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영화 포스터에 대해 몰랐거나 오해했던 것들 [1]
2004-10-19
글 : 박혜명

영화 포스터는 ‘관객과 만나기 위한 제1의 수단이자, 최전방에 서 있는 커뮤니케이션 매개체’다. 포스터는 이따금 모든 걸 순식간에 뒤집어놓는다. <장화, 홍련>이 그랬다. “그전까지는 사람들이 그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모르다가, 지하철이나 버스, 극장 내 같은 데에 포스터가 걸리면서 인지도가 확 올라갔다. 티저 포스터 반응이 그때 너무 좋아 메인으로 밀어붙인 케이스다.”(박혜경 영화사봄 마케팅실장)

포스터는 사진과 글과 디자인이 조합된 단 한장의 비주얼이다. 디자인을 입힌 사진일 수도 있지만, 사진을 가공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디자인과 사진은 모두 합쳐 몇자 안 되는 영화 제목과 카피를 향해 존재한다. 별것 아녀 보여도, 영화포스터는 영화만큼이나 그 작업과정이 단순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은 복잡한 광고물이다. 한 사진작가의 말을 빌려 “지나가는 관객이 시선을 두는 데 걸리는 시간 불과 0.5초”라는 영화포스터.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 우리가 잘 몰랐거나 오해했던 몇 가지 사실들을 풀어보면 어떨까. 사소하고 당연한 것들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직접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나면, 앞으론 샤갈 전시회의 그림 한점만큼이나 포스터 한컷을 달리 보게 될지도 모른다. 편집자

영화 <사과> 포스터 촬영현장. <사과>에 출연하는 배우 김태우와 문소리, 사진작가 이재용(왼쪽부터)이 포스터 사진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다. 영화 <사과>의 포스터 촬영현장이라고 찾아간 강남 학동 근처의 뒷골목이 서른명도 더 돼 보이는 인력들로 붐빈다. 눈에 띄는 얼굴은 당연히 주연배우 문소리와 김태우다. 그리고 그들을 필름에 담아줄 사진작가 이재용, <사과>의 포스터 디자인을 맡은 나무디자인의 디자이너들, <사과>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한 영화사 청년필름 마케팅팀, 제작사 청어람 관계자, 사진 컨셉에 맞춰 합류한 별도의 스타일리스트들, 헤어 및 메이크업 담당자들, 이재용 작가 스튜디오의 직원들, 배우들의 매니저들, 포스터 촬영현장을 취재하려고 모인 방송사 촬영팀들, 심지어 이 광경을 지켜보러 온 기자와 사진기자까지. 숫자도 많고 일하는 분야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부산하고 복잡한 모양새가 영화 촬영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 후반에서 서른살로 넘어가는 한 여자의 연애와 결혼을 통해 그 시기 삶에 관한 섬세한 단상과 민감한 흔적들을 담아내려는 영화 <사과>는, 이날 포스터 컷의 시안을 크게 두 가지로 잡았다. 먼저 찍는 시안은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자리잡은 문소리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 뒤켠에 앉은 김태우가 문소리에게 ‘감정’을 느낀다는, 스토리가 있는 풍경을 담는다. “컨셉은 쉬운데 사진으로 표현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잘 부탁한다는 당부를 배우들에게 남기고 이재용 작가는 카메라 앞에 섰다. 폴라로이드로 테스트 촬영분이 몇장 뽑혀 나왔다. 소곤소곤, 사진작가와 디자이너, 마케팅 관계자들, 배우들의 대화가 오간다. 노련한 방송팀들은 눈치를 봐가며 현장 풍경과 배우들 인터뷰를 틈틈이 따간다. 맥락없이 미묘한 기운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에게서 어색함이 걷히고 나자 사진작가가 목소리를 높였다. “자, 지금 좋습니다. 더 크게 웃어주세요, 하나, 둘, 셋!”

영화 포스터 제작은 배우,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부터 홍보, 마케팅, 제작자까지 해당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