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뉴욕에서 미리 만난 드림웍스 신작 애니메이션 <샤크> [4]
2004-11-10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돈 리노와 사익스 목소리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마틴 스코시즈의 수다

전설적 콤비 코미디언, 에보트와 카스텔로 같지?

마피아 보스 돈 리노와 뻔뻔스런 사업가 사익스는 로버트 드 니로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외모만 닮은 게 아니다. <분노의 주먹> <택시 드라이버> 등 오랜 세월을 함께 일해온 그들의 파트너십을 흉내내기도 한다. <샤크> 초반부에 돈 리노가 사익스를 불러다가 뭔가 지시하려고 할 때, 이들의 캐릭터가 그대로 드러난다. “자네와 난 길고 긴 세월을 함께 일했어.” “일이라고 하긴 좀….” “마저 들어, 자넨….” “난 널 좋아해.” “마저 들으래도!” 이런 식이다. 로버트 드 니로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공동 기자회견도 이런 식이었다. 특히 스코시즈 감독이 드 니로의 약간 느린 대답 사이로 끊임없이 끼어들면서 ‘수다’를 떨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함께 작업했나? 마틴 스코시즈의 말이 좀 빠르지 않나. 또 애드리브를 많이 하느라 둘이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해야 했을 텐데.

=스코시즈 l 이 사람은 스토리보드대로 연기를 하더군. 우리가 계속해서 돈 리노와 사익스라는 캐릭터에 우리 자신들을 투영하면서 연기하다보니 어떨 때는 내가 로버트한테 말하는 건지 아니면 돈 리노한테 말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더라고. (웃음) 그리고 수년 동안 우리는 이런 식의 바보 같은 말장난을 해왔다. 난 여전히 존경심을 가지면서 그의 리듬을 끊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를 방해할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웃음) 우리는 애보트와 코스텔로 같은 코미디팀 같았는데, 어린아이들 같았다.

-이탈리아 혈통의 미국인들이 이탈리아 출신인 당신에게 선입견 같은 것을 만들어내면 어떤 느낌을 받나.

=드 니로 l 난 잘 모르겠는데. 스코시즈 l 우리가 함께 만든 <비열한 거리>가 당신을 그때 당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건 오래전 일이다.

=드 니로 l 아무튼 이탈리아 사람들이 오랫동안 문화적으로 얼마나 많은 공헌을 해왔는지는 모두가 알거다. 정말로 수세기 동안 그래왔다. 우리가 그것에 꼭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이탈리아인들은 분명 그들의 참모습이 기록될 권리가 있다.

-당신(로버트 드 니로)은 최근 몇년 동안은 코미디에 치중해왔는데, 자신의 이미지가 너무 심각해서 그랬던 건가.

=드 니로 l 글쎄.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사실 마티와 난 원래부터 코미디를 해왔다.

=스코시즈 l 맞아. 우린 참 많은 유머와 코미디를 영화에 집어넣었다. <비열한 거리>를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이때는 거리 유머를 사용했지만, <좋은 친구들>에 나왔던 유머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샤크>에서 자신의 처지와 가장 공감을 가졌던 부분은.

=드 니로 l 글쎄, 아버지로서 돈 리노의 고충이랄까.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공감할 거다. 정말 괴로운 문제다.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사실 돈 리노는 그 누구보다도 엄격한 성격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이야기를 살펴보면 누구보다도 개방적인 아버지다.

=스코시즈 l 나도 한마디만 할게. 내가 생각하기에 복어라는 물고기가 나랑 비교해서 기질이나 하는 짓이 참 비슷한 것 같다. 상당히. 그게 전부다.

-영화 속 오스카처럼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적이 있나.

=스코시즈 l 아, 한번은 뉴욕에서 영화를 찍는데 문제가 생겼다. 실제로 장편영화들이 뉴욕에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주로 뉴욕의 느낌을 영화에 담아내서 장편 독립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던 건 <워터프론트>의 엘리아 카잔이라고 할 수 있고, 그리고 존 카사베츠, 스탠리 큐브릭도 한편인가 두편을 만들었고, 그외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았다. 당신도 알다시피 영화를 만드는 곳은 할리우드였지 뉴욕이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뉴욕 의과대학 직원인 척하고 건물 어디든 드나들면서 손전등 두개 달랑 들고 가서 한 시간 반 만에 후딱 해치운 적이 있었다. 하하~. 그리고, 당연히, 벽을 넘어 전기를 끌어들이고 조명을 들여오기 위해, 필요한 걸 구하기 위해 공사장에 가서 훔쳐오기라도 해야 했다. 난 항상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도둑도 되어야만 하고, 거짓말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하나.

=드 니로 l 우리 둘은 아주 어려서부터 함께 놀았다. 처음엔 서로 몰랐는데, 친구들 소개로 어울리게 됐다. 처음 그렇게 친해졌는데 친구들을 통해서 마티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아, 뉴욕대학에서 연극인가 뭔가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후 만날 기회가 없었다. 몇년 뒤에 서로의 분야에 전문인이 되어 다시 만났다.

=스코시즈 l 그렇지. 1970년에 내 친구 제이 콕스의 아파트에서 저녁 파티가 있었는데 브라이언 드 팔마가 소개해주었다. 그를 보니 우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친구 사이였다는 사실이 느껴지더군. 서로 다른 또래 그룹에 속해 있었지만,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내가 만들고 있었던 영화, 예를 들면 <비열한 거리> 같은 작품들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었더라. 드 니로 l 그때 난 마틴의 <내 문을 두드리는 자는 누구인가>를 이미 본 상태였다.

=스코시즈 l 아, 그랬었지.

=드 니로 l 그때, 난 그 영화가 너무 좋았다고 말해주었고 둘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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