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뉴욕에서 미리 만난 드림웍스 신작 애니메이션 <샤크> [1]
2004-11-10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승승장구! 패러디 애니메이션 왕국

<슈렉> 1, 2편으로 명성과 부를 다져놓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행보가 분주하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3D애니메이션 <샤크>(Shark Tale)가 10월 미국의 극장가를 휩쓸었다. 국내 개봉은 12월24일. 드림웍스는 내년 봄 또 다른 3D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도 선보인다. <슈렉> 1, 2편처럼 그 시기가 칸영화제가 될지 알 수 없으나 뉴욕에서 만난 제작자 제프리 카첸버그는 그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미국 개봉 직전,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이 뉴욕에 모여 <샤크> 시사회를 갖고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로버트 드 니로, 마틴 스코시즈 감독, 윌 스미스, 르네 젤위거 등을 만났다.

드림웍스의 새 3D애니메이션 <샤크>의 미국 개봉 즈음, 뉴욕 월가의 투자자들은 코도 뭉툭, 배도 뭉툭한 3D 상어가 바닷속으로 맥없이 가라앉을지, 제대로 헤엄쳐나갈지 몹시 궁금해했다. 아니, 그냥 궁금했다기보다 걱정이 더 많았다. <LA타임스>는 개봉일이던 10월1일치에서 월가의 한 보고서를 인용했다. “<샤크>가 미국 박스오피스에 실패한다면, 해외 흥행과 홈비디오의 성공도 불투명해지고 재정적인 면에서 2005년은 물론이고 그 이후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올 상반기에 <슈렉2>(4억3600만달러)가 디즈니와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3억3900만달러)의 미국 내 흥행을 제쳤고, 세계 박스오피스에선 1600만달러의 ‘근소한’ 차이로 <니모…>(8억6500만달러)에 뒤졌지만 이 놀라운 성적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한달 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사업부의 시장가치는 현재진행형 상표 <샤크>에 더 기대고 있었으니까.

자체 설립한 CG 파이프라인의 첫 작품

월가의 후원에 힘입었을까, ‘상어상륙작전’은 대박을 터뜨렸다. <샤크>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이어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한 올해의 두 번째 작품이 됐다. 물론 우리의 관심사는 이로써 제프리 카첸버그, 스티븐 스필버그 등 드림웍스의 대주주들이 증시에서도 큰돈을 만지게 됐다는 데 있지 않다. <샤크>가 미국 애니메이션의 풍향에 혹시라도 어떤 기류를 보탤 수 있는 것인지, 국내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하는 <샤크>가 젊은 청춘들의 귀한 투자를 기꺼이 받을 만한지의 여부에 있다. 이들 모두에 추측성 답변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지금, 기꺼이 ‘그렇다’고 할밖에. <샤크>는 드림웍스의 <신밧드: 7대양의 전설>과 디즈니의 <보물섬> 같은 전통의 셀애니메이션이 고배를 마신 뒤 ‘붓보다는 마우스가 낫겠다’라는 믿음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드라마틱한 서사보다는 ‘<슈렉> <샤크> 같은 코미디가 더 먹힌다’는 투자·제작자의 신념에도 한표를 던지게 됐다.

디즈니와 픽사의 연합전선을 유일하다시피 ‘견제’해온 드림웍스에 있어 <샤크>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개미>부터 <슈렉2>까지 드림웍스와 파트너십을 이뤄 3D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PDI와의 합작이 아닌,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스튜디오에 자체적으로 신설한 CG 파이프라인에서 100% 제작된 최초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서 재닛 힐리는 300명이 넘는 글렌데일 스튜디오 제작팀에 기꺼이 만족을 표했다. “결과적으로 아주 다양한 전공 분야의 인재들이 모였다. 컴퓨터 공학박사부터 미술 분야 학위를 딴 사람들까지, 심지어는 두 분야의 학위를 모두 가진 사람도 있다. 물리학자와 아티스트들은 윈-윈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갔다.” 또 드림웍스는 기술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휼렛 패커드사의 협력을 애써 강조했는데, 확실히 <샤크>는 색채와 색감의 활용에서 3D애니메이션의 업그레이드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뉴욕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난 제프리 카첸버그는 테크놀로지에 대해 특히 강조했는데, “내년에 보여줄 <마다가스카>는 기술적인 면에서 기존 애니메이션과 완전히 다르다. 아마도 근래 몇년 동안의 애니메이션 기술을 완전히 뛰어넘을 것이다. <샤크>가 그 기술적 발전의 시작이었다면, <마다가스카>는 기술적 발전의 끝을 보여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건, <스피릿> 때 카첸버그가 “우리의 이상은 트래디지털에 있다”며 “아티스트가 손으로 그리는 유기적 애니메이션을 컴퓨터로 엔지니어링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속으로 데려와 양쪽의 장점만 교배한 신종 합성물”이라고 뭔가 굉장한 걸 발명한 듯 자랑했다는 걸 돌이켜보면 좀더 지켜볼 일이다(드림웍스가 보여준 <마다가스카>의 짧은 클립은 기술적인 건 차치하고 상큼한 또 하나의 코믹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뉴욕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박스로 운송되던 도중 사고로 인해 마다가스카 야생에서 살게 된다는 내용. 카첸버그는 이들이 뉴요커와 비슷하다고 했다. 희망도 없고, 도움도 없이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서).

<슈렉> 이은 또 하나의 ‘패러디 왕국’

<샤크>는 미국을 주름잡는 엔터테인먼트, 금융, 과학의 삼위일체로 탄생했지만 작품 안으로 들어가 따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좀 복잡해진다. <슈렉>으로 시작된 ‘패러디 왕국’의 완성을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장르, 캐릭터, 음악 등 필수 부품은 모두 어디서 본 듯한, 들은 듯한 것들의 기막힌 조합이다. 다만, 청출어람의 수술 솜씨가 워낙 탁월해서 혹시나 <무서운 이야기>급에 비교한다면 명백히 실례다. 첫 시퀀스는 상어의 무대인사다. 드림웍스의 로고인 초승달 위의 소년이 한가로이 예의 낚시를 드리우는데 그 끝에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달렸다. 바다 속에 미끼처럼 처박힌 지렁이가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숨죽이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음악이 들려온다. <죠스>의 테마곡. 빠아∼밤, 빠∼밤, 빠밤, 빠밤빠밤빠밤…. ‘짠∼’ 하고 나타난 건 상어마피아 보스 돈 리노(로버트 드 니로)의 두 아들 레니(잭 블랙)와 프랭키(마이클 임페리올리)다. 근데 레니가 지렁이의 놀란 가슴을 달래주고 살려주면서 “됐어, 어서 가, 멜 깁슨처럼 자유를 외쳐”라고 소곤거린다. 형 프랭키가 가던 길을 재촉하면서 읊조린다. 빠아∼밤, 빠∼밤, 빠밤, 빠밤빠밤빠밤…. 상어가 직접 부르는 <죠스>의 테마곡이라니, 이 대목에서 처음으로 ‘뒤집어지는데’ 레니가 거든다. “하지마. 하지 말래도. 그 음악 들으면 무서워져.” (너무 상세하게 묘사하니 스포일러가 아니냐고? 드림웍스 스스로 <샤크> 이야기의 중요 승부처라 할, 채식주의자 레니의 커밍아웃을 예고편에서 공개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스포일러의 운명은 마케팅 노선에 따라 갈리기도 한다.) 두 번째 시퀀스. 성격과 식성이 정반대인 상어 형제가 사라지자 물고기들의 도시 ‘산호초 리프’가 활기를 되찾는다. 밥 말리의 흥겨운 <Three Little Birds>를 조역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지기 말리(밥 말리의 아들)가 부르고, 그 리듬에 맞춰 뉴욕 타임스퀘어를 정확히 본뜬 ‘산호초 리프’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점보트론과 빌보드, 교통체증으로 현기증 나는 그곳은 인간도시를 어김없이 닮았다. 코랄콜라, 피쉬 킹, 겁(GUP) 등 유명 브랜드(의 PPL)도 빠질 수 없다. <슈렉2>에서 피오나 공주의 왕국을 LA와 할리우드에서 패러디해온 것과 같은 정서와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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