인 지미 올슨 역에 크리스 록이, 연인 로이스 레인 역에 커트니 콕스가 캐스팅된다더라는 루머가 퍼지면서 프로젝트는 바쁘게 흘러갔다. 그러다 1년 만에 케빈 스미스가 밀려났다. 감독과의 시각차가 이유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새 작가를 댄 길로이(<아웃브레이크>)로 교체한 사람은 케빈 스미스에게 ‘말랑말랑한’ 영화적 설정들을 요구했던 프로듀서 존 피터스였다. 작가가 바뀌면서 제목이 <슈퍼맨 라이브즈>로 결정됐고 팀 버튼은 메가폰을 내려놨다. “프로젝트가 한번만 더 물먹으면 그만둘 수도 있다”고 성토한 케이지마저도 2000년 여름, 공식 하차했다.

감독과 주연배우가 동시에 사라진 것은 큰 타격이었다. 슈퍼맨의 어린 시절을 다룬 TV시리즈 <스몰빌>의 방영과 소니픽처스의 <스파이더 맨> 크랭크인 소식, <쎄븐>의 작가 앤드루 케빈 워커가 <슈퍼맨 vs 배트맨>을 써서 워너에 제출했다는 루머 등에 치인 <슈퍼맨 라이브즈>는 불과 1년 반 사이에 감독을 McG에서 브렛 래트너로, 다시 McG로 바꾸는 혼선을 빚었다. McG의 바통을 브렛 래트너가 이어받는 기간 동안에는 두 사람이 모두 자기가 <슈퍼맨>의 감독이라고 주장하는 일도 있었다. 감독 교체의 주된 원인은 예산문제와 캐스팅이었다. 조 피터스는 워너의 오랜 베테랑 프로듀서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볼프강 페터슨과 워커의 <슈퍼맨 vs 배트맨> 프로젝트를 의식했다. 그는 제목을 <슈퍼맨: 철의 남자>로 바꾼 이 프로젝트를 3부작으로 늘릴 계획을 세웠고, 안 그래도 캐스팅이 쉽지 않은 프로젝트는 10년을 담보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더욱 배우들의 외면을 받았다. 각종 팬사이트에 퍼진 캐스팅 핫 리스트는 러셀 크로, 데이비드 듀코브니, 존 트래볼타 등 묵직한 남성에서 브랜든 프레이저, 주드 로, 키아누 리브스 등을 거쳐 조시 하트넷, 데이비드 보레아나즈, 애시튼 커처, 폴 워커, 제이크 질렌홀, 매튜 보머, 톰 웰링, 제레미 리스터 등 젊은 꽃미남과 무명배우로 점차 부류가 달라져갔다. 그 와중에 애시튼 커처가 “슈퍼맨 역을 거쳐간 사람들은 죽든지 병들든지 사고를 당하든지 전부 저주를 받는다더라”며 자기는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말하는 상황도 생겨났다. McG가 1년 만에 두 번째 하차 신고를 올릴 무렵, 마이클 베이 홈페이지에서 S자 로고를 발견한 일부 팬들이 다음 감독은 마이클 베이라고 떠들었다. 며칠 뒤 베이는 그 로고는 사이트 운영자인 한 팬이 올린 것이고 자신은 <슈퍼맨> 근처에도 간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2004년 7월18일, <슈퍼맨>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감독으로 브라이언 싱어가 들어왔다. 그는 TV시리즈 <알리아스>의 감독·각본을 맡았던 J. J. 에이브럼스의 2년 반짜리 시나리오를 버리고, <슈퍼맨 리턴즈>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댄 해리스, 마이클 도허티와 함께 시나리오를 다시 쓸 예정이다. 프로듀서도 교체됐다. <엑스맨>을 함께했던 로렌 슐러 도너와 그녀의 남편이자 <슈퍼맨>(1978)의 감독인 리처드 도너가 영입됐다. DC코믹스와 주식을 나눈 형제로서 마블코믹스가 코믹북 원작 영화시장을 독점하지 않기 바라는 워너의 믿음은 이제 2006년 반드시, 그리고 아주 근사하게 슈퍼맨이 부활하리라는 데 있다. 정말 오래 걸렸다. 반드시 살아서(Lives) 우리 앞에 다시 돌아오기(Returns)까지, 철의 남자(Man of Steel)는 그토록 긴 시간을 요구했다.

일러스트레이션=노석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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