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뉴욕에서 미리 만난 드림웍스 신작 애니메이션 <샤크> [2]
2004-11-10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초특급 스타들의 목소리와 캐릭터 생생

패러디의 절정은 목소리 연기를 위한 스타 캐스팅과 이들 스타들의 물고기화다. 고래 세차장의 막노동꾼이지만 ‘상어킬러’라는 거짓말이 성공하면서 스타덤에 오르는 오스카(윌 스미스), 오스카의 동료로 남몰래 그를 사랑하는 앤지(르네 젤위거), 섹시한 자태로 오스카의 부와 명성을 탐내는 팜므파탈 물고기 롤라(안젤리나 졸리).

이들의 몸통은 날렵한 물고기이지만 그 얼굴은 딱 윌 스미스, 르네 젤위거, 안젤리나 졸리다. 약간 째진 눈에 볼록 튀어나온 볼을 실룩이는 앤지나 두툼한 입술에 초점을 흐린 듯해 더욱 매혹적인 눈을 깜박이는 롤라는 르네 젤위거와 안젤리나 졸리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얼굴이다. 패러디한 캐릭터의 절정은 상어 보스 돈 리노와 고래 세차장 소유주이자 악랄한 사채업자나 다름없는 복어 사익스다. 카첸버그가 직접 나서 캐스팅한 로버트 드 니로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호흡이 <샤크>의 매력 포인트. 돈 리노는 로버트 드 니로의 뺨 오른쪽에 붙은 커다란 점을 옮겨와 <언터처블>의 알 카포네(로버트 드 니로)보다 너그러운 면모로 대부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사익스는 뜨거운 김을 잔뜩 품은 복어로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두터운 눈썹과 눈을 그대로 닮았는데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때론 방정맞은 말들이 흥미롭기 그지없다. 물고기로 귀엽게 망가진 거물들의 열연이 이 바다 수족관의 최대 볼거리인데, 카첸버그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들에서 <슈렉2>가 흥행한 이유는 더빙 배우들이 최고의 스타들이었기 때문”이라며 “모든 제작자가 최고를 원하듯 나도 마찬가지이며 <샤크>에서 우리는 매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프로듀서 빌 다마시케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초기에 우리는 좀더 누아르적이고, 좀더 어두운 영화로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보스인 동시에 아버지인 자기의 말을 아들 레니가 끝내 거역하는 설정이 맘에 걸렸던지 로버트 드 니로는 “친한 아동심리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해 이 영화를 내 아이에게 보여줘도 별 문제가 없겠다는 말을 듣고 출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부>를 공개적으로 패러디했고 그래서 누아르적 느낌이 이따금 끼어들지만 <샤크>는 성인 취향도 고려했을 뿐 어디까지나 가족용 애니메이션이다. 레니가 채식주의 상어의 정체성을 끝내 고집한 탓에 멋진 킬러가 되라는 아버지의 희망을 어기게 되는 운명이 갈등의 시작이었고, 그런 자신을 올바른 상어의 길로 인도하려던 형 프랭키가 사고로 죽게 되면서 갈등이 증폭된다. 이 사고사의 현장에 마침 함께했다는 것을 계기로 거짓 영웅이 된 오스카가 레니의 벗이 되어 모든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한다. 가족드라마, 액션, 누아르, 어드벤처, 로맨스에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윌 스미스의 보컬이 곁들인 뮤지컬까지 실로 다종다양하다.

<샤크>는 흥미진진한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내리고 나면 같은 궤도를 또 돈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마치 <슈렉2>가 통쾌한 동화 뒤집기 패러디를 꽃피웠지만 그 스토리 라인은 여전히 동화의 관습을 따라갔다는 아쉬움을 남겼던 것처럼. 그래서 한국 기자단과 마주한 <슈렉>과 <샤크>의 감독 비키 젠슨과 제작자 제프리 카첸버그에게 어떤 종류의 답이든 들어야만 했다. “<샤크>는 <슈렉> 1, 2편과 다른 내용, 장르, 그리고 로케이션을 가졌다. 우리의 목적은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지 특정 스튜디오를 노리고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다. 사실 우리는 <니모를 찾아서>를 재밌게 봤다. (웃음) 그렇지만 아이디어나 그림을 포함해 매우 독립적이고 다르게 만들었다.”(비키 젠슨). “어른과 가족을 동시에 대상으로 삼는 유머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강점이고 다른 영화와 차별되는 요인이다.”(제프리 카첸버그). 어쨌든 ‘패러디 왕국’은 승승장구다. 미국에서 개봉 4주차에 2위로 물러나더니 10월 중순 개봉한 프랑스와 영국에서 나란히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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