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간이여, 어디로 가는가, <쿼바디스 도미네>
2004-11-23
글 : 남다은 (영화평론가)
<쿼바디스> 리메이크 목록에 또 한편이 오르다. ‘영화에서만’ 아직도 박해받는 기독교인.

폴란드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쿼바디스>가 또다시 영화로 재탄생했다. 네로 시대의 로마에서 벌어진 기독교 박해를 중심으로 로마군 장교와 기독교인 여자와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1896년에 발표된 이래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되었다. 그중에서도 로버트 테일러가 로마군 장교로, 데보라 카가 기독교인으로 분한 MGM의 1951년작이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한 세기가 바뀌어 폴란드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된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역시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영화 외적인 의미, 즉 폴란드인 감독이 자국의 고전을 마침내 연출했다는 ‘애국적’인 맥락이 눈에 띈다.

때는 기독교 탄압이 거세지던 네로 시대. 로마의 장교 마크 비니키우스(파벨 델라그)는 우연히 마주친 리기아(막달레나 미엘카시)에게 한눈에 반한다. 비니키우스는 자신의 삼촌 페트로니우스(보구슬로 린다)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고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를 돕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리기아는 기독교인으로 황제의 관리하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마침 리기아는 옛 노예인 우르수스 덕분에 구출되고 비니키우스는 리기아를 찾기 위해 수소문한다. 비니키우스는 기독교인의 집에 숨어 있던 리기아를 찾아내고 그녀를 얻기 위해 기독교인이 되는 세례를 받기에 이른다. 네로의 기독교 탄압은 날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급기야 로마에 화재가 발생하자 네로는 그 원인을 기독교인에게 돌린다. 그로 인해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희생양이 되면서 리기아 역시 감옥에 갇히게 된다.

수많은 종교적 서사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종교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인 부분은 영화적 규모인 듯하다. 튀니지, 프랑스, 로마 등지에서 촬영한 영상과 원형 경기장, 궁전 등을 재현해낸 화려한 세트들, 특히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황소와 인간의 긴박한 싸움이나 수천 군중이 결집한 장면들은 전형적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영화적 고대’의 상징들이다. 물론 21세기에도 아무런 의심없이 스펙터클의 위력과 종교적 숭고 사이에 필연적 관계를 두는 감독의 선택이 안일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영화는 폴란드가 자국 작품의 위대함을 떨치기 위한 목적으로 교황을 비롯한 국가적 지원을 받아 리메이크한 만큼 폴란드 영화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투여되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간이여,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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